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OCTOBER/ vol.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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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가 왔다고 이야기하는 요즘, 60대는 한창 일하기 좋은 시절입니다. 이 말을 증명하듯, 서울시 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빈원호 씨는 여전히 일자리 최전선에서 현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라희 / 사진박찬혁

외부의 위기를 딛고 도전한 새 출발

1997년은 한국인에게 깊이 새겨진 해입니다. 외환위기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시름을 겪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17세부터 27년 동안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까지 취득해 지점장이 될 만큼 금융계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온 빈원호 씨도 외부에서 밀려온 거센 파도를 피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국내의 많은 은행이 정리되었습니다. 철부지 시골 촌놈이 서울에 올라와서 내내 은행 일만 알고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직장이 사라졌어요.”

다행히 지인의 조언으로 금융공기업에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했습니다. 때마침 한 금융회사에서 임원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대로 경력을 마무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이직을 택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실 다니던 직장에 있으면 계약직이어도 큰 책임은 지지 않으니 좀 더 수월하게 일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제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임원이 되고 보니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리더군요. 그렇게 금융권에서만 35년의 경력을 쌓았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난관을 몇 차례 넘으면서 그가 얻은 깨달음은 ‘제자리에 있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기존 경력으로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에, 새롭게 교육받을 경로를 수소문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2010년에 지인의 추천으로 노사발전재단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력을 쌓으며 기회를 보다

  • 노사발전재단에서 상담을 받으며 ‘강의’와 ‘상담’이라는 새로운 진로를 발견했다는 빈원호 씨. 더불어 금융권에서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게 신용상담사와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자격증을 하나하나 취득했습니다. 이렇게 자기계발에 매진하다 보니 여러 경로로 기회가 왔지요. 산업체 출신 겸임교사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3년동안 금융, 재무를 강의했고, 예금보험공사 소속으로 2년 반 동안 생활금융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생활금융강의와 재무강의는 지금도 강사로서 종종 맡고 있습니다.

  • “뛰어난 전문강사는 아니어도 늦은 나이에 강사로 뛰어들면서 저만의 경쟁력과 강의력을 키우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 강의록을 따로 정리해서 달달 외우는 것은 기본. 사람 많은 지하철역에서 강의 연습을 하면서 담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열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이러한 경력을 인정받아 이후에도 특성화고등학교 취업지원관으로 근무할 수 있었고, 서울시 50플러스재단에도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있는 서울시 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도 강사 경력을 살려 강의에 나서고 있습니다.

나의 경험을 더 널리 전하며

서울시 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 그가 맡은 주요 업무는 생애설계와 관련한 일입니다. 50대 이상 성인들이 인생 후반전을 성공적으로 가꾸어 갈 수 있도록 재무와 건강, 사회공헌, 여가, 인간관계 등 다방면으로 상담합니다. 비록 그는 외환위기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파도를 만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절박한 심정으로 재취업을 했지만, 그보다 뒤에 인생2막을 준비하는 인생 후배들은 좀 더 수월하게 다음 단계를 밟기를 바라며 진심을 담아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50대 이후에도 가장 큰 관심사는 일자리입니다. 중장년이 재취업을 하려면 경력관리가 필요해요. 저도 이곳에서 전직지원 상담을 하지만, 기존 경력으로 이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직업을 개척하는 창직도 추천합니다. 저 역시 컨설턴트로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지금도 SNS 관련 교육을 듣고 있고요.”

어제보다 발전한 오늘을 만들기 위해 그가 하는 일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빈원호 씨는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된다면 70대 중반에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먼저 그 길을 개척하며 누군가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그는 지금도 여전히 매일매일 성장 중입니다.

성실과 열정으로
새 길을 개척하는 분이십니다

2010년경, 금융교육기관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빈원호 님을 만났습니다. 당시 소속기관에서 운영하는 강사양성과정에서 교육을 받으셨는데, 초반에는 사람들 앞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셨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용기를 내시라는 의도에서 구청에서 진행하는 구민대상 금융 강의에 빈원호 님을 추천했었죠. 초보강사에게 300명이 넘는 대형강의는 상상만으로도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게다가 강의날에 구민회관의 빔프로젝트가 고장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강의록을 모두 외우셔서 그날 강의는 무사히 진행되었죠. 이후에도 서울시서민금융상담사업, 특성화고등학교 상담 등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을 계속해서 응원하고 싶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나이는 숫자’라는 말을 진심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획을 잘 세우신다면 80세까지도 거뜬히 일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양범 매경비즈 생애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