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취업부터 산재예방까지
인공지능노동행정의 방식 바꾼다

AI 활용 고용서비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현장에서는 이미 취업을 연결하고, 산업재해를 예측하며, 공무원의 업무 방식까지 바꾸고 있었다. ‘정보 제공’에 머물던 행정이 ‘판단과 추천’으로 확장되는 순간, 노동행정의 역할 역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글. 편집실

취업은 데이터로 설계된다

3월 20일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청년과 함께하는 AI 고용서비스 오픈토크’는 조용한 행사였지만 내용은 뜨거웠다. AI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전체 취업자는 17만 2천 명으로 전년 대비 66% 늘었다. 이 중 AI가 추천한 일자리에 직접 지원해 취업까지 이어진 매칭 취업자는 2만 1천 명으로, 하루 평균 57명 꼴이다.

현장에서 드러난 수요는 구체적이었다. 구직자들은 이력서·자기소개서 컨설팅, 경력 설계, 취업계획 수립 등 ‘준비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했다. 기업은 AI 인재추천과 채용확률 분석 등 채용 전반을 지원하는 기능을 선호했다. 수요조사는 2025년 9월 고용24 온라인 설문을 통해 개인 2,319명, 기업 1,255개사가 응답한 결과다.

AI 서비스를 이용한 구직자는 미이용 구직자보다 더 다양한 직종에 지원했고, 취업 후 평균 임금도 253만 원으로 미이용자(249만 원)에 비해 소폭 높게 나타났다. 기업 측 효과도 뚜렷했다. 2025년 9월 도입된 AI 구인공고 작성 서비스를 활용한 공고는 일반 공고보다 평균 입사지원자 수가 41% 많았다.

정부는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AI 경력설계, 이력서 컨설팅, 취업확률 분석 등 기능을 올해 말까지 순차로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취업 전 과정을 설계하는 커리어 파트너로 AI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AI 일자리 매칭 취업자 추이(2023~2025)

AI 자기소개서 생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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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만든 AI, 노동행정을 바꾸다

이에 앞서 3월 13일 서울 명동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우리 노동부 AX 세미나’에서는 공무원들이 직접 만든 행정 도구들이 공개됐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산업재해 예측 AI 모델이었다. 노동행정인공지능혁신과가 AI 코딩 에이전트인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코덱스(Codex)를 활용해 직접 개발한 이 모델은 300만 개 사업장의 산재·감독 이력 데이터를 학습해 사고 위험이 높은 상위 0.6%(1만 9천 개) 사업장을 선별한다. 기존 인간 방식과 비교하면 예측 성능이 52% 향상됐다. 인간이 선별한 사업장에서 2025년 한 해 193만 일의 근로손실일수가 발생한 반면, AI가 선별한 사업장에서는 101만 일 많은 294만 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델은 단순 위험 예측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사업장을 선정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설명가능한 AI(Explainable AI)’로 설계됐다.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하기 위한 시도다.

현장 공무원들의 자발적 실험도 이어졌다. 통화 녹음을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하는 ‘사운드라이터’, 구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주는 ‘AI 자기소개서 생성기’ 등이 이미 실무에 적용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산재 예측 AI 고도화와 함께 임금체불 위험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임금체불 예측 AI’ 개발에도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김영훈 장관이 직접 ‘바이브 코딩’을 시연하며 “공무원 누구나 AI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한 장면은 행정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또 “모든 직원이 능수능란하게 AI를 활용해 임금체불 사건을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산재 취약 사업장에는 족집게처럼 컨설팅과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우리 고용노동부의 인공지능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재 예측 성능 비교

AI는 대체가 아니라 보조

두 행사에서 공개된 사례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AI는 사람을 대신하지 않는다. 직무를 찾지 못하던 청년이 AI를 통해 방향을 잡고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에 성공한 사례, 감독관이 AI 덕분에 위험 사업장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게 된 사례 모두, 기술이 사람의 판단을 보조하는 구조다.

행정의 역할도 변하고 있다. 정보를 나열하던 방식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는 선택을 제시하는 ‘추천형 행정’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다만 AI 활용에 따른 공정성과 투명성, 디지털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산재 예측 AI에 설명가능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AI 고용서비스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취업과 채용을 돕는 똑똑한 커리어 파트너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술은 이미 행정의 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AI 고용서비스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취업과 채용을 돕는 똑똑한 커리어 파트너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2026. 3. 13. AX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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