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는 원리는 끊임없이 운동하는 회전축이 돌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도 다르지 않다.
욕망과 변화가 쉼 없이 맞물리는 에너지를 통해 진화와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에게 듣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인생을 혁신하는 방법.
글. 김주희
사진. 오충근
최근에는 ‘코나투스’라는 개념을 주제로 ‘다른 사람의 성공지도에는 나의 성장지도가 없다’, ‘복사본으로 휩쓸릴 것인가 원본으로 뒤흔들 것인가’ 등의 강연을 진행하며 자기 개발과 성공을 모방하는 대신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코나투스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보존하려고 하는 ‘관성’의 수동적인 개념과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고 하는 ‘욕망’의 적극적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우리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의 부산물로 능력이 생깁니다. 코나투스는 ‘욕망, 노력, 능력’의 삼중주가 연주되는 과정입니다. 코나투스를 실현하는 방향도 중요하죠.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욕망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데요. 방법은 딱 한 가지, 새로운 경험을 마주쳐야 합니다. 스스로 도전하고 직접 실천해 보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욕망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거죠.
돌아보건대,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몇 차례 존재합니다. 과거 고시 합격생 수기를 읽고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어느 날 밤, 책을 모두 불 질러버린 사건이 제 인생의 가장 큰 혁신이었던 것 같아요. 고시 공부를 하기로 결단을 내린 게 아니라 고시 공부를 포기하기로 한 순간, 인생이 전환된 거죠. 의무감으로 고시 공부를 했던 것과 달리 흥미롭게 다가온 책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전환점은 2015년, 킬리만자로에 오르다 위기에 빠졌을 때입니다. 정상은 안 보이고 체온은 떨어지고 물도 없고 날씨는 춥고.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할 때 옆으로 가면 되더라고요. 앞문과 뒷문이 아니라 “절벽도 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진퇴양난이라는 통념에 낯선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벽 또한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질문을 통해 비로소 사유 체계가 흔들리는 것처럼, 혁신 또한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역발상으로 생각해 볼까요? 변화를 못 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많은 계획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다짐과 결심을 거친 후 시작하는 방법을 연구하다 보면 정작 시작하지 못합니다. 방향과 의도, 목적이 정해지면 그냥 해봐야 합니다. 무엇이든 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거예요. 실천하면 내가 변화하는 방법이 떠오릅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 봐야 풀코스를 뛰는 방법을 직접 알 수 있는 것처럼요.
혁신은 생각을 갈아입는 것, 생각을 세탁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의 오래 묵은 각질을 벗겨내고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죠. 기존에 가진 생각의 배치를 바꾸면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매일 같은 연구실에 머물면 틀에 박힌 사유가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마라톤과 트레킹 등 일상의 배치를 바꾸면서 낯선 마주침을 경험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깨우침이 발현되곤 합니다.
64세가 되면 6,400m 높이의 산 메라 피크, 70세에는 7,000m 높이의 레닌 피크에 오를 계획입니다. 정상을 정복하는 등산이 아닌 입산을 하고자 합니다. 산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대화를 나누고 질문도 던져보며 대답을 안 하면 며칠 기다려 보고요.
이 과정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2025년 1월 첫 시집 출간을 목표로 집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두려운 대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두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운 거예요. 도전해서 부딪혀 보면 그 대상이 두렵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걱정만 하면 일부의 진전도 없다는 걸 기억했으면 해요.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경험을 하나하나 혁신하길 바랍니다. 자주 만나는 사람, 자주 가는 곳, 자주 읽는 책 등에 변화를 주면 경험적 마주침, 공간적 마주침, 지적 마주침으로 인한 깨우침이 생기고 삶이 바뀝니다. 흔히 혁신을 추상 명사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보통 명사로 생각해 보세요. 혁신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자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