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큐레이션

6개의 점으로 통하는 세상 한글을 만지다

6개의 점으로 통하는 세상
한글을 만지다

점역·교정사(Pedorthist)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소리와 함께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점자는 지면이 볼록 튀어나오게 점을 찍어 손가락 끝의 촉각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들어진 특수 문자로 시각장애인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점자는 크고 작은 6개의 점을 문자 및 부호를 나타내게 한 것으로 나라마다 문자가 다르듯 점자도 나라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엘리베이터 버튼, 지하철 안내도 등에서 오돌토돌한 점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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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점자는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 반포한 ‘훈맹정음*’을 토대로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날인 11월 4일 점자의 날은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권리를 신장하고 점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한국수어의 날(2월 3일)’, ‘한글날(10월 9일)’과 함께 언어와 관련된 법정 기념일입니다.

이처럼 점자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시각장애인 간 의사소통을 하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세상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바로 점역·교정사인데요. 시각장애인이 일반 도서나 강의 교재 등을 읽을 수 있도록 점자 도서로 바꾸는 일을 점역이라고 하며, 점역사는 글을 손가락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점자로 변환하는 사람입니다. 점역을 마치고, 점역된 내용을 일반 도서와 비교하면서 오타나 맞춤법 등을 교열(검열) 하는 사람을 교정사라고 합니다.

한 권의 점자 도서를 완성하기까지 짧으면 일주일, 갈게는 수개월까지도 소요되는 작업입니다. 점자 도서는 시각장애인이 신청한 도서를 구입해서 한 장씩 스캔해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텍스트로 추출하거나 사람이 직접 타이핑을 합니다. 1차 교열을 본 텍스트 파일을 점자로 제작해 점자 맞춤법에 맞게 교정을 보고 나서 점자 프린트로 출력해 책의 형태로 제본합니다. 그래프나 도표, 수식이 있는 제2외국어나 수학, 과학, 음악 등 특수 과목은 점자를 일일이 손으로 찍어 제작하게 되죠. 점자는 초성, 중성, 종성을 풀어쓰기 때문에 원고를 점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책의 분량은 2~3배, 특수 과목은 10배 이상까지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책 한 권을 점자로 번역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점자 도서는 최근 동화책이나 그림책에 투명 라벨 스티커 용지로 점자를 출력해서 붙인 점자라벨도서와 같이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함께 볼 수 있는 점자책 종류도 제작되고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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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맹정음이란?
시각장애인을 위한 6점식 한글 점자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훈민정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현직자 인터뷰를 통해 ‘점역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Q.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대구대학교 점자도서관에서 1995년도부터 점역·교정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8년째 점역사 업무를 맡아 시각장애학생의 수업에 필요한 교재, 수업자료, 읽고 싶은 책 등 인쇄된 글자를 점자로 점역해 주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점역·교정사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A.시각장애인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점역·교정사는 시각장애인들이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인쇄된 글자를 점자로 점역해 주는 역할을 해요. 인쇄된 글자를 점자로 변환하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번역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점자로 제작하는 역할을 하며 시각장애인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뿐만 아니라 그림과 같은 시각 자료도 점자로 변환한답니다.



Q. 점역·교정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보건복지부가 공인한 민간자격으로 점역·교정사 자격증이 있습니다. 점역·교정사 자격증은 1~3급으로 구분되고, 점자 상식, 점역 실기, 교정 실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과학(컴퓨터) 등 여러 과목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해요. 국내 점역·교정사는 2023년 6월 기준 전국 점역교정사 수는 1급 195명, 2급 202명, 3급 1,129명 등 총 1,526명인데 여전히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죠. 점역·교정사의 제작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까지 점역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어요. 제작 기간은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소설책은 1~2주, 전공 서적은 1~2개월, 제2외국어 원서나 수식과 도표가 많은 이공·상경계열 전공 도서는 2~3개월 정도 걸리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글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전자도서 이용자가 늘면서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습득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문자인 만큼 계속해서 점자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점역·교정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수는 총 25만 2,703명이며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 조사 결과 시각장애인 중 점자 사용이 가능한 비율이 9.6%, 불가능한 사람이 90.4% 정도라고 해요. 점역·교정이 어떻게 보면 소수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 일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읽기 쉽고 편한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교열·검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이 잘 맞지 않을까 해요.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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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생소한 분야의 책을 접할 때는 막막할 것 같은데요.

A. 제2외국어 관련 교재를 점역해야 될 때 난감했어요. 해당 언어 전공자는 아니지만 점역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물론 전문가 또는 전공자의 자문을 받아 점역을 진행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언어나 문자를 알고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제2외국어의 기본 문자 정도는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모든 분야를 다 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점역하면서 저의 부족함을 채우며 배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좋아요.



Q. 점역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제가 28년간 점역사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단순하게 점자 도서만 제작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각장애인들의 문자 생활을 돕는다는 점이 점역사라는 직업을 매력적이게 한 것 같아요. 새로운 분야의 책을 접하고, 그 책을 어떻게 점역할지를 고민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지금의 저를 만들고,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게 했어요. 점역사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는 늘었지만, 점역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에 1년 동안 출판되는 일반 도서 중에 점역 도서는 5%도 되지 않는다고 해요. 시각장애인에 대한 학습 및 독서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점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직무사전

- 직무명
점역·교정사

- 직무 정의
·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이용하여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인쇄된 글자를 점자로 번역하고 교정하는 사람

- 직무 내용
· 점역교정사는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활용해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제판기, 타자기, 컴퓨터점자프린터기 등을 이용해 점자도서를 제작하는 사람으로 해당 자격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컴퓨터,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점역하고 교정한다.

- 응시자격
1급 3급 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4년제 대학이상 졸업자/졸업예정자 또는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의 점역·교정 업무 4년 이상의 경력자
※1급은 영어 과목 필수
2급
3급 20세 이상으로 고졸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자
- 취득방법
구분 내용
검정과목 1·2급 영어, 음악, 수학/과학(컴퓨터)
3급 국어 국어
시간 각 과목 당 1시간 20분(시각장애인인 경우는 2시간)
검정방법 필기시험 국어 과목의 점자상식 분야 시험(3급만)
점역실기 일반 글을 점자로 옮김
교정실기 점자로 오기된 부분을 제시하고 바로 잡아 점자로 표기
- 관련 홈페이지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http://jum.kbuwel.or.kr/QualifyingExamination/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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