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감각

인내의 시간이
만들어 내는 기적

 



옻칠은 시간 위에 시간을 쌓아 올립니다.
한 겹이 숨을 고르는 동안,
다음 겹은 아직 오지 않은 기다림 속에 머뭅니다.
서두르지 않는 그 느린 축적 속에서,
마침내 빛은 스스로 깊어집니다.
보이지 않던 모든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윤기로 떠오릅니다.

통영 나전칠기의 눈부심은 반복의 자식입니다.
자개를 붙이고, 칠하고, 갈아내고, 다시 칠하는
그 끝없는 되풀이 속에서 문양은 제 목소리를 찾아갑니다.
한옥 단청의 색은 벽의 호흡에 자신을 맡기며,
계절들이 지나가는 동안 천천히 제 자리를 찾습니다.
찬란함의 이면에는 언제나,
아무도 세지 않은 기다림의 날들이 겹겹이 누워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더딘 날들, 의미를 잃은 듯 반복되는 아침들,
한동안 표정 없이 흐르는 시간들.
그 모든 것이 사실은 하나의 결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결이 빛을 머금으리라는 믿음,
아직 오지 않은 광택에 대한 신뢰,
그것이 인내가 남기는 가장 조용한 기적입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천천히, 한 겹 한 겹, 제 속도로 쌓여갈 뿐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 안에서 무언가 빛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