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MOEL

평범하지만 빛나는 하루,
다시 시작되다

도약보장 패키지 대국민참여 수기 대상 최윤희 씨

누구나 삶이 잠시 멈추는 때가 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조용히 옆에 있어 준다면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최윤희 씨가 불안을 넘어 다시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까지 ‘도약보장 패키지’가 있었다.

글. 차유미  사진. 김규남

“요즘, 하루가 참 조용하고 단단해요”

초등학생들이 하나둘 교문을 빠져나오면, 최윤희 씨의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방과 후 아이들이 돌봄센터에 도착하면 그녀는 하나하나 눈 맞춤하며 아이들을 맞이한다. 숙제를 봐주고, 그림을 그리고, 다툼을 중재하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 하루하루 반복되지만, 그녀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녀는 말한다.

“바쁘긴 해도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늘 고맙습니다.”

퇴근 후엔 책을 읽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주말이면 문화센터나 여성회관에서 열리는 좋은 강연을 찾아 듣고, 영상 편집 수업도 빼놓지 않는다. 그렇게 배운 것들은 블로그에 차곡차곡 정리된다. 처음엔 개인 기록이었지만, 지금은 지역 시민체험단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그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눈다.

“아이들과 나누는 일상 그리고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제 미약한 글이 소비자나 사회적기업엔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뿌듯하기도 하고요.”

평범한 일상을 다시 누리고 있다는 그녀의 눈은 빛났고, 목소리와 마음은 단단함이 느껴졌다.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뒤 잔잔해진 바다처럼 예전의 불안함 대신 평화와 안정감이 자리 잡은 일상이 그녀에게 다시 시작됐다.

“일 하나만 믿고 살아왔는데,
그게 사라지더라고요”

10년 넘게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왔다. 교재를 만들고, 행사를 준비하고, 밤늦게까지 계획안을 다듬으며 보낸 시간이 전부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원아 수가 급감했고, 결국 직장을 잃었고 그간의 정성과 자료를 정리했다. “그냥··· 멈췄어요. 아침에 일어날 이유도 없고, 자존감이 무너졌죠.”

아이를 홀로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던 그녀에게 실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었다. “하늘이 한순간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렇게 고용복지센터에 실업급여 신청을 하러 간 날, 문 앞에서 작게 붙어 있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가 걱정이라면, 얘기해봐. 들어줄게.’ 이상하게 그 문장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시작된 게 도약보장 패키지였다.

“제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구직자 도약보장 패키지는 취업상담이 필요한 청년 등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AI기반 잡케어(Job Care)로 직무역량과 능력을 진단하고, 전문상담사가 맞춤형 취업계획과 채용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심리적 안정부터 직업 탐색,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자격과정 및 실무교육, 이력서 컨설팅과 모의 면접까지 단계별로 구성돼 있다. 최윤희 씨에게 처음 만나는 상담사는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성향 분석과 적성검사를 함께하면서, 그녀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게 도와주었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에 시시콜콜 제 얘기를 쏟아내기 바빴어요.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이야기까지도 공감해 주시면서 제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직접 찾아보시고 연락을 주셨어요. 상담사님과의 만남이 반복될수록 막연했던 것이 뭔가 분명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녀는 보육 외의 길도 궁금했다. 상담사의 안내로 무료 강의와 자격증 과정,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들을 접했고, 하루하루 일정표를 꽉 채우며 수업을 들었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실버놀이치료사 자격증을 땄고, 컴퓨터 실무와 영상 편집 수업도 수료했다. 강의 요약, 독서 노트, 들었던 강연의 인상적인 부분을 일일이 손글씨로 정리해 가며 하루하루를 쌓아 올렸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없을 거예요. 일은 없어도 할 일은 있었거든요. 두려움이 점점 기대감과 자신감으로 바뀌었죠.”

“다시 걸을 수 있었던 건,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기대한다고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은아니었다. 이력서를 여러 곳에 냈지만, 돌아오는 건 “경력자가 필요하다”는 말뿐이었다. 자격이 있어도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문턱에서 멈췄다. 다시 조급해졌다. 그럴 때마다 상담사는 방향을 조금씩 조정해 줬다. 인터넷으로 서류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이력서를 제출하고,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상담사의 조언이었다.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주는 것 같았다. 그때 상담사는 “너무 한 방향만 보지 마세요. 사회복지사는 아이들도 필요로 해요.”라고 말해줬다. 그 시야를 넓혀, 아동돌봄센터로 눈을 돌리게 됐다. 지금 일하는 돌봄센터는 그렇게 찾아온 자리였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 상담사가 “잘하셨어요”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채용이 확정된 날엔 함께 기뻐했고, 근속 6개월이 되면 꽃다발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지금 그녀는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도, 배움도, 아이도, 일상도 그녀만의 속도로 균형 있게 이어간다. 구직자 도약보장 패키지가 인생을 완전히 바꿔줬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이 가장 흔들릴 때 누군가 곁에 있어 줬다는 사실은 오래 남는다.

“실직이라는 폭풍 속에서 만난 따뜻한 손길 덕분에, 저는 이제 제 속도로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어려움은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을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음에 조용히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