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촬영은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Q_
경제학 박사이자 한국고용정보원의 선임연구위원으로 계십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대학에서 학생 가르치는 일과 노동시장 연구를 하다가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에 연구위원으로 왔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인력수급전망팀장을 비롯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고용 위기 대응을 위한 고용대책모니터링센터장을 맡아 일자리 사업 추진 애로 사항과 병목현상을 해소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고용대책모니터링과 고용영향평가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일자리사업평가체제를 국내 최초로 구축했죠. 지난 20여 년간 일자리 사업 평가뿐 아니라 취업취약계층이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일자리 정책이나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를 했습니다.

Q_
학자들이나 정책담당자에 따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양합니다. 부합하는 통계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통상적으로 취업이 어렵다고 하면 연령과 성별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미취업 청년, 출산 및 육아 등으로 일자리를 그만 둔 이후 일자리로 복귀하지 못한 경력단절여성(최근에는 경력보유여성으로 변경되었죠) 등을 말합니다. 취업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당장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져도 취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류하죠. 이런 이유로 저는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 신체적·정신적 장애인이나 6개월 이상 장기실직자, 결혼이민자, 북한이탈주민, 위기청소년, 한부모가정 등 소득수준이나 실업 기간 및 가족관계 특성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현재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에 있는 인구를 일자리 지원 사업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면 연령과 성별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미취업 청년, 출산 및 육아 등으로 일자리를 그만둔 이후
일자리로 복귀하지 못한 경력단절여성 등을 말합니다.
취업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당장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져도 취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류하죠.

Q_
2020년 코로나19로 일자리 사정이 나빠지자 고용노동부는 2021년에 한 해 동안 839만 명에게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지원했습니다. 이렇게 대규모로 추진한 이유는 지원 대상이 무척 다양하고 그들의 요구 사항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요. 그중 가장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있을까요?
한국은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인구 5천만 명이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는 지구상에 7개 나라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세계 10대 교역 국가입니다. 세계 무역 기준으로 한국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이 매년 1조 원 이상 투입해 65세 이상 노인이 1백만 명이나 참여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더 나아가 고령자 대상 공적 연금제도가 발달하지 못해 고용 사회 안전망이 취약해 저소득 노인을 사회적으로 보호할 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저소득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이 불가피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지원 대상 일자리 사업은 일자리 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일종의 잔여적 복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노인들이 참여하도록 해서 생계비 일부를 보전해주는 것이죠.
Q_
일자리 지원 대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한 노동 활동을 하기 위해 기업이나 지자체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경제 사정이 나아져야 일자리 기회가 늘어나고,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 경영실적이 나아지고 시장 경쟁력이 높아져야만 하고 그것을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정부에 의한 일자리 창출엔 불가피한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일자리 사업은 지원 대상의 재취업이나 구직활동을 촉진하는 데 한정되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일자리는 복지이고,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최상의 수단이죠. 사회적 편익 관점에서도 일자리 지원 사업은 사회적 비용보다 사회적 이익이 더 많다고 봅니다. 일자리 지원 대상은 스스로 반복적인 일자리 사업 참여에서 탈출해 자립 후 노동하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도 해야 합니다. 이런 노력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예컨대 실업자의 조기 재취업수당은 노동시장으로의 빠른 복귀를 위한 인센티브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익이 되는 좋은 제도입니다.

Q_
보고서를 통해 지역의 심각한 일자리 편차를 분석하셨습니다. 지역 간 일자리 편차는 또 다른 절망이 될 수 있는데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상층부로 분류되는 1차 노동시장의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하층부로 분류할 수 있는 2차 노동시장의 상대적 저임금 일자리는 비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집중되는 지역에 좋은 학군이 형성되어 있고, 부동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대신 비수도권에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 인구만 비수도권에 남게 되는 것이지요. 비수도권의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소멸은 좋은 일자리 부족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지역 간 격차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지역 차원에서 현지화되고 구조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지요. 중앙정부가 인구정책이든 고용정책이든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습니다. 지방정부가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일자리 사업을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지방자치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생산체제는 수도권과 지방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수도권에는 경영과 전략을 담당하는 구상(conception) 기능이 집중되어 있고, 지방에는 생산기지 또는 공장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으로 지역의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지역의 산업구조 재편과 전환에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자리 사업에서 지역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중앙정부는 정책 수립과 재정지출에서 독점적인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관하는 ‘재정 분권’을 실현해 지방정부의 재정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지역 사정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일부 이양하고, 지방 정부는 일자리 사업의 성과에 대해 철저하게 평가받을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이른바 고용정책에서 자율과 책무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Q_
고용노동부는 고용안전망 또는 구직급여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지원을 강화하고 구직활동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중인데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구직급여 수급 기간이 끝나서 고용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계지원과 취업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2차 고용안전망입니다. 구직급여 수급 이후 구직활동과 생계비 보조를 위해 도입된 한국형 실업부조제도로 고용보험과 함께 중층적 고용안전망을 구축하게 되었죠. 이런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일자리 지원 대상 일자리 사업은 국민취업지원제도와 3차 고용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실업자 또는 구직자는 구직급여 수급을 종료하게 되면 1차 고용안전망에서 벗어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2차 고용안전망의 지원 대상으로 자격을 얻어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됩니다. 1차 및 2차 고용안전망을 거쳐서도 취업하지 못한 이들은 직접 일자리 사업 등에 참여해 생계비 또는 소득을 보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실업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실업 기간 장기화를 유도하고, 일자리 사업의 회전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구직 활동과 생계비를 지원할 수 있는 고용안전망을 강화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인 것은 모두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일자리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고,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유지하고,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최상의
수단입니다. 노동하는 행위는 단순히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시기를 바랍니다.

Q_
제도가 시행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평가하는 것은 다소 이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평가해 주신다면?
고용노동부는 참여자의 구직노력 지원을 강화하고, 취업역량평가를 개편하며 서비스 표준안을 마련하여 취업지원을 강화하고, 실효적인 일경험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자리 사업과 고용안전망은 일자리 지원 대상의 단순한 소득 유지나 지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일자리 사업은 일자리를 통해 복지를 실현하고, 사회적 편익을 증대시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사회 통합정책인 셈이죠. 일자리 사업을 노동시장의 효율성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일자리 사업은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계층 간 통합 차원에서 긍정적 측면이 충분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_
마지막으로 취업을 위해 가져야 할 역량이나 마음가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랜 기간 일하지 않을 경우 자존감이 약해서 일상생활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나름의 원인이나 자신을 체계적으로 평가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국민취업지원제도가 구직의욕을 높이기 위해 취업역량평가나 심리상담을 강화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일자리 사업은 구직자의 취업 가능성을 높여 주는 다양한 활성화 조치를 의미합니다. 일자리가 필요한 지원 대상이라면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서 본인 및 가족의 생활을 위한 소득을 직접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일자리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고,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유지하고,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최상의 수단입니다. 노동하는 행위는 단순히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