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레시피
애호박 사워크림 소스를 곁들인
월과채롤
잘 볶은 애호박이 주인공이었던 궁중 숙채, 월과채. 찹쌀부꾸미를 한 장의 피처럼 펼쳐 그 안에 재료를 돌돌 말아내니, 애호박은 익숙한 맛을 지키면서도 다른 재료의 풍미를 감싸안는 가장 아름다운 조연이 되었다. 한입에 여름의 식감과 빛깔이 함께 담기는 롤이다.
글과 레시피. 김희은 셰프
일러스트. 냉무
글과 레시피를 보낸 김희은 셰프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소울’을 이끄는 오너 셰프로,
일상적인 식재료와 장 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스물한 살, 요리학교에 입학해 2학년이 되면 자신이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분야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망설임 없이 한식을 택했다. 가장 익숙한 음식이었지만 그 안엔 가장 깊은 세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오래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결이 드러났고, 평생을 공부해도 끝에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무한한 깊이가 나를 이 길로 이끌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매력에 깊이 빠져들던 무렵, 오랜 시간 세종호텔에서 한식을 연구하고 이어오신 교수님께 궁중 숙채를 배우게 되었다. 그때 처음 만난 요리가 바로 월과채였다. 수수한 재료 하나에도 섬세한 칼질과 정성이 깃들고, 먹는 이를 향한 배려가 한 접시에 고스란히 담기는 요리였다. 그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이 길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나는 요리를 배우는 동안 재료를 대하는 마음과 사람을 헤아리는 시선,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함께 익혀가고 있었던 것 같다.
여름이면 시원한 냉국도 좋고, 매콤하고 자극적인 음식이 유난히 당길 때도 있다. 하지만 애호박이 가장 맛있어지는 이 계절이 오면, 나는 가장 먼저 그때의 월과채를 떠올린다. 이름만 보면 월과, 즉 애호박이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내가 다시 풀어낸 요리에서는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조연이 되기를 바랐다. 제맛을 앞세우기보다 다른 재료의 풍미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한 접시의 균형을 완성하는 존재로 말이다.
원래의 월과채는 잘 볶아낸 애호박에 간장 양념으로 맛을 낸 소고기와 표고버섯, 지단, 찹쌀부꾸미를 함께 버무린 뒤 잣가루를 뿌려 마무리하는 궁중음식이지만, 나는 이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 찹쌀부꾸미를 넉넉하게 부쳐 한 장의 피처럼 펼치고, 그 안에 애호박을 비롯해 저마다 다른 식감과 빛깔을 지닌 재료들을 차곡차곡 담아 돌돌 말아냈다. 익숙한 맛은 그대로 간직하되, 한입에 다양한 식감과 계절의 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롤 형태의 요리로 재해석한 것이다. 여기에 남은 애호박으로 사워크림과 함께 퓨레를 만들어 곁들이면, 입안에서 푸른 여름이 비로소 시작된다.
애호박 퓨레를 곁들인 월과채롤
월과채는 궁중의 여름 숙채 요리로, 조선호박(현 애호박), 쇠고기, 표고버섯 등을 채 썰어 볶고 찹쌀부꾸미와 함께 무쳐 냅니다.
재료
쌀전병 습식 찹쌀가루 100g, 습식 멥쌀가루 50g, 흑임자 15g, 소금·설탕 약간
부재료 빨간 파프리카 1개, 달걀 2개, 건표고버섯 5개, 애호박 1/4개, 당근 1/3개, 미나리, 꿀(1ts)
허브 크럼블 버터 30g, 건식 빵가루 25g, 레몬 1/2개, 애플민트 5장
갈비 소스 진간장 25g, 설탕 8g, 물엿 45g, 배 20g, 다진 양파 10g, 다진 대파· 다진 마늘·참기름·참깨·후추 약간
이렇게 만들어요!
반죽·지단: 찹쌀·멥쌀가루(2:1)에 소금 1.5g·설탕 7.5g·뜨거운 물(35~45g)을 넣고 익반죽한다. 팬에 넓게 펼치고 흑임자를 뿌려 지져낸 뒤 식힌다. 노른자는 소금 간을 해 얇게 지단을 붙여 채 썬다.
손질·볶음: 파프리카·애호박은 채 썰고 미나리는 다듬는다. 불린 표고버섯은 채 썰어 갈비 소스에 재운 뒤, 애호박 → 파프리카 → 버섯 순으로 불맛을 살려 볶는다.
성형: 전병에 꿀을 바르고 파프리카, 당근, 황지단, 애호박, 생미나리, 표고버섯을 올려 말아준 뒤 한 입 크기로 썬다.
소스류: 141℃ 브라운 버터에 빵가루, 레몬 제스트, 민트 잎을 섞어 허브 크럼블을 만든다. 볶은 애호박(50g) , 사워크림(10g) 소금을 갈아 체에 내려 퓌레를 만든다.
완성: 핑거푸드(쌀종이+크럼블+롤) 또는 접시 차림(퓌레+허브) 스타일로 잣가루를 고명으로 올려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