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집사를 자처하는
반려시대

이제 더 이상 반려동물은 집을 지키는 존재가 아니다.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하나의 가족이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뒤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증인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글. 정자은 
참고. 통계청·지식재산평가센터 외 다수

반려문화의 성장,
그리고 전성시대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KB금융지주의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0%인 1,448만 명이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중 88.9%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자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인다.

마당에서 집 지키던 개,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줬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쓰고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을위해, 전용 사료와 간식을 따로 구매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 됐다. 수십만 원씩 드는 각종 병원비와 케어 비용도 기꺼이 지불한다. 유통업계에서는 ‘펫코노미’라는 표현을 쓸 만큼, 반려동물 관련 경제는 매년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동물을 넘어 식물로,
식집사의 등장

동물은 쾌적한 주거 환경과 실시간 케어가 필요하다. 동물을 키울 상황이 안 되는 사람들은 홈가드닝에 관심을 돌리기도 한다. 소위 ‘식집사’라 칭하며 반려식물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는 2019년 100억 원 규모에 불과했던 홈가드닝 경제가 2020년에 600억 원으로 증가, 2023년에는 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물을 키우는 행위도 반려동물처럼, 함께 사는 가족으로 여기며 애정을 쏟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식물을 기르는 일은 미세먼지 제거나 우울감 해소 등과 같은 건강과 정서 케어에 도움이 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식물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이다. 동물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가족이 되듯이, 식물이라고 다르지 않다.

반려문화의 시작,
외로움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2000년에 약 15퍼센트, 2010년에는 약 24퍼센트, 2020년에는 30퍼센트 이상으로 증가했다. 2030년에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는 혼자 사는 시대로 변화했다. 혼자 사는 즐거움과 함께 외로움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8년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1가량이 상시적인 외로움을 호소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PMI)의 조사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국민의 비율이 10명 중 4명에 이르렀다. 외로움의 이유가 1인 가구여서는 아닐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증가, 각자도생 문화, 이웃공동체의 해체 등의 사회적 현상이 외로움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IT업계에서는 인공지능이 우리 미래의 ‘반려’가 될 거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미 일본의 경우, 인공지능과 연애하거나 결혼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노년층에게 매일 연락해 안부를 묻고, 일상생활을 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로 어느 정도의 외로움이나 케어가 해소될 수 있겠지만, 실제 사람 간의 공감과 유대감을 대신 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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