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MOEL
푸른 꿈,
세상 밖으로 껑충 뛰어나오다
2026 직업계고 K-TECH
아이디어 챌린지 대상
세명컴퓨터고등학교 ‘알송달송’ 팀
지난 9월 1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직업계고 K-TECH 아이디어 챌린지1’에서 세명컴퓨터고등학교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 ‘알송달송’ 팀은 84개 참가팀 가운데 대상을 차지했다. 불편 한 조각이 씨앗이 되고, 거듭된 실험이 거름이 되어 결실로 익었다.
글. 차유미
사진. 오충근
알송달송,
상자 더미에서 궁금증이 쌓였다
출발점은 팀원 이주형 학생의 아버지가 일하는 택배 현장이다. 명절처럼 물량이 몰릴 때면 주형 학생과 나은우 학생이 아버지의 일손을 보탰다. 쉬지 않고 밀려오는 상자를 분류하고 나르는 동안 두 학생은 이 일이 얼마나 무거운지, 현장을 꾸려 가는 일이 얼마나 막막한지 몸으로 알게 됐다. 그 경험이 팀의 목표가 되어 다섯 명의 마음이 모였다.
“현장에서 직접 겪은 진짜 문제들을 학교에서 배운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기술로 직접 해결해보자!”
모인 이는 송희찬, 이주형, 나은우, 권정달, 이진 학생이다. 팀 이름에도 그 마음이 담겼는데, 처음에는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나알송달송’이라 불렀다가 “조금 길다”는 의견이 나와 프로젝트의 핵심인 ‘알찬 배송, 달달 배송’을 줄여 지금의 이름으로 다듬었다. 고등학생다운 위트가 묻은 이름이다.
직접 현장에서 물으며 문제를 찾다
대회에 나선 계기는 역시 궁금증이었다. 학생들은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학교 울타리를 넘어 실제 현업 전문가분들이 보기에도 가치가 있을까?” 하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택배 지점을 직접 찾아가 기사님들과 직원분들을 만났다. 대형 물류센터에는 자동화 시스템이 일부 있지만 기사님들이 일하는 지점과 작은 배송 현장에는 이런 기술이 닿지 않았고, 고충은 한곳으로 모였다. “누가, 어느 단계에서 훼손했는지 불분명해 생기는 갈등과 스트레스가 크다.” 상자가 망가졌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 가리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학생들은 단순한 배송 조회 대신 ‘인공지능 기반 파손 검증 및 책임 명확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이미지 인식으로 택배 파손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해 기록하고 배송 순서까지 자동으로 추천하는 이 시스템은, 경험과 감에 기대던 배송 현장을 데이터로 관리해 보자는 시도였다.
1. 미래유망분야 고졸인력양성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대회. 기업이 산업현장의 문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훈련 과정에서 습득한 전공지식과 신기술을 활용해 기업과 함께 해결하는 ‘기업 연계형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네 번째로 열렸다.
일부러 상자를 찌그러뜨리다
인공지능이 파손을 알아보려면 먼저 배워야 한다. 팀은 로보플로(Roboflow)의 공개 데이터셋 ‘damaged-box-detection(파손된 상자 사진을 모아 둔 학습 자료)’으로 기본 모델을 학습시켰다. 그다음에는 직접 상자를 찌그러뜨려 가며 각도와 파손 유형을 바꿔 인공지능이 알아보는지 확인했다. 처음에는 멀쩡한 상자를 파손이라 하고 찌그러진 상자를 지나치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데이터셋을 다시 정리하고 테스트를 반복하며 한 가지를 배웠다.
“인공지능(AI)의 판단을 무조건 믿기보다는 사람이 직접 검증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파손 인식 모델과 실시간 데이터베이스, 사용자 앱을 한 줄로 잇는 작업이었다. 데이터가 꼬이고 속도가 느려질 때마다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교내 실습실에 남아 데이터 흐름을 하나씩 다시 그렸고, 그 사이에도 택배 기사님과 고객이 버튼 몇 번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만은 놓치지 않았다. 심사단은 택배 기사와 소비자의 실제 요구를 조사한 점, 기업 현장 문제와 훈련 기술을 연결한 점, 사용자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 간 과정을 높이 샀다.
실습실의 밤이 길러낸 개발자의 꿈
이 작업의 바탕에는 학교 수업이 있었다. 파이썬(Python), 자료구조, 인공지능 모델링, 자바(Java) 앱 개발 실습에 ‘미래유망분야 고졸인력양성사업2’의 실무 훈련과 전문가 멘토링(mentoring)이 더해지면서, 복잡한 알고리즘(algorithm)을 데이터베이스와 모바일 앱에 잇는 힘이 자랐다.
진로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화면에 코드를 입력하고 실행하는 데서 만족했지만, 이번에는 “기술로 사람들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쾌감”을 맛보았고, ‘현장 밀착형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자’라는 꿈을 키우게 됐다. 시작할 때는 “고등학생인 우리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얻은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학생들은 이번 상을 발판 삼아 또 다른 공모전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교내 실습실의 불은 당분간 꺼지지 않을 모양새다.
진유정 지도교사의 평가도 따뜻하다. “성실하고 열심히 해 온 학생들이 이런 성적으로 돌아온 게 참 보기 좋습니다. 현장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끝까지 파고들어 해결하려는 집요함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은 후배들에게도 한마디 남겼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여러분만의 멋진 가능성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명절이 돌아오면 상자는 다시 쌓인다. 파손 하나를 두고 눈치 보는 일도 여전하다. 그러나 그 상자 더미 곁에서 의문을 씨앗처럼 주워 간 학생들이 있고, 그 씨앗은 이미 한 그루의 나무로 서 있다. 다음 계절에는 그 나무 아래에서 또 다른 질문이 자라날 것이다.
시작할 때는 걱정이 앞섰지만
학생들이 얻은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2.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의 협업훈련 모델. 교육부 기준에 따라 신기술 분야로 교과를 개편한 직업계고 학과에 고용노동부가 체계적인 실무 훈련을 지원한다. 현재 76개교 95개 학과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