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무림지존, 취업준비생이 되다
9화. 게임 하나 만드는 것쯤이야 이젠 내공 운영보다도 쉬우니까

등장인물

주인공 무명선사

: 구파일방의 태두, 소림사의 방장이자 무림의 지존. 무림의 앞날을 결정짓는 마교와의 대격전 중 적의 사술에 당해 우연찮게 차원을 이동하여 현실 세계 오게 된 무림의 지존. 현실 세계에 도착한 첫날, 오덕오와 만나게 되어 그의 도움으로 현실 세계에 적응해 나간다. 무림으로 회귀하길 희망하지만, 당장 마땅히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오덕오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폐를 끼칠 수는 없다고 취업에 도전한다.

주인공 오덕오

: 평범한 30대 초반의 취업준비생. 우연찮게 만난 무명대사가 무공이 깊은 무림인이라는 걸 알게 되고, 무명을 이용해 자신의 막힌 기혈을 뚫을 계획으로 그를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한다.
당장 갈 곳이 없는 무명을 이종격투기 선수로 데뷔시키고 자신은 그의 매니저가 되길 희망하지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오덕오의 죽마고우 국영수

: 덕오의 표현대로라면, 남중, 남고, 공대생으로 진학한 비운의 캐릭터. 대신 그만큼 좋아했던 과목에 집중했었고, 현재는 원하던 직업을 가진 상태다.
말로는 매일 프로그램 개발자라는 자신의 직업을 한탄해 왔지만, 실상은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자부심도 크다.
덕오가 데려온 무명을 보고, 덕오가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덕오와 무명이 절친한 사이일 것이라 생각하고 무명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무림지존, 취업준비생이 되다
9화. 게임 하나 만드는 것쯤이야 이젠 내공 운영보다도 쉬우니까

글. 문수림

무명의 호언장담은 괜한 허풍이 아니었다. 정말 문자 그대로 면접관을 단박에 압도했다.

“보니까 이력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전혀 없군요. 솔직히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너무 터무니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음, 스스로 신뢰할 만한 인물이란 걸 제게 어필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쓸모 있다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그 이력의 여백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이력을 가득 채우고도 회사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저는 오늘의 만남을 위해 이력을 비워둔 겁니다. 여기서 저의 여백을 채워볼까 합니다. 제가 확언할 수 있는 건 잡다한 이력으로 채워진 다른 이들보다 제가 배움의 속도만큼은 헐씬 더 빠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근거도 없이 터무니없는 자신감만 잔뜩 뿜어내고 왔지만, 무명은 그대로 합격을 했다. 훗날 인사담당관에게 듣기로는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무명에게서는 담백한 기백이 느껴졌었고, 무엇보다 다른 지원자들을 돌아볼 여유까지 지니고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다른 지원자들을 돌아볼 여유?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별 거 없이 평소대로 했습니다. 면접장에 가서 대기하는 중에 여러 사람들을 볼 수 있었죠. 대부분 지나친 긴장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시야가 좁아져 있더군요. 그래서 증상이 좀 심각해 보이는 몇몇에게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가벼운 안마를 해준다거나 나의 기(氣)를 좀 나눠준 게 전부요. 아마도 그런 모습을 담당관이 시작 전에 이미 봤었던 것 같소.”


“역시. 결국 또 치트키를 쓰셨구만!”


무명은 그렇게 입사하여 조용히 1년간 회사 생활을 하였다.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여전히 학원을 다니며 다른 컴퓨터 언어들에 대한 지식을 넓혀나갔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쉽게 지쳐버렸을 생활이지만, 무명은 특유의 근성과 알아가는 기쁨에 취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덕오 역시 얼마간의 시간 차이는 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하여 퇴사할 생각 없이 회사를 키워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일을 했다.

여기서 잠깐!
첨단산업·디지털 분야의 실무 역량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첨단산업 디지털 핵심 실무인재 양성훈련(K-Digital Training)
K-디지털 트레이닝은 민간 혁신기관, 기업, 대학 등을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을 배우고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훈련과정을 제공하는 직업훈련사업입니다. 훈련생이 직접 경험하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이랍니다.

문의 :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TEL. 국번없이 1350)

HRD-NET 누리집 (www.hrd.go.kr)

“확실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여러모로 다르죠. 복지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회사 수익이 어느 순간 극대화 되는 경우도 없다보니 연봉도 그리 많지 않고. 그런데 또 일은 많고. 그래서 그냥 제가 먼저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요. 회사가 확 커져버리면 임원진 생각들도 바뀔 수 있을지 모르죠.”


무명의 말대로 기혈이 뚫려서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덕오는 확실히 긍정적인 자세로 변해있었다. 자기 입에 딱 맞는 회사를 고르기보단 회사가 자기 입에 맞을 때까지 덩치를 불려보겠다는 자세로 돌변해버리자 덕오의 기세는 무섭게 치솟아올라 누구보다 빠르게 정규직 전환이 되는가 싶더니 벌써부터 승진 대상자로 거론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둘 모두 취업 후 생활에 안정을 찾게 되었을 때쯤, 무명은 덕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덤덤하게 말했다.

“제가 얼마간 공부를 더 하고 나서는 직접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볼까 합니다. 완성했을 때 규모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제 혼자 힘만으로는 어려울 테니 회사에 정식으로 프로젝트 제안을 해볼 생각입니다.”


“오, 신입사원이 벌써부터 찬물을 그렇게 들이키셔도 되겠습니까? 누가 들으면 당장 내일 팀장으로 내정된 사람인 줄 알겠어요. 뭐, 하여튼, 그래서 어떤 걸 만들고 싶으신데요?”


“소승이 이곳 세계에 와서 겪은 경험, 그리고 처사님이 그간 마음 고생하셨던 시간을 바탕으로 하여 상용화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AI를 이용한 가상 면접 정도가 되겠네요.”


덕오는 무명의 말을 듣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우선 그가 지금까지 전공했던 건 웹개발 영역이었다. 그런데 AI를 이용한다는 것도 당혹스럽고, 가상 면접이라고 하니 단순히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정도로 그칠 것 같지가 않아 그 점도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다른 사원들의 힘도 필요하다고 한 것일까? 그런 것보단 그간 무명을 지켜본 대로라면, 이미 그는 덕오에게 보여주지 않았을 뿐, 수준급으로 다른 개발 언어들을 구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일단 제가 잘은 몰라도 당장 듣기에도 혼자할 일은 아닌 거 같네요. 물론, 기본적인 논리구조, 순서도? 같은 거야 일단 혼자서 짤 수 있겠죠. 데이터를 어디서 취합해 오면 좋을 것인가 하는 것도 계획할 수는 있을 테고요. 그렇지만, 그 모든 걸 실제 코딩으로 풀어내는 건 또 전혀 다른 문제이기도 하고. 어떤 디바이스를 쓸 것인도 감이 안오고. 당장 듣기로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까 싶군요. 무엇보다… 이미 면접 프로그램은 훌륭한 프로그램이 시장에 많이 나왔습니다. AI기술과 접목하여 지원자들이 모의 면접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후배들이 취업캠프에서 그런 걸 직접 경험해봤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현장에서 VR 장비를 착용하니까 눈앞에 면접관 아바타가 나와서 질문을 하더랍니다. 혹시 그런 걸 생각한 게 맞습니까?”


“정확히 거기서 힌트를 얻은 게 맞습니다. 이미 시장에는 1차적으로 AI와 사전 면접을 보는 프로그램들도 통용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래서 저는 확연한 변별력을 줄 만한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려봤습니다. 바로 게임을 접목하는 것이죠.”


“게임?”


“보통 면접은 일괄적으로 진행 후 결과는 기업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릅니다. 지원자 본인이 잘했는지, 못 했는지를 객관적인 점수가 아닌 주관적인 느낌에만 의존해서 추정할 뿐이죠. 때문에 지원자는 발표 전까지 막연한 불안함에 떨게 되고, 이후에도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은 경험이 없는 탓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여 다른 기업의 면접에서도 재차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게다가 오프라인 실전 면접은 면접관의 주관적인 성향에 따라서 지원자들의 외모에도 적지 않게 반응을 하게 됩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다거나 다변이 질문자의 의도와 맞지 않았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자신의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감점이 컸을 거라는 오해도 하게 되겠죠.”


“음, 뭐, 그런 일반적인 요소들은 다 동의해요.”


“그래서 저는 지원자의 긍정적인 마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시간 스코어 적립 기능을 삽입해봤으면 합니다. 말했듯이 게임처럼 말이죠. 그래서 VR 장비로 마주하게 되는 디스플레이 창 역시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연상하게끔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원자는 마치 게임을 즐기듯이 면접관의 의도에 부합하는 답변을 내놓을 때마다 점수가 실시간으로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저절로 긴장감이 풀리고, 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또는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잠재력을 단시간 안에 끌어올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실시간으로 스코어를 적립하고, 표기하여 보여준다는 건 독특한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다만, 정확히 반대의 경우도 있겠죠. 점수가 연이어 하락하면, 더더욱 초조해지고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 게임을 접목해 본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당연히 점수가 연이어 하락하면 페널티가 있어야겠죠. 정해진 시간이 남았음에도 점수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탈락입니다. 그건 이전의 면접 방식에서도 동일했습니다.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이를 인재라고 뽑을 회사는 없을 테니까요. 대신 제가 만들어보려는 프로그램에서는 마지막까지 역전의 기회도 제공해주려고 합니다. 연이어 점수가 급락할 때 제대로 된 답변을 하게 되면, 점수의 가파른 급등을 제공해 주는 거죠. 그래서 지원자가 심리적으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잠재된 모습의 바닥까지 드러내 보일 수 있도록 설계해 봤으면 합니다.”

img1.png

“뭐, 어떤 걸 구현하시고 싶다는 건지는 제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상용화를 할 계획이라면, 그런 식으로 모의 면접 시장을 노리려는 겁니까? 그 시장이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을 만큼 큰가요?”


“우선은 모의 면접 시장에 진입을 목표로 하지만, 그보다는 더 큰 그림이 있습니다. 기업에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게끔 플랫폼을 제작하는 겁니다. 그래서 VR 장비를 장착하지 않아도 지원자들의 개인 장비, 노트북이나 PC, 핸드폰의 카메라만으로도 체험을 할 수 있게끔 제작하는 겁니다. 회사는 이후 완성된 프로그램과 플랫폼을 수정, 보완하며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나가는 것으로 수익을 챙기고요.”


“제가 잘 몰라서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듣기로는 뭔가 굉장한 것 같고, 또 잘 될 수 있을 거 같네요. 확실히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는 모의 면접이 굉장한 메리트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회사에서도 인사담당관이 수많은 지원자들을 전부 한 자리에서 볼 게 아니라, 1차적으로 프로그램이 선별해준 인원들만 만나보면 될 테니까. 시간 자원을 절약하는 이점을 챙길 수도 있을 테고요.”


무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그래서 제가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역량임을 확인하게 된다면, 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때는 처사님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저하고요? 그때쯤이라면, 저보다는 이제 성공했으니 우리 어머니한테 밀린 방세나 좀 드리고, 소림사로 되돌아갈 방법도 좀 알아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선 시공간을 내 마음대로 거슬러서 되돌아가는 방법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현실적으로 돈이 더 필요할 겁니다. 세계 각지를 직접 돌면서 찾아봐야 할 테니까요. 그런 건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찾지 못할 게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처사님의 부모님들에겐 이미 용돈을 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오! 나도 잘 안 드리는 용돈을! 이미 제대로 출세하셨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신던 구두가 다 닳은 것 같은데 어찌 안 되겠습니까?”


무명은 고개를 내저었다.

“농담은 그쯤 하도록 하죠. 그보다는 제가 처사님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아니, 회사 잘 다니고 있는 사람하고 대체 뭘 같이 해보고 싶다는 겁니까?”


“이후에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죠. 처사님처럼 실무에 밝으신 분이 내정을 담당해 주시면, 제가 마음 놓고 개발에 전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덕오는 참지 않고 크게 웃어젖혔다.

“알겠습니다. 그 프로젝트라는 것부터 성공을 해보세요. 시작도 전에 다른 회사 인력 빼내갈 생각부터 하지는 마시고요. 하하하하.”



덕오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그 대화가 오고간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무명은 자신이 기획했던 내용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10개월이 되지 않아 모의 면접 시장에 상용화 된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었고, 해를 넘기고 나서는 최초 기획대로 <면접 제공 플랫폼 사업>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때쯤 이미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서 무명의 회사와 무명의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되며, 앞으로는 해외 시장도 노려볼 것이라는 내용들이 뉴스를 장식하게 되었다.

“어떻소? 이젠 함께 해볼 마음이 생겼소? 조금이라도 믿음이 생겼다면, 나를 도와주시오. 게임 하나 만드는 것쯤이야 이젠 내공 운영보다도 쉬우니까.”

만족도 조사 콘텐츠 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