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변화는 내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한 배예은 씨는 자기 의심을 극복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었다.
또 다른 꿈을 향해 역량을 확장하는 그녀의 새로운 도전 이야기.
글. 김주희
사진. 김경수
8년 동안 이어온 직장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미래를 막연히 꿈꾸던 배예은 씨. 지난해 아파트 게시판에서 한 장의 포스터를 마주했다. 충청남도 예산군 청년도전지원사업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에 흥미가 생겼고 집에 돌아와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이란, 6개월 이상 취업 및 교육·직업훈련 참여 이력이 없는 구직단념 청년과 자립준비 청년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1~2개월 과정의 도전 프로그램과 5개월 이상 진행되는 도전+ 프로그램이 있다. 배예은 씨가 참여한 도전+ 프로그램은 밀착 상담, 진로 탐색 등의 심리 상담 지원과 외부 연계활동, 자율활동 등이 포함된다.
배예은 씨에게 청년도전지원사업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배울 수 있는 바리스타 교육 과정과 참여 수당을 지원해 주는 점이 맘에 들었지만, 선뜻 용기를 내기란 어려웠다.
“당시 제 안에는 무기력과 우울감이 깊게 자리했습니다. 시각장애를 지니고 있었기에 사람 얼굴이나 글자를 뚜렷하게 보기 어려웠거든요. 눈 건강이 악화되면서 숨어 지내곤 했습니다. 신체적인 약점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두려웠습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첫 상담을 받기까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상담사가 잘 왔다고 웃으며 반겨줄 때 비로소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을 마치고 청년도전지원사업 도전+ 프로그램 1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배예은 씨가 선택한 바리스타 교육 과정은 기대만큼 즐겁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커피머신 앞에 서 있는 것조차 어색했지만, 전문가와 함께 바리스타라는 업을 차츰차츰 알아갔다. 원두의 차이는 물론 분쇄도, 물의 온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커피의 세계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담당자와 강사의 세심한 배려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첫 상담 때 글자 크기가 18포인트 정도면 읽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매번 출력물 글씨를 그에 맞춰 제공해 준 것. 그 외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며 신경 써준 덕분에 배움으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한창 더웠던 여름날, 눈에 염증이 생겼어요. 모래 알갱이가 눈에 들어간 것처럼 통증이 밤낮으로 이어졌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수업을 불참하게 되면서 다시 무기력하고 우울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담당자분이 ‘통증이 잦아들면 우리 꼭 다시 만나자’며 큰 용기와 위로를 건네주셨는데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심한 염증이 아물었고 다시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신체적 한계 때문에 좌절하기도 했다. 자격증 실기시험 연습 중 원두 그라인더의 눈금에 맞춰 원두를 분쇄해야 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흙색 바둑돌처럼 보일 뿐이었다. 교육 강사는 분쇄도 조절 눈금을 다른 색으로 마크해 주었고, 개인 지도까지 자처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배예은 씨는 지원받은 참여수당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집에서도 카페라테 만들기 훈련에 매진하며 역량을 쌓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은 다가왔고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스스로 증명해 낸 셈이다.
이 밖에도 성격유형 검사, 노동법, 이력서 강의, 면접 코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5개월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 동기들과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꿈을 꾸며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동안 왜 그렇게 우울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저를 괴롭힌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겁 많던 저 자신이었어요. 이전에는 사람들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했거든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담당자 그리고 동기들과 함께하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두려움도 극복했습니다. 인생의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 같달까요. 이제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배예은 씨는 호주에서 귀국한 남동생에게도 청년도전지원사업을 적극 추천했다. 남동생 또한 바리스타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겼다. 꿈이 생겼다는 건 삶이 확장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던가.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동기’입니다. 용기 내고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꿈을 품었어요. 사업을 주관하는 고용노동부에서 일하는 것입니다. 제가 받은 도움을 청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지금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틈틈이 바리스타 훈련도 이어가고 있고요. 앞으로도 제 미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돌아보건대, 우리 모두는 누군가 옆에서 응원하고 부축해 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연대하는 과정을 거치며 마음 근력을 단단히 다진 배예은 씨의 앞날이 더욱 눈부시게 빛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