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長壽)는 현대인의 ‘기본값’이다. 이제는 그 앞에 ‘무병’이라는 단어를 접붙이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왕이면 건강 수명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노화 속도는 되도록 줄여야 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
최근 전 연령대에 걸쳐 거세게 불고 있는 ‘저속노화’ 트렌드는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글. 강진우
저속노화는 말 그대로 노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실천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노화하면 자연스럽게 시니어가 떠오르지만, 최근에는 MZ세대가 저속노화 트렌드에 더욱 푹 빠져든 모양새다. 그 배경에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20~30대의 건강이 자리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20대 당뇨병 환자는 2018년보다 47.7% 늘었다.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한편. 통계청의 ‘2022 국민건강통계’를 살펴보면, 20대와 30대의 비만율은 2010년 각각 20.5%, 31%에서 2022년 31.1%, 39.8%로 약 10%포인트 증가했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05년 남성 6.1%, 여성 6.8%에서 2021년 남성 21.5%, 여성 20.3%로 양쪽 모두 3배 이상 높아졌다. 젊은 층이 더 이상 성인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동시에, 왜 저속노화 트렌드가 MZ세대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는지를 알 수 있는 조사 결과다.
MZ세대의 저속노화 노력은 특히 식단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흰쌀밥 같은 정제 곡물 대신 현미, 잡곡밥 등의 통곡물을 선택하고, 육류와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을 채소 중심의 건강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식 대비 적게 먹는 것도 저속노화 식단의 키포인트. 한 30대 직장인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저속노화 식단을 시작한 후 오후의 식곤증이 사라졌다”라며 SNS, 블로그 등에 저속노화 식단을 적극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속노화는 본격적으로 노화와 마주하기 시작한 시니어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다 보니 저속노화 식단, 규칙적 운동, 생활 습관 개선 등에 나서는 시니어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저속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 조성, 제도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시니어가 일상에서 독립적 생활을 유지하고 사회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기능적 역량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체계와 통합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건강한 노화를 ‘개인의 내재적 역량과 물리적·사회적 환경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정의하며, 이 두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시니어가 건강하게 나이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시니어가 마주하는 환경은 이러한 방향성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혼자 사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전체 고령자 가구의 37.8%를 차지하며, 이들 중 44%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쁘다고 평가했다. 또한 독거 고령자 중 34.8%는 몸이 아파도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고, 71%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으며, 32.6%는 대화할 사람이 없는 고립된 상태에 처했다고 응답했다. 시니어의 저속노화를 위한 사회적 연결망 구축과 체계적·다각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