중국어학과를 졸업하고 영사관으로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정선아 씨는 중국어를 전공하고 부산에 자리한 중국영사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생활 중에도 중국정부의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산동성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다녀올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었죠. 2016년 졸업을 하고 2년 7개월간 영사관에서 중국인 행적 업무와 외국인 비자 심사 업무를 수행했는데요, 이것이 그녀의 첫 커리였습니다.
해운대관광시설사업소에서 관광 통역을 할 정도로 중국어에 능통했던 그였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 할수록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교 때도 디자인 관련 수업을 듣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전공자가 아닌 만큼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영사관에서 일하면서 제 전공인 중국어로 할 수 있는 일은 국가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좀 더 안정적이면서 제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디자인으로 전향하고 싶었어요. 디자인 공부도 하고 공모전 수상도 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자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었어요. 고민 끝에 캐나다 유학을 떠나 디자인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뒤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리곤 코로나가 터졌죠.”

직업을 전향하기로 했다면 진짜 전공자만큼의 지식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업에서 배운 실습 예제를 집에서 반복해서 더 열심히 복습했더니 처음에 하나도 몰랐던 부분들이 점차 윤곽이 잡히더라고요.

디자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절망적이었습니다. 유학의 기회 또한 잠정적으로 중단돼 버렸죠. ‘나는 안 되는 걸까?’하는 부정적인 생각에도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열망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 시기, 우연히 사촌 언니가 국민내일배움카드로 디자인 수업을 들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언니 역시 과거에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수업을 듣고 취업해 경력을 잘 쌓아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언니의 모습에 신뢰감이 생겨 UI/UX 디자인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코로나의 공포가 극에 달하던 2020년 8월이었습니다.

선아 씨는 지금껏 그래왔듯 성실하게 수업을 들었습니다. UI/UX디자인 수업의 수강생 대부분은 디자인 관련 전공을 했거나 관련 분야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던 선아 씨는 처음에 겁이 많이 났습니다.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수업에 들어갔을 때 “수료할 때는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차이가 크게 없다”는 강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게 됐습니다.

UI/UX디자인 수업에서 포토샵, 일러스트 뿐만 아니라, IT 업종에서 선호되는 코딩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아 씨의 우려는 코딩에서 현실이 되는 듯했습니다. 처음 코딩을 접한 선아 씨는 코드 하나에 30분을 잡아먹거나, 작은 효과를 위해 3~4시간씩 씨름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직업을 전향하기로 했다면 진짜 전공자만큼의 지식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업에서 배운 실습 예제를 집에서 반복해서 더 열심히 복습했더니 처음에 하나도 몰랐던 부분들이 점차 윤곽이 잡히더라고요. 수강이 끝나 갈 때쯤엔 다른 수강생들보다 조금씩 앞서기 시작했어요. 결국 바로 실무에 투입될 정도의 코딩 실력과 디자인 실력을 갖추게 됐어요.”

국민내일배움카드로 이뤄낸 목표

2021년 3월 초, 드디어 수료를 하고 본격적으로 취업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했던 일이나 중국어 전공과 관련 있는 디자인 직무를 찾는 것이 선아 씨의 목표였습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일이 많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아 부산에서 일을 구하는 것 보다 문화적, 교육적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서울로 가길 원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한 달을 찾았습니다.

“어느 날 서울에 있는 한 회사에서 중국어를 하는 디자이너를 구하고 있다는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이거다 싶었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직무 조건에 ‘경력 2년 이상’을 찾고 있었거든요. 고민이되자, 우선 학원의 취업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선생님께서 직무내용을 보시더니 아주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일단 지원해 보자고 하셨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자소서를 만들고 서류를 넣었죠. 다음날 연락이 왔어요. 면접을 보러 오라고.”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하지만 경력자를 찾았던만큼 신입 그것도 비전공자인 선아 씨는 그냥 면접을 보러 가면 불리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녀는 ‘이 회사에 들어가면 나는 어떤 디자인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서울로 갑니다. 면접관들은 그녀의 준비에 놀랐고, 면접이 끝난 뒤 그의 포트폴리오를 따로 가져가도 되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결과는요? 물론 합격이었죠. 이렇게 철저히 준비된 선아 씨 말고 그 자리에 마땅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후 선아 씨는 서울에 혼자 올라와 1년이 가까이 한국의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실무를 하는 데 전혀 문제없습니다. 심지어 가끔 일이 막힐 때, 그 때 공부했던 자료를 들춰보며 해결해 나가곤 합니다. 선아 씨의 목표는 끝이 아닙니다.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차곡차곡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습니다.

“경험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요. 모든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레이어드 하듯 내일의 더 좋은 나를 만들어 가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