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아름답고 멋진
‘처음’을 지휘하다

지휘자 진솔

인생에서 처음은 뭐든 어렵다. ‘처음’을 빛나고 가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과 끈기, 열정이 필요하다. 모두가 다 아는 것이지만 이를 해내는 것은 늘 수수께끼 같다.
지휘자 진솔은 클래식 음악 외에도 다양한 처음을 시도하는 예술가이자 기업 대표, 선생님이다.

글. 정자은  사진. 김경수

비상설 민간 악단인 ‘아르티제’를 이끌며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를 도전 중인 ‘말러리안 프로젝트’. 게임·애니메이션 음악을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편곡해 무대에 올리는 전문 공연 기획사 설립. 드라마 <마에스트라>의 주인공 티칭과 음악 관여까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휘자 진솔을 만나 그만의 ‘처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월간 내일>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게임 음악 플랫폼 플래직의 대표이사이자 클래식 음악 지휘자로 활동하는 진솔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지휘자 역할을 맡은 배우 이영애 씨의 지휘 선생님이자 자문을 맡았습니다.

지휘자이자 대표, 드라마 제작 참여까지 지난해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던 만큼, 개인적으로 유의미한 해였을 것 같습니다.

크게 세 가지가 기억이 납니다. 하나는 지난해 3년 만에 오케스트라 ‘말러리안’의 공연을 크게 진행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교향악 거장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3번을 연주하는 ‘말러리안 시리즈 6’의 공연을 지휘했습니다.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콘서트의 3배 이상인 198명에 이르는 규모였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오랜 염원이었던 포켓몬 공연을 했습니다. 정규 계약도 맺었고요. 본사, 원작자와 정식 계약을 통해 편곡부터 모든 것들을 컨펌하면서 함께 진행하는 공연은 플래직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드라마 <마에스트라>로 배우 이영애 님과 1여 년간 새로운 도전을 했던 것입니다.

‌포켓몬의 게임 음악 관련해 어떤 성과를 이뤘는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게임 음악 쪽으로는 정식으로 저작권을 해결한 부분이 플래직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칭찬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포켓몬의 경우, 저작권 관련해 해외 IP다 보니 어려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플래직이 하나가 되어 잘 해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원활한 소통을 이뤄내 결국 공연까지 이어진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기쁩니다.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는 여성 지휘자라는 드문 주제와 함께 배우 이영애 출연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티칭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먼저 배우 이영애 님이 진솔 지휘자를 원한다고 들어서 신기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짓말 같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극 중 나오는 여성 지휘자와 저의 상황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난관을 헤쳐나가는 젊은 그리고 여성 지휘자. 이 부분이 롤모델을 삼고 작업하는데 적절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속 지휘자는 공연 외에도 여러 역할을 해내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드라마 <마에스트라>의 원작은 프랑스 드라마 <필하모니아>입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세음이는 지휘만 하는 게 아니라 공연 티켓 판매를 위한 마케팅 전략도 기획합니다. 단원들과의 관계부터 개개인의 실력 평가까지, 많은 부분에 개입하죠. ‘지휘자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분들한테 어떻게 보면 현실과 약간의 괴리감은 있겠지만, 드라마적 허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대답은 됐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휘자는 운영 기획안을 내야 하거든요.

여성 지휘자라는 이미지가 드라마 <마에스트라>를 통해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는지요?

드라마 <마에스트라>의 주인공 차세음 지휘자의 여정을 보면, 극적 재미 요소를 배제했을 때 역경이나 난관을 극복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큰 틀에서 상당히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젊은 여성 지휘자가 극에서도 희소하단 설정처럼, 실제로도 그렇고요. 노력과 끈기로 어떤 과정을 버티고 이겨내서, 탑을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여성 지휘자라는 거에 대해 단순히 상업적 포인트로 바라보기보다 여러 과정을 다 버텨내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 올라가는 노력과 열정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 <마에스트라>
차세음 지휘자를 보면,
극적 재미 요소를 배제했을 때
역경과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큰 틀에서 상당히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지휘자이자 게임음악 플랫폼 회사 대표이사가 되기까지의 원동력, 자신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구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처음부터 확실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방황하고 고민하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수업을 성실히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수업과 공부가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안경을 쓰고 책가방을 멘 다른 자신의 모습을 봤습니다.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성장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간관계를 대하는 모습까지 말이죠. 작은 도전, 긍정적인 변화를 계기로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는 해낼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진솔 지휘자님이 생각하시는 처음은 어떤 의미인지, 또 월간 내일 독자분들한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처음은 무엇이든 다 힘든 것 같습니다. 사업도 공연 프로젝트도 처음 시작할 때는 호응하는 이가 적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다져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힘들고 지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이고요. 자신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원하는 길에 대한 비전이나 목표는 나아가면서 정립하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 계획이 잘 수행되지 않는다면 변경하고 보완하면 되니까요. 지휘자 진솔의 성장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월간 내일> 독자분들도 함께 하루하루 저와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