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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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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세상

서브타이틀이미지 꽃씨 심다

커다란 리어카, 구부러진 허리, 위험한 차도 위를 힘겹게 걷는 느린 걸음.
폐지를 모으는 어르신들의 단상입니다. 하루 종일 모아봐야 손에 쥐어지는 건 고작 몇천 원. 그런데 한 청년이 어르신들이 모은 폐지를 시중가보다 6배 더 비싼 가격에 삽니다. 다정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의 시작입니다.

글 박향아 / 편집 이선주 / 사진 이용기

  • 어르신, 폐박스 저한테 파세요. 제가 더 비싸게 살게요

    선의인줄 알았는데, 눈 깜빡할 사이에 속고 마는 각박한 세상입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는 말을 허투루 들은 제 탓을 하는 게 차라리 속이 편할 때도 있죠.
    그런데 ‘폐박스 비싸게 삽니다’라는 문구를 사업장 밖에 내걸고, 그 약속을 진짜로 지키고 있는 청년이 있습니다.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가 그 주인공입니다.

    “2013년 이른 봄날이었어요. 수레에 폐지를 가득 실은 채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할머니를 보게 됐죠. 그냥 오르기에도 힘들 법한 언덕이라 지체 없이 수레를 밀어드렸는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폐지 줍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어요. 폐지를 종일 주운 노동의 값이 겨우 몇천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그랬지만,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폐지 무게보다 더 무겁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죠.”

    ‘어르신들을 도와 폐지를 줍고 말벗이 되어드려야겠다’는 결심이 선 건 정말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이것만으로는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폐지는 누구나 주울 수 있는데 유독 폐지 줍는 노인들이 훨씬 더 많은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어요. ‘생활고 때문에’ 혹은 ‘소일거리 삼아’ 하시는 분들이 많긴 한데요. 사실 진짜 이유는 노인 일자리 부족에 있었어요. ‘일자리가 부족한 거라면, 일자리를 만들어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노인들이 주운 폐지를 비싼 값에 사들이고, 폐지로 만든 캔버스에 작가들의 그림을 덧입혀 되파는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수익금은 당초 계획대로 독거노인의 자립을 돕거나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였습니다. 그래서 러블리페이퍼의 풀네임은 ‘lovely paper(사랑스러운 종이)’가 아닌, Love와 Recycle(재활용)의 준말 ‘Love Re Paper’입니다. 종이를 재활용해 사랑을 전한다는 뜻이 담겨있죠.


폐지 줍는 노인 아니고요. ‘자원재생활동가’입니다

어르신들이 수집하는 폐지의 무게는 1명당 연간 9톤에 달합니다. 나무로 환산하면 158그루 정도 되는 양입니다. 그래서 러블리페이퍼가 하는 일은 단순히 폐지를 재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환경을 지키는 ‘노동의 가치’가 서려있는 것이죠.
러블리페이퍼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자원재생활동가’라고 칭하는 이유입니다.
자원재생활동가는 크게 두 가지 역할로 나뉩니다. 폐박스를 공급해주는 역할과 폐박스에 천을 덧입혀 캔버스로 만드는 역할이 그것입니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소풍 오는 기분이지. 같이 즐겁게 일할 동무들도 있으니 을매나 신나고 좋은지 몰라요.”

폐박스를 비싸게 산다기에 궁금해서 들어왔다가 직원이 됐다는 할머니 한 분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지만, 한 공간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사회적 관계를 맺어나간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환골탈태한 캔버스는 재능기부로 함께하는 300여 명 작가들의 그림으로 채워집니다. 자원재생활동가들의 든든한 조력자인 셈인데요. 어르신들의 손이 바빠질수록, 작가들의 손이 바빠질수록 불어나는 판매 수익금은 또 다른 어르신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 꿈이요? 멋지게 망하는 거예요

폐박스를 이용해 캔버스를 만들고 여기에 그림을 그려 되파는, 어찌 보면 단순한 사업구조이지만 러블리페이퍼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쉬지 않고 상향곡선을 그리는 중입니다.
‘폐박스를 이용해 캔버스 만드는 과정을 알려 달라’는 수업 요청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는 건데요. 강의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작품 판매로 거둬들인 수익금과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을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는 곳이 보장된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기우진 대표. 그런데 그가 돌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제 꿈은 러블리페이퍼가 멋지게 망하는 거예요.”

더 많은 노인들과 함께하고 싶다던 그가, 언젠가는 ‘더불어 사는 세상’의 가치를 함께 배워나가는 학교도 세우고 싶다는 그가, 심지어 폐지 줍는 노인들에 대한 인식개선활동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는 그가, 결국에는 러블리페이퍼가 멋지게 망했으면 좋겠다니 쉬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요. 기우진 대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러블리페이퍼가 필요 없는 세상이 진짜 좋은 세상이잖아요.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세상일 테니까요. 어르신들이 그 어떤 불편한 시선없이 자원재생활동가로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러블리페이퍼가 망하는 그 날까지, 힘써보려고요.”

회사가 망해도 좋다,는 그의 말에서 어쩐지 굉장히 큰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 러블리페이퍼,
    300여 명의 작가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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