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MAY / vol.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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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을 ‘달리기’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넘어질 때도 있겠죠.
하지만 저마다의 속도로 달리다 보면 그 끝에 반드시 ‘완주’라는 선물이 있게 마련입니다.
지난 2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JTBC 미니시리즈 <런온>은
일과 사랑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완주해나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박채림 / 사진제공 JTBC

너무 다른 별에서 온 두 사람의 만남

화려하게 펼쳐진 독립영화제 현장. 이곳에 영화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까다로운 작품 번역을 매년 자 처하는 번역가 오미주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기 배우인 어머니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레드카펫에 선 육상 대표선수 기선겸도 있지요. 이렇듯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은 영화제의 밤, 거리 한가운데서 마 주칩니다. 공들여 번역한 작품이 해외에 출품되었지만, 감독인 전 남자친구와 담당 교수, 동료들에게 오히 려 비아냥대는 소리만 듣게 되자 참지 못한 오미주가 먼저 술에 취해 장난감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섰죠. 부 유한 배경과 말 없는 성격 탓에 모두에게 ‘재수 없다’라는 힐난을 듣던 기선겸은 마침 통화를 하기 위해 서 있던 참이었고요. 기선겸이 전 남자친구와 실랑이 하던 오미주를 본의 아니게 돕게 되면서 두 사람은 그렇 게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술자리에서의 언쟁으로 하던 통역 일까지 하루아침에 잘리게 된 오미주에겐 최 악의 밤이었지만, 이 우연한 만남이 두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놓게 될까요?

올바름을 선택하는 일의 어려움

오미주는 영화제에서의 사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국회의원 아들의 통역을 무보수로 맡게 됩니다. 담 당 교수님의 압박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게 웬 기막힌 우연일까요? 통역을 담당할 주인공이 바로 육상선 수 기선겸이었네요. 두 사람은 사사건건 티격태격 부딪치지만, 기선겸의 말을 다른 나라의 언어로 통역하 다 보니 오미주는 그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또 기선겸이 자신이 소속한 육상팀의 부당한 폭력 사건을 공론화하려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요. 그러나 배우 어머니와 국회의원 아버지, 골프선수 누나를 생각하면 큰 파문을 불러올 내부 폭로자가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폐쇄적인 선수협회의 분위기 때 문에 그의 공론화는 번번이 실패하고 말지요. 결국 기선겸은 해외 취재진 앞에서 달리기를 거부함으로써 육상 선수들의 내부 폭력을 폭로합니다. 한국말로 폭로하는 기선겸과 외국인 취재진 사이에서 당황한 오 미주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다름이 서로에게 용기를 주다

결국 기선겸은 내부 폭로를 공론화해 육상계에서 은퇴합니다. 평생 달리기만 알고 살아오다 졸지에 백수 가 된 그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하며 오미주의 주변을 맴돌지요. 한편, 통번역이라는 꿈을 좆아, 악착 같이 살아온 오미주는 세상 물정 모르는 기선겸이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서로 너무 다른 삶을 살았기에 끌리는 두 사람. 사람들의 무시 속에서 상처받은 오미주의 마음은 기선겸의 무던함으로 위로받습니다. 돈 많은 부모님이 정해준 길을 걷던 기선겸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꿈은, 똑 부러진 오미주의 조언 덕분에 길 을 찾게 되고요. 서로 너무 다른 삶을 살았기에 오히려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서로 를 통해 깨닫습니다. 그렇게 서로 응원하며 달리다 보면 이 길 끝에 어느덧 멋진 결승 지점이 기다리고 있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