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의 제민천은 서울로 치자면 청계천과 같은 곳이다. 공주 구도심을 가로지르던 이 작은
하천 주변이 되살아나고 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마을이 재정비되었기 때문이다.
재정비를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제민천 골목 일대로 떠나 본다.
글. 김민영
사진. 정우철
공주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역사 도시다. 삼국시대 때, 한성이 고구려에 의해 함락되면서 지금의 부여로 천도하기까지 64년 동안 백제의 수도로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온 덕분에 현재까지도 공산성과 공주 무령왕릉 등 다양한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다. 공주시 금학동에서 발원해 금성동에서 금강으로 유입되는 작은 하천, 제민천도 공주 역사와 함께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민천을 기준으로 형성된 마을은 오랫동안 공주의 도심 역할을 했다. 이 일대는 오랜 시간 번화해 오다가 1932년, 충남도청이 타 지역으로 이전해 생기를 잃게 된다.
인구가 줄고 쇠락하는 줄로만 알았던 구도심, 제민천 일대에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 하숙 마을, 공주읍사무소 등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구도심의 매력을 깨달은 지자체가 2014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웅진, 중학, 옥룡동 일대에 공주문화예술촌이 조성되었고 근대문화골목길, 박찬호골목길, 하숙촌골목길 등 테마를 담은 골목길이 탄생했다. 제민천 역시 생태하천 조성 사업이 진행되면서 산책로와 쉼터가 생겼고, 인근 주민들과 여행자들이 언제고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제민천 일대가 서서히 활기를 되찾자, 외지인들이 공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역사적 가치도 있으면서 아기자기한 모습을 간직한 마을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외지에서 온 청년들이 60년 역사를 간직한 한옥을 리모델링한 카페, 책 만드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는 책공방, 한옥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을 오픈하면서 제민천 일대에 숨을 불어넣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쇠락했던 동네가 생기를 찾으면서 여행자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젊은 청년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덕분에 줄어들던 인구가 늘어났고, 지역 자산을 적극 활용해 도시 정체성을 회복한 공주시는 청년 전입 인구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다. 원도심이 공주 경제에 활기를 가져다주자, 지금은 지자체와 주민들이 나서서 마을 일대를 가꾸고 있다. 반죽교와 중동교를 양옆으로 형성된 제민천 골목길은 다양한 테마를 간직하고 있어 산책하는 내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제일교회 뒤 대통 1, 2길 골목은 숨바꼭질이 생각나는 길이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날 법한 좁은 길이 여기저기 나 있는데, 이 골목을 걷다 보면 예술가들의 손길이 묻은 옛 풍경의 조형물과 아기자기한 벽화들, 모과를 따거나 마당을 쓰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태주 골목길은 그야말로 사랑 넘치는 길이다. 공주가 고향인 나태주 시인이 직접 운영하는 풀꽃문학관이 문을 열면서 이 길이 만들어졌는데, 평소 서정적이고 따뜻한 시로 사랑받는 그의 시들이 담벼락에 아기자기한 벽화와 함께 새겨져 있다.
맞은편에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 겸 카페들이 즐비한 골목길이 자리한다. 유럽 스타일 노천카페와 무인 책방은 오고 가는 여행자들과 주민들에게 새로운 쉼터가 되었다. 골목골목 꽉 찬 볼거리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저절로 떠오르는 풍경이다.
골목길에서만 끝나는 산책이 아쉽다면 제민천 종착지인 금강 둔치 미르섬까지 걷는 것도 좋다. 유채꽃, 양귀비, 코스모스 등, 계절마다 모습이 바뀌는 다양한 꽃과 공산성이 어우러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