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

일터에서 마음까지
보호받을 울타리

세계의 직장 내 괴롭힘 대응법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울타리로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글. 편집실 출처. 노동법률, 국제노동기구(ILO)

스웨덴 세계 최초의 법령이 남긴 출발선

스웨덴은 1993년 세계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령(AFS 1993:17)을 통과시키고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계기는 연구자 하인츠 레이만(Heinz Leymann)의 경고였다.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해마다 100~300명에 이른다는 주장은 인구가 많지 않은 이 나라에 큰 울림을 남겼다. 초기 법령은 정의를 세우고 사용자에게 예방·대응 의무를 맡기되 촘촘히 감독하지는 않는 기초적인 형태였다. 피해율은 자기보고 방식 기준 3.5% 수준으로 낮게 이어졌지만, 신고가 드물다 보니 관리자들이 대응 절차를 접할 기회조차 적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원칙은 2015년 ‘조직적·사회적 작업환경 규정(AFS 2015:4)’으로 다듬어졌고, 2025년부터 새 규정 체계(AFS 2023:2)로 옮겨 이어지고 있다.

벨기에 전문가에게 열쇠를 맡긴 구조

벨기에는 2002년 6월 11일 「직장 내 폭력·정신적 괴롭힘·성희롱 보호법」을 제정했다. 베르겐 그룹 출신 연구자가 입법에 참여한 만큼 노르웨이의 ‘방지조언사 제도’를 들여와 유형과 등급을 세분화했다. 괴롭힘 사건을 독립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최고 등급인 ‘심리사회적 방지조언사’뿐이다. 관련 분야 석사 학위에 1년 반의 전문 교육과 5년 경력을 갖춰야 하는 자격으로 사측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받는다. 이들을 거치지 않고 사건을 처리하거나 직원에게 이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으면 위법이다. 행정기관도 신고가 들어오면 방지조언사를 배정한다. 신고 검토와 조사, 사측 조치 감시를 거쳐 조직문화 진단과 예방 계획 수립까지 맡는다. 2014년 개정으로 보호 대상은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아우르는 심리사회적 위험 전반으로 넓어졌다.

일본 ‘파와하라’에서 ‘카스하라’까지

일본은 2019년 「노동시책종합추진법」을 고쳐 이른바 ‘파와하라 방지법’을 마련했다. 대기업은 2020년 6월, 중소기업은 2022년 4월부터 사내 방침과 상담 창구를 갖춰야 한다. 법은 우월적 관계를 배경으로 업무상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를 넘어선 언동으로, 근로자의 취업환경을 해치는 행위를 괴롭힘으로 본다. 적정한 업무 지시와 지도는 여기서 제외된다. 정부 지침은 신체적 공격, 정신적 공격, 인간관계에서의 분리, 과대한 요구, 과소한 요구, 사생활 침해의 여섯 유형을 제시한다. 올해 10월 1일부터는 고객의 폭언, 이른바 ‘카스하라’ 대응까지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업주의 의무가 되었다. 계산대 너머 손님의 고성도 이제 회사가 함께 막아야 할 몫이다. 전화와 SNS로 이어지는 폭언도 여기에 포함된다.

프랑스 법전에 새긴 정의와 형벌

프랑스는 2002년 1월 17일 「사회현대화법」으로 ‘정신적 괴롭힘(harcelement moral)’을 노동법과 형법에 함께 들였다. 현행 노동법전 L1152-1조는 “어떤 근로자도 권리와 존엄을 해치거나 건강을 훼손하고, 직업적 장래를 위태롭게 할 만큼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반복적 정신적 괴롭힘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L1152-4조는 사용자에게 괴롭힘을 막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 형법 222-33-2조는 가해자에게 징역 2년, 벌금 3만 유로까지 물릴 수 있게 했다. 피해자는 사용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괴롭힘을 증언한 동료 역시 불이익으로부터 보호받는다. 예방은 사용자의 책임으로, 처벌은 가해자의 몫으로 분명히 나눠 맡긴 셈이다.

캐나다 북미의 문을 연 퀘벡

캐나다는 북미에서 가장 먼저 움직였다. 퀘벡주는 2004년 6월 1일 「근로기준법」에 ‘심리적 괴롭힘’ 금지 조항을 넣었는데, 차별과 무관한 괴롭힘까지 금지한 북미 첫 사례로 꼽힌다. 연방정부는 2021년 1월 1일 「캐나다 노동법」 개정(Bill C-65)과 「직장 내 괴롭힘·폭력 예방 규정」을 함께 시행했다. 은행·통신·항공 같은 연방 규제 사업장은 예방 방침과 교육을 갖추고, 위험 요인 평가를 3년마다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재택근무지와 출장지, 회사가 연 행사도 ‘일하는 곳’으로 본다. 고객 등 외부인이나 가정폭력이 일터로 번지는 경우도 위험 요인으로 평가한다. 퇴직자도 퇴사 후 3개월 안에는 재직 중 겪은 괴롭힘을 사업주에게 알릴 수 있다. 사무실 문을 나선 뒤에도 보호가 한동안 이어지는 셈이다.

글로벌 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