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워킹맘·워킹대디,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한국워킹맘연구소장 이수연

육아와 일, 둘 다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매일 밤 녹초가 되어 쓰러져 버리곤 한다.
하지만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고되고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결국 워킹맘·워킹대디가 되는 걸
택할 것이다. 소중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말이다. 무엇 하나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 답답한 워킹맘·워킹대디에게 다행히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바로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장이다.

글. 박영화  사진. 김경수

한국워킹맘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한국워킹맘연구소는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워킹맘·워킹대디 전문 기관입니다. 교육, 상담, 출산과 육아휴직 복직 프로그램, 일·가정 양립 지원, 워라밸 프로그램, 인식개선 프로그램, 경력단절맘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2008년에 아이를 출산 후 친정에 맡기고 일했는데, 아이가 아프거나 힘들어하는 엄마를 볼 때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엄마로만 살기로 했죠. 하지만 내 존재는 없어진 채 엄마로만 살아가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다시 시작하는 것도 막막하더라고요. ‘나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하고 2009년에 워킹맘 100명과 함께 한 ‘해피워킹맘축제’를 시작으로 한국워킹맘연구소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소장님도 과거에는 경력단절여성이었고, 현재는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계시는데요. 왜 굳이 일을 하려고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으신가요?

물론 있죠.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게 어렵다는 건 경험하지 않아도 다들 알잖아요. 저 역시 두 아들을 키우면서 일을 하고 있어서 워킹맘의 희로애락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워킹맘·워킹대디나 경력단절여성의 고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업주부로 살아보니 전 일을 해야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저를 워킹맘 DNA가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소장님은 어떤 내용의 강연을 주로 하시나요?

일과 삶의 행복찾기(워라밸), 육아휴직복직자 대상 Re-Start 과정, 워킹맘(대디) 역량 강화 및 스마트 육아 등의 주제로 강연하고 있습니다. 15년 전 제가 강연을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워킹맘·워킹대디의 고민은 비슷합니다. 다만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정말 많아졌어요. 15년 전에는 강연에 아빠가 거의 없었거든요. 요즘은 아빠들이 많이 참석하시고,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세요. 예를 들어 아이들이 싸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와 친밀감을 어떻게 만들면 좋은지, 아이가 7세가 되면 초등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합니다.

일과 가정, 육아의 균형을 잡는 게 가능할까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잡고 두 가지 모두 완벽하게 잘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완벽하게 잘하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자녀의 생애주기별로 조금 더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가 있어요. 주로 아이의 성장 전환점 시기인데, 크게 신생아, 4~5세, 초등 입학, 초등 4학년, 청소년 시기죠. 이때는 아이에게 좀 더 신경을 쓰고 안정이 되면 다시 일에 비중을 두는 식으로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워킹맘·워킹대디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대부분 일과 육아 사이에서만 고민하고 정작 본인을 위한 노력이 없어요. 내 시간은 내가 챙겨야 합니다. 나만의 시간을 통해 정기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돼요. 물론 배우자의 도움 없이는 힘들어요. 부부가 함께 배려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엄마, 아빠가 원하는 시간을 정해 그때만큼은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해요. 중요한 부분은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목록이 있어야 합니다. 정하지 않으면 의미 없이 보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엄마의 운동 시간’으로 정하면 가족도 그 시간을 엄마의 시간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월간 내일> 7월호 주제는 ‘효율성’입니다. 소장님께서는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시간 관리를 잘하려고 하는 이유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입니다. 목표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효율성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목표를 세우고, 눈에 띄는 곳에 붙여 놓은 뒤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겠다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는 거죠. 저는 10분이라도 짬이 나면 책을 읽는데, 그렇게 한 장 두 장 읽으니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강연에서 워킹맘·워킹대디에게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해주시나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제가 못하는 요리는 더 잘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해요. 건강한 밥상을 직접 차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웃으면서 즐겁게 식사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내고 있는 대단한 존재이기 때문에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설령 아무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나 자신만큼은 “괜찮아, 지금도 잘하고 있어”, “수고했어! 오늘도”라며 위로하고 토닥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 줄 때, 가족과 주변인도 나를 귀하게 대우해 줄 수 있습니다.

설령 아무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나 자신만큼은 “괜찮아, 지금도 잘하고 있어”, “수고했어! 오늘도”라며 위로하고 토닥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워킹맘·워킹대디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자신에게 말로만 칭찬하지 말고, 더 많이 사랑해 주세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을 함부로 하지 않아요. 몸에 좋은 걸 먹고, 운동도 하면서 자신을 아껴주세요.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면 일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죠. 내가 나의 든든한 응원군이 된다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지 않을 수 있어요. 이렇게 매일매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성장하고, 아이도 건강하게 자라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