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10월, 타지키스탄 국적 외국인 근로자가 처음으로 고용허가제(EPS)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17개국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타지키스탄 근로자는 모두 3명. 그 중 소누(JURAEV SOBIR) 씨는
현재 경기도 연천의 한 공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고향에 가족들과 함께 살 집을 짓고 싶다’는 꿈 하나로 하루를 채워 나간다.
고향 하늘 아래 지어질 ‘예쁜 집’은 오늘도 그를 일터로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이다.
글. 차은서
사진. 오충근
소누 씨가 한국에 첫 방문하던 날, 그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타지키스탄 근로자로서 열심히 일해 한국에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약 두 달이 흘러, 소누 씨가 일하고 있는 경기도 연천 소재의 서은금속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어느새 익숙해진 인사말로 맞이하는 소누 씨는 금세 한국 생활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그가 근무하는 서은금속은 강주물 주조업체로, 기계 부품이나 산업용 주물 제품을 제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소누 씨는 다양한 금속 제품을 만드는 주조 업무를 맡고 있다.
”금속을 녹여 금형에 붓고, 다양한 제품으로 성형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타지키스탄에 있을 때부터 아크용접을 해왔던 터라, 하던 일을 했으면 했어요. 아쉽게도 제가 있는 근무지에는 아크용접 일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힘들진 않아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즐겁습니다.“
소누 씨는 잠시 아쉬움을 느꼈지만, 곧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배우자.’ 그렇게 시작된 주조 작업은 이제 그의 또 다른 기술이자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되고 있다.
소누 씨가 한국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주변 친구들이 고용허가제(EPS·Employment Permit System)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부터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던 그에게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친구 세 명과 함께 이 제도를 이용해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신청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들어오는 날은 무척 떨리고 행복했습니다. 함께 들어온 친구들도 지금 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소누 씨와 함께 입국한 미누, 우빈 씨는 지난 2024년 타지키스탄이 한국 고용허가제 17번째 송출국1)으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근로자다. 고용허가제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제도로,
한국의 중소기업이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한국과
송출국 정부, 공공기관이 선발과 도입 과정을 맡아 민간 브로커 개입과 과도한 송출 비용을 줄이고, 합법적인 절차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누 씨 역시 이 제도를 통해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했다.
인도네시아, 네팔,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필리핀, 파키스탄, 미얀마, 동티모르, 베트남, 태국, 몽골, 중국, 라오스, 타지키스탄
물론, 타향에서의 생활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소누 씨에게도 문화차이에 적응하는 시간은 필요했다.
“친구들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서 혼자 일하는 게 어렵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한국 음식이 조금 힘들었어요. 타지키스탄은 빵이 주식인데 빵이 없어서 적응하기 어려웠거든요. 돼지고기도 못 먹었고요.”
할랄 문화권에서 자란 그에게 한국의 음식 문화는 낯설 수밖에 없다. 밥과 국, 김치, 그리고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다양한 요리까지. 새로운 나라에서의 생활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을 터다. 처음 낯선 환경에서의 시간을 회상하는 소누 씨는 이내 다시 밝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돼지고기는 못 먹지만 소고기나 닭고기는 먹을 수 있어요. 그런 음식이 많아서 먹는 건 많이 해결됐어요. 점심시간이면 밥도 나오고, 한국에서 일하며 친구도 벌써 10명을 사귀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일하니 외롭지 않고 일하는 환경도 좋아요.”
작업장에서 함께 동선을 맞추고, 쉬는 시간에는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10명의 친구’가 생겼다. EPS 제도는 이렇듯 안정적인 일터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기도 하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업장에 배치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취업
과정과 체류, 귀국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관리·지원한다.
한국어는 아직 서툴지만, 그는 필요한 한국어 표현을 조금씩 익히며 매일매일 ‘더 나아지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소누 씨가 한국에서의 생활에 이토록 적극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마음속에 품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올 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요.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면 가족들과 함께 살 예쁜 집을 짓는 게 꿈이거든요. 새로운 집을 지어서 가족과 함께 사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일합니다.”
그가 오늘을 열심히 사는 이유, 바로 새로운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에서 흘리는 오늘의 땀방울은 훗날 타지키스탄에 짓게 될 집과 연결돼 있다. 고용허가제는 일정 기간 한국에서 일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한 제도다. 그래서 소누 씨에게 이 시간은
단지 ‘지금, 여기’만이 아니라 귀국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는 한국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어 공부다.
“아직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한국어가 서툴러요. 지금도 좋지만, 한국어를 더 잘 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편하고,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어요.”
지금은 주조 일을 배우며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언젠가 한국어 실력이 더 좋아지고, 더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면, 자신이 가진 기술과 경험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타지키스탄 청년 소누 씨. 그는 오늘의 노동이 언젠가 가족이 함께 지낼 공간을 마련하는 거름이
될 것이라는 꿈을 꾸며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작업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