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촬영은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꿈꾸는씨어터는 2009년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거쳐
2012년 최종 사회적기업 인가를 얻었습니다.

나이트클럽을 공연장으로 바꾸다

대구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 꿈꾸는씨어터는 지난 2005년 대구의 여러 국악공연예술단체가 모여 시작됐습니다. 이후 2009년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거쳐 2012년 주식회사 형태로 분리 독립하며 사회적기업의 최종 인가를 얻었습니다. 꿈꾸는씨어터를 단순히 ‘극장’ 혹은 ‘극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오래된 역사만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꿈꾸는씨어터의 몇 남지 않은 창립 멤버 김필범 부대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희가 하는 일을 크게 나누자면 먼저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공간 등을 위한 공연장 운영, 공연 콘텐츠 개발, 초청외부공연, 기획공연 등 공연사업이 있고요. 이와 더불어 청소년 대상 창의체험프로그램 ‘에듀스테이지’ 운영 등 교육사업, 문화예술 분야 정부 지원사업과 축제 등 기획사업, 지역 예술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한 공연장 및 기획 활동 지원 정도로 말할 수 있습니다. 무척 많죠?”

내공 깊은 그의 미소에는 세월이 모두 담겨있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꿈꾸는씨어터는 본격 사회적기업으로 첫발을 내디딘 뒤 대관을 통한 공연 콘텐츠 개발만으로는 아이덴티티를 오래 가져갈 수 없겠다는 판단에 공연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구 남구대명동 앞산 호텔 지하에 자리한 공간이그 결과물이죠. 지금은 너른 공간과 편안한 의자, 고급 장비가 갖춰진 수준 높은 공간으로 대구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지만, 완공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참 힘들었어요. 여기는 원래 나이트클럽으로 쓰이던 공간이었는데요. 철근을 깔기 위해 무대를 뜯어내니 처음 예상보다 훨씬 더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나왔고 제거 비용을 모두 부담했어요. 포크레인이 이곳에 들어올 수 없어 돌멩이 200톤을 직원들이 모두 손으로 날랐어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1년간 공사를 멈추기도 했고요. 공연으로 돈을 모으고 기부도 받아 겨우 공사를 재개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나섰어요. 낮에는 공연하고 밤에는 이곳의 바닥재를 깔고 시멘트를 칠했죠. 지금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그렇게 2013년 완공한 꿈꾸는씨어터는 120여 석(스탠드 200석) 규모의 아담하지만 ‘속이 꽉 찬’ 공연장과 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160㎡(50여 평) 규모의 반원형 무대는 록 그룹의 콘서트에서부터 클래식 음악, 전통 마당놀이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더 많은 관객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관객이 더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특히 직원들이 음악과 상당한 세월을 함께한 이들인 만큼 공연장을 만들 때 예술인들의 편의와 질 높은 공연을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당시 최신식이라고 평가받던, 지금도 부족함 없는 장비로 세팅했습니다. 극장 공사가 멈췄을 당시, 도움을 주었던 기부자들에게는 10년간 창작극을 무료로 관람하는 혜택을 주기도 했습니다.

2013년 4월 정식 오픈한 꿈꾸는시어터는
지역 중심의 복합 문화공간으로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마을의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예술과 문화 콘텐츠의 전진기지

2013년 4월 정식 오픈한 꿈꾸는씨어터는 지역 중심의 복합 문화공간으로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풍물 굿패를 시작으로 전통음악을 해온 만큼 퓨전마당극 ‘최진사댁 셋째딸’과 넌버벌 퍼포먼스 ‘툴스’, 힐링 퍼포먼스 ‘쾌지나 코리아’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음악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공연들이 상시로 올라갑니다.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마을의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10개 가까운 국악팀을 선별해 무료로 대관해 주고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더 미래 풍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여 년 가까이 매년 100회 이상의 공연을 올리다 보니 기억에 남는 일도 많습니다. 2016년 11월, 대구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 큰 불이 났던 시기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올리던 극 후반, 시장에 불이 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0여 명의 서문시장 상인들이 해당 극을 보러 오기로 되어있었습니다.

“공연 2주 전에 불이 났어요. 저희가 준비한 건데 행여나 논란이 될까 걱정됐죠. 부담되는 상황이었어요. 우선 먼저 양해를 구했어요. 시장에 불이 나는 내용이니 불편하시면 오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작품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보고자 배우들과 연출이 화재 현장에 찾아가기도 했어요. 결국 10여 명의 서문시장 상인분들이 오셨고 극은 시작됐죠. 전체적으로 즐거운 내용이지만 마지막에 불이 나는 부분에서 맨 앞줄에 자리하신 상인 분들이 울기 시작하셨어요. 그러자 다른 관객, 배우들도 따라 울기 시작했어요. 아들과 남편을 화재로 잃은 여주인공의 마음을 판소리로 표현하는 부분이었는데, 결국 못 참고 울더라고요. 정말 모두가 펑펑 울었어요. 극이 끝나고 시장 상인 분들이 ‘오히려 위로받고 간다’고 해주셨어요.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2020년, 꿈꾸는씨어터도 코로나19의 여파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다만 최대한 비켜가기 위해 자구책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기획과 교육 분야를 탄탄히 다지고 영상 분야에 도전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오히려 1억 원 가까운 금액을 영상에 투자했어요. LED영상을 찍고 시설에 투자한 것이죠. 살아남기 위한 저희만의 방법이었어요. 돈만 좇는 단체가 아닌 만큼, 저희는 끝까지 살아 남는 것이 목표이거든요. 살아 남는 것이 강한 것이라 믿어요.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가는 것이 무척 힘들지만 그렇게 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영상이 그런 노력 중 하나였죠. 대구가 예술을 하기 최적의 도시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구는 노력하는 만큼 결과를 주는 도시입니다. 지역 예술 발전과 예술가들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