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전의 양면
같은 직업이죠

조정수 배달 라이더
Q_
배달 라이더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전업 배달 라이더가 된 지는 3년쯤 됐어요. 이전까지 공무원 공부를 했는데, 공부하며 틈틈이 배달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도 했죠. 공부 때문에 짧은 시간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가 좋았거든요. 학원을 가야 하는 평일이나 보충 학습이 필요한 주말을 피해 말씀드리면, 최대한 배려를 해서 배달 시간을 짜 주셨어요. 그때부터 배달 일이 편했죠. 3년 전부터는 전업 라이더로 옮겼어요.
3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배달 플랫폼 직원으로 입사했어요. 3개월 정도 일을 해보니, 한 회사의 직원으로서 일하는 것보다는 프리랜서로 나오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전업하게 됐죠. 2019년 여름부터 였어요.
Q_
프리랜서 라이더라는 건 어떤 개념이죠?
복잡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단순하게 말해 근무 날짜나 시간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게끔 바꾼 거예요. 지금은 대부분의 배달 라이더들이 저 같이 프리랜서로 뛰죠. 요즘엔 저 같은 사람을 긱노동자라고 부른다더라고요. 어쨌든 정해진 법정 시간에 따라 일을 하거나 월급을 받는 개념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고 수익도 월급이 아닌 건별로 들어와요.
Q_
일을 하시며 느끼는 장점이나 단점이 확실할 것 같아요.
이 일의 장단점은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아요. 언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하고 안 할 수 있어 엄청나게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죠. 갑자기 일이 생기거나 아파도 부담 없이 일을 쉴 수 있어요. 반대로 돈이 좀 더 필요하면 일을 좀 더 하면 돼요. 단점도 여기서 비롯돼요. 바로 일을 한 번 놓으면 다시 하기가 너무 힘들어진다는 점이죠. 주위에 라이더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2~3일 정도 일을 쉬면, 다시 일하러 나가는 것이 무척 힘들대요. 그러다가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날씨가 좋지 않거나 방학이 있는 성수기에는 단가가 세서 심하진 않지만, 비수기 때는 한 번 쉬면 계속 쉬고 싶어져요.
Q_
유튜브 ‘정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계시던데, 계기가 있을까요?
일반적인 회사는 직장에 들어가면 동료나 선배가 일을 알려주죠. 업무 인수인계라는 것도 있잖아요? 하지만 배달 라이더는 이런 것이 전무해요. 센터가 있긴 하지만 앱을 깔고 아이디 만들어 교육 한 번 받는 게 전부죠. 이후부턴 무조건 혼자 일하며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기술이에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성이 필요하거든요.
실제로 일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제가 라이더들에게 정보를 주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저 같은 전업 라이더가 많다곤 하지만, 아직도 투잡, 쓰리잡으로 배달 라이더를 하는 분들이 훨씬 많거든요. 시간을 투자하며 정보를 얻기 힘든 분들을 위해 시작했죠.

Q_
일하시며 힘들거나 기쁜 기억도 많을 것 같아요.
집 앞에 “배달 기사님 드세요” 하시며 음료 같은 것을 놔두는 곳이 있어요. 그런 곳에 배달을 가면 마음이 정말 따뜻해져요. 반면, 가끔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나 무척 추운 날, 배달을 위해 가게 안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간혹 “나가서 기다리세요”라고 하시는 업주들이 있는데, 조금 속상하죠. 저희도 그 가게의 손님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럴 때마다 라이더에 대한 인식 개선이 좀 더 필요하겠단 생각을 해요.
Q_
그렇다면 라이더의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요?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처음엔 배달 일이 잠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 번에 하나의 배달만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며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일하기 좋아졌고, 오랫동안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저 역시 이런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더 많은 편견을 갖고 있겠죠. 전문가들도 좋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어요.
Q_
1월 1일부터 시행 중인 플랫폼종사자 고용보험은 조정수씨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많은 의미가 있죠. 잘 아시겠지만 이번 고용보험이 배달 라이더들에게 마냥 반가운 건 아니었어요. 안 나가던 돈이 나가니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첫 시행인 만큼 착오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실질적인 혜택 방안을 잘 보완하면 장기적으로 너무 좋은 제도니까요. 무엇보다 고용보험에 적용되는 직군이라는 사실이 배달 라이더에 대한 인식 개선이나 앞으로의 노동자 보호 제도 활용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자유롭지만
외롭기도 해요

김규남 배달 라이더
Q_
배달 라이더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첫 시작은 12년 전 고등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피자 배달이었어요.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기도 했지만, 익숙하기도 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쉴 때마다 틈틈이 배달 라이더를 했죠. 마지막으로 보안 업체에서 일했는데, 주주야야 시스템이라 몸이 많이 망가졌죠. 그에 비해 월급도 만족스럽지 않았고요. 배달 업계가 익숙해서 고민 중이었는데, 배민이나 쿠팡 등 플랫폼 사업이 활발해지고 라이더에게도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전업으로 하고 있어요. 전업 라이더가 된 지는 2년 정도 지났어요.
Q_
이 일을 하시며 느끼는 장점이나 단점이 확실할 것 같아요.
장점은 다 알다시피 자유로운 일정이에요. 최근 사전청약 때문에 서류를 떼러 관공서에 가야 할 일이 많았거든요. 원하는 시간에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여자친구와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데이트할 수도 있고요. 열심히 일한다면 한 만큼 벌 수 있어요. 월급이 아니라 주급이라는 것도 일하는 원동력이 돼요. 제가 생각하는 단점은 외로움이에요. 정말 외로워요. 혼자 일하는 직업이라 나를 스스로 다잡는 것이 필요한데, 외로움이 큰 방해물이죠. 다른 라이더나 지인과 통화를 할 때도 있지만 한계가 있어요. 저는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Q_
유튜브 ‘구나미’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유튜브를 시작하고는 외로움이 나아졌나요?
훨씬요. 많은 라이더들과 소통하다 보니 점점 외로움이 사라지더라고요. 저 같은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죠. 직장 생활에서 오는 안정감이나 서로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그리웠는데, 유튜브를 통해 많이 해소됐어요. 좋은 라이더 분들과 정보 교환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있죠. 네이버 카페도 운영하며 더 소통 채널을 늘려가고 있어요.

Q_
많은 사람들이 배달 라이더가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해요. 사실인가요?
사실이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해요. 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절대 배달 라이더를 시작하자마자 원하는 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없어요. 가끔 뉴스에서 하루에 40~50만 원을 번다, 월에 1,000만 원을 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라이더도 물론 있지만 소수라는 걸 꼭 말하고 싶어요. 배달은 너무 위험한 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이런 인식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기도 하거든요.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싶어요.
저는 10년 넘게 이 직업을 해서 배달하기에 몸이 최적화되어 있지만, 처음 하시는 분들은 장시간 오토바이 타는 게 힘들어요. 허리도 아프고 헬멧 때문에 목도 아프죠. 처음부터 많은 돈을 바라고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꼭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Q_
일하시며 힘들거나 기쁜 기억도 많을 것 같아요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당연하고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트라우마예요. 제가 큰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일하다 보면 주에 한 번은 꼭 배달 라이더가 길에 쓰러져있는 것을 봅니다. 그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고 남 일 같지 않아요. 그런 날은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일도 손에 잘 안 잡혀요. 나쁜 기억도 많지만 돈을 모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해요. 백화점에 배달 갔다가,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샀을 때 가장 행복했어요.

Q_
배달 라이더로 불안함도 많이 느끼셨다고 하셨어요.
월급을 정기적으로 받는 직장인들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부러웠던 적도 많죠. 실제로 그래서 회사를 다니기도 했고요. 저에게 맞는 일은 이 일인데,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미래를 계속 생각하게 돼요. 오토바이 용품 사업도 하고 싶지만, 지금은 돈을 모아야 하거든요. 큰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를 만나면 가슴이 덜컹해요. 항상 10시간은 넘게 일하고, 가끔 14시간씩 일하곤 하는데, 이렇게 일하다가 다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있기도 하고요.
Q_
1월 1일부터 시행 중인 플랫폼종사자 고용보험은 김규남씨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제도라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혜택은 아직 없어요. 하지만 구직급여가 나온다는 점이 든든하게 느껴져요. 특히 통보받고 실직당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소득 감소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에도 구직급여가 나온다는 것은 배달 라이더의 특성상 무척 유용하게 이용될 것 같아요. 석 달 동안 수입의 30%가 감소하면 실업급여가 나온다고 하니, 다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조금 덜 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 유튜브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여성 라이더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여성 라이더가 출산전후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