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더 큰 성장을 위한 선택,
개인이 모여 만드는 무지개

알베르토 몬디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 부회장

2007년, 한 이탈리아 청년이 한국에 왔다. 야근과 주말 등산, 끝없는 회식. 낯선 문화였지만 그는 ‘로마에서 로마의 법을 따르자’라며 묵묵히 적응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기꺼이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오작교가 되고,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며 편견을 깨고, 양국의 교류를 이어가는 일에 도전한다. 최근에는 대통령 주재 국가 관광 전략회의에도 참석하며 정책 논의에도 참여했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알베르토는 다름을 이해하고, 배우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글. 차은서  사진. 박충렬

사람, 문화, 기업 간 오작교 역할을

“처음 한국에서 직장을 구했을 때, ‘워커홀릭’들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알베르토 몬디 부회장의 첫 마디였다. 맥주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던 그는 거의 매일 9시, 10시, 11시에 퇴근했다. 회식도 많았다. 주말 등산, MT, 체육대회. 업무에 회사 행사까지 이어졌다.

“물론 회사마다 다르지만, 제가 다녔던 회사는 그때 그랬죠. 돌이켜보면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그 안에서 한국 동료들과 깊이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출신인 알베르토 부회장에겐 낯설지 않았다.

“이탈리아 북부도 워커홀릭 문화가 강해요. 조직을 중요시하고, 가족을 중심에 두고, 명절이면 다 같이 모이는 문화도 정말 비슷해요. 물론 조금 다른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로마에서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최대한 한국 사람처럼 하려고 노력했어요.”

처음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지런히 한국인들 속에서 일하고, 활동했다. 결국 그 모든 시간은 현재 알베르토 부회장의 자산이 됐다.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와 연을 맺은 것도 이 시기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일하다가 맥주 회사로 옮겨서 바쁘게 일했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그때 동료들과는 지금도 꾸준히 만나고 있어요. 만약 외국인이라고 선을 그었으면 이런 깊은 관계는 못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직장 문화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생기고, 저녁 회식도 점심 회식으로 바뀌어 갔으며, 연차 사용도 자유로워졌다. 조직 내에서도 개인의 가치가 존중받기 시작한 시기였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실천하며, 존중과 소통이
가능한 일터가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이끈다

서로 다른 방식이 만날 때, 성과가 만들어진다

그 변화의 감각은 알베르토 부회장의 다음 선택에도 이어졌다. 직장인이자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알베르토 부회장은 MBA 석사과정 중 만난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소셜 벤처기업 ‘디엘레멘트(D’element)’를 설립한 것이다.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자는 마음이 통한 사람들이었어요.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하진 않았어요. 후원금도 일부러 안 받았어요. 열심히 벌어서 좋은 일 하자는 생각이었죠”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비누 회사 ‘동구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물류회사로는 ‘두손컴퍼니’라고, 장애인이나 빈곤층, 노숙자를 채용하는 곳과 함께했다.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활동을 하는 기업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숙자 급식소 봉사와 해외 기부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통해 협력의 시너지와 다양성의 가치를 깊이 깨달았다. 알베르토 부회장은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던 시간을 떠올렸다.

“단순 반복 작업이나 손으로 하는 작업은 오히려 그분들이 더 완벽하게 하세요. 집중력이 정말 뛰어나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편견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면 얼마든지 함께 일할 수 있고, 더 좋은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믿음은 최근 글로벌기업의 팀 문화가 증명한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은 일부러 국적이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로 팀을 꾸리는데, 처음에는 비효율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력이 나오기 때문에 다양성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그는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동시에 강조한다.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 시스템이 갖춰질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도 같이 가야 해요. 정책이 있어야 기업도 실행할 수 있고, 기업이 움직여야 정책도 의미가 생기죠.”

포용은 한쪽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장을 움직이는 기업, 기반을 만드는 정책, 그리고 이를 이해하는 사회가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다양한 색이 모여,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 듯

알베르토 부회장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리 역할을 해왔다. 방송인으로서는 이탈리아와 양국 문화를 소개했고, 외국인 대표와 한국인 직원들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 벤처기업을 운영할 때는 공동 창업자들과 제휴 기업, 발달장애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집중했다. 현재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에서도 그는 이탈리아와 한국 간 기업 네트워크, 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좋은 관광지, 상품, 문화를 유럽에 알리고. 반대로 유럽의 문화나 기업, 상품을 한국에 알리는 역할. 제일 재미있고, 노하우도 있고, 계속하고 싶은 일이에요.”

그는 경험을 통해 ‘다름이 만들어내는 힘’을 체감했다. 여러 색이 어우러져 더 깊은 색을 내듯, 사람도 함께할 때 더 빛난다는 걸 그는 일터에서 배웠다. 그 믿음은 결국 ‘좋은 일터란 무엇인가’라는 그의 답으로 이어졌다.

“존중받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터, 나다움을 지킬 수 있는 조직. 그게 진짜 좋은 일터라고 생각해요.”

그가 말하는 존중은 형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는 것이다.

“자기 취향이나 생각을 존중받고, 불편한 점이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감하게 자기답게 일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지켜야, 그 다양성이 모여 더 좋은 일터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조세 연구원, 맥주 대기업, 자동차 회사, 방송인, 벤처 대표, 상공회의소 부회장. 그의 이력은 하나의 무지개처럼 다채롭다. 그리고 그 빛들을 잇는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다양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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