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촬영은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전국에는 나름의 신념을 지켜가며 정직하게 약초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지속 가능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약초가 오랜 관행이 아닌 건강하고 세련된 문화로 자리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이로운 풀을 알리는 사회적 기업

이로운 풀의 효능을 친근하고 따뜻하게 세상에 알리겠다는 이풀약초협동조합은 지난 2013년 설립된 사회적 기업입니다. 전국에서 약초를 재배하는 정직한 약초농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약초생산자단체 한국생약협회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이죠. 단순히 의료기관에만 공급되는 약초에서 탈피해 대중화한 약초를 가지고 소비를 확산시키고 지속 가능한 생산을 돕기 위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약초농사를 지어도 값싼 수입약재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부들이 많습니다. 반면, 소비자는 어떻게 재배되었는지 내 가족이 먹기에 안전한 약초인지를 불안해합니다. 이러한 농부와 소비자를 잇고자 이풀약초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습니다.”

17명의 조합원은 같은 가치를 가지고 9년이란 시간 동안 이풀약초협동조합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3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첫 삽을 뜬 이풀약초협동조합은 산림청의 예비사회적기업 지정과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우수창업팀 최우수상 등을 거쳐 2016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창의혁신형 사회적기업을 인증받습니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약초

중간 거래자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1차 산물의 특성을 벗어나 직접거래를 지향하는 만큼,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인증제도를 받은 농가와 거래합니다. 노봉래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한국생약협회에서 근무하던 시절, 농산물 우수관리제도인 GAP 인증을 정부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현재 조합원들은 GAP 인증을 받는 농가이거나 무농약 또는 유기농 방식으로 약초를 재배하는 농가입니다. 모든 농가가 GAP 기준에 맞게 잔류 농약 검사를 받고, 재배 이력 추적 시스템으로 관리를 받습니다.

"전국에는 나름의 신념을 지켜가며 정직하게 약초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지속 가능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약초가 오랜 관행이 아닌 건강하고 세련된 문화로 자리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약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 상품을 만들고 세상과 연결합니다."

약초의 활용법이 낯선 사람들에게 벽을 허물고자 약초 교육프로그램인 약초 학교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개월짜리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한편, 원데이 클래스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조합이 자리한 은평구의 서울혁신파크 둘레에 다양한 약초를 심었는데, 참가자들은 여기서 약초를 캐거나 재배한 약초로 차나 천연비누를 만들고 염색을 체험했습니다.

최근엔 약초의 인식 개선을 위해 구기자, 둥굴레, 황기, 칡뿌리, 맥문동, 연근, 우엉, 무말랭이, 오가피, 당귀 등을 넣어 국물 요리에 적용할 수 있는 채소다시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약초로 티백 차도 개발했습니다. 커피의 대체품으로 주목받으며 시장에서 반응도 좋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는 박람회나 회의에서 약초 차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만나기 힘들어진 코로나 이후에는 해외 쇼핑 플랫폼을 이용했습니다.

전국의 농부들이 원재료를 어느 정도 작업해 보내긴 하지만, 대량 거래가 아닌 만큼 이풀약초협동조합의 직원들이 한 번 더 꼼꼼한 검수를 거칩니다. 색상이나 알맹이 상태를 보고 고르는 작업 등이죠. 도시의 소비자들은 많은 양을 사기보다는 질 좋은 품목을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판매하는 열 여섯 가지의 약초와 일곱 가지의 블랜딩 티 그리고 채소다시 등은 생활협동조합이나 한살림 등에 판매하고 기업체에 단체 납품되기도 합니다. 간혹 수출을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해외 고객을 위해 아마존에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풀은 당장의 수익만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정성 들여 이로운 풀을 가꾸고 좋은 것만 골라 누군가에게 이로움이 되도록 전달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이풀이 가진 가치입니다.

새로운 약초의 시대를 위해

이풀약초협동조합의 가치는 약초의 대중화와 판로 개척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발달장애 청년을 대상으로 체험 행사를 개최하고 직무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등 소외계층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두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이로운 풀로 세상과 소통하기 아트워크숍‘을 개최해 발달장애 청년에게 색다른 경험을 나눴습니다. 당시 발달장애인 고용 지원을 위해 설립된 커리어플러스센터로부터 직무훈련 기회를 제공할 수 있냐는 제안을 받고 시작한 일입니다.

“서울혁신센터가 다른 사업장보다 공간이 개방돼 있고 이풀약초협동조합의 업무가 다양해서 발달장애인이 일하며 배우는 곳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취급하는 품목도 독특해 훈련생에게 좋은 경험이죠.”

주기적 참석자에겐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같이 일하다 보면 보람 있는 일도 많습니다. 발달장애인 직원과 겪은 일화를 담은 웹툰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같이 있는 김태환 씨는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는데, 최근 이런 실력으로 멋진 달력을 만들어 선보였습니다. 발달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이풀약초협동조합만의 방식입니다.

“이풀은 당장의 수익만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정성 들여 이로운 풀을 가꾸고 좋은 것만 골라 누군가에게 이로움이 되도록 전달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이풀이 가진 가치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사회적경제기업 성장집중 지원사업’ 대상 업체로 선정돼 구독경제 시장을 개척하며 유통 판로를 넓혀가고자 합니다. 약초 정기 구독 서비스인 ‘이풀 일상’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특정 달에 재배되는 싱싱한 제철 약초를 그 달에 먹을 수 있는 이풀만의 특별한 구독 서비스였죠.

이풀약초협동조합은 최근 정부로부터 GAP 인증 기관 위임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300농가를 대상으로 인증을 내어줄 계획입니다. 생산관리와 제품 생산을 판매하고 교육을 제공하려는 초기 사업 모델이 이로써 완성된 모습입니다. 오랜 시간 묵묵히 가치를 지켜온 이풀약초협동조합의 새로운 10년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Tip.

협동조합의 형태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판매나 유통의 경우 상품과 가격대를 맞춰야 해 쉽지 않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사회적경제 박람회나 장터가 열리면 최대한 참가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처음 협동조합을 만들 때 생각했던 가치를 잃지 않고, 모든 조합원이 그 가치를 향해 나가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