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온다
일하는 방식을 바꾼 기업들
일터를 바꾸면 사람도 바뀐다고, 어떤 기업들은 믿었다. 그 믿음이 제도가 되고, 제도가 문화가 된 자리에 만족한 사람들이 남았다.
글. 차유미
출처. 넷플릭스 컬쳐 덱, 에어비앤비 뉴스룸, 파타고니아 공식 블로그
넷플릭스
신뢰를 규칙보다 먼저 놓다
넷플릭스의 휴가 정책은 딱 두 단어다. “Take vacation(휴가를 떠나라).” 며칠을 써야 하는지, 언제 신청해야 하는지 적혀 있지 않다. 경비 정책도 단 다섯 단어다. “Act in Netflix’s best interests(넷플릭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라).” 복잡한 규정집 대신, 넷플릭스가 직원에게 건네는 것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맥락이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정리한 ‘자유와 책임’의 철학은 거기서 출발한다. 출퇴근을 묻지 않지만 성과의 기준은 예리하다. 규칙이 적을수록 탁월한 사람이 더 잘 일할 수 있다는 명제, 그것은 직원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신뢰의 주체로 바라볼 때 비로소 성립한다.
파타고니아
세계를 사무실로, 삶을 일터로
파타고니아 본사 앞에는 서핑 보드 거치대가 있다. 파도 예보가 좋은 날, 직원들은 실제로 일을 멈추고 바다로 나간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쓴 책 제목 <나를 해고하지 마세요, 서핑하러 갑니다>는 그래서 문학적 은유가 아니라 실제 운영 방식이다. 파타고니아는 1983년부터 사내 탁아소를 운영해왔고, 출산 휴가는 여성 16주, 남성 12주 유급으로 보장된다. 그 결과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하지 않는 미국 평균과 달리, 파타고니아에서는 지난 5년간 출산 후 복귀율이 100%에 달했다. 환경 활동 중 연행된 직원의 법률 비용도 회사가 부담한다. 좋은 직장이란 복지의 목록이 아니라, 함께 믿는 것의 깊이에서 온다는 것을 파타고니아는 40년째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 오래 머문다
2022년 4월,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전 직원에게 이메일 한 통을 보냈다. “어디서든 살고 일할 수 있습니다. 이사를 해도 연봉은 바뀌지 않습니다.” 미국 내 어느 주로 이동해도 급여는 그대로이고, 전 세계 170개국에서 나라당 최대 90일씩 원격 근무도 가능하다. 소식이 알려지자 채용 페이지에는 단숨에 80만 명이 몰려들었다. 직원에게는 연간 2,000달러의 여행 크레딧도 주어진다. 쓸 수 있는 곳은 전 세계 에어비앤비 숙소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직접 예약하고, 체크인하고, 불편을 겪어야 비로소 고객의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제품에 직접 살아라(Live the product)’는 이 제도의 조용한 철학이다.
만족한 사람이 일을 잘한다
넷플릭스는 규칙을 지웠고, 에어비앤비는 공간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파타고니아는 가치를 일터 안으로 들였다. 방식은 달랐지만 세 기업이 도달한 지점은 하나로 겹친다. 직원을 만족시키는 것이 곧 성과를 만드는 일이라는 믿음이다. 이것은 이타심이 아니다. 만족한 사람은 오래 머물고, 깊이 생각하며, 자발적으로 움직인다는 오랜 관찰의 결론이다. 통제가 아닌 신뢰, 규정이 아닌 맥락, 복지가 아닌 가치. 세 기업의 실험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그것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