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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머문 한여름의 숨결

석촌호수에서 여름나기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는 여름이다. 하지만 덥고, 지친다고 해서 실내에만 있다가는 싱그러운 여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만의 방법대로 이 여름을 즐겨보자.
가만히 둘러보면 우리 가까이에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으니까.
이를테면 여름이면 시민들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처럼 말이다.

글. 김민영 사진. 정우철

화려한 동네 잠실이 간직한 역사

서울 잠실은 롯데월드, 롯데타워, 송리단길 등이 자리하고 있는 핫플레이스 중 하나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서 하루에도 많은 사람이 잠실을 찾곤 한다. 지금이야 모두가 인정하는 서울의 핫한 동네지만, 잠실은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 한가운데에 있는 섬이었다고 한다. 1971년, 섬이었던 이곳은 한강개발사업에 의해 메워졌고 아파트와 종합운동장이 들어섰다. 그때부터 지금 우리가 아는 ‘잠실’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잠실’이라는 이름 역시 섬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름 유래는 섬과는 연관이 없다. 과거에는 합성 모직이나 양모를 얻기 어려웠기에 누에로 실을 얻어 베를 짜기 위해 누에를 사육하던 방을 ‘잠실(蠶室)’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 누에를 치던 ‘잠실’이 지금의 잠실에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잠실은 이렇듯 오랜 시간, 우리 역사와 함께 걸어온 곳이다.

석촌호수의 빛나는 여름 느끼기

잠실의 역사에서 ‘석촌호수’를 빼놓을 수 없다. 석촌호수가 자리한 곳은 원래 송파나루터가 있던 한강의 본류였다. 한강개발사업에 의해 볼품없는 호수로 남을 뻔하던 이곳에 1981년 들어 녹지를 조성하고, 산책로와 쉼터 등을 설치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잠실호수교를 중심으로 동호와 서호로 나눠진 석촌호수는 이제 잠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에는 벚꽃 명소로 알려져 인산인해를 이루고, 여름에는 호수를 타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더위를 식히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무려 2.5km에 달하는 호수 주변으로 여러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 여름 더위를 피하기에 제격이다. 이뿐만 아니라 여름날의 석촌호수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야경 때문이다. 인근에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 여러 빌딩이 자리한 덕분에 호수 주변이 화려한 불빛으로 물든다. 한낮의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어서 일부러 저녁에 석촌호수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시원한 호수 바람 맞으며 걸어보기

석촌호수의 진가는 걸었을 때 빛을 발한다. 서호에 위치한 송파나루공원부터 시작해 동호 방면으로 걷다 보면 평화로운 풍경들을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을 알리는 장미꽃이 가득 핀 장미원부터 여러 공연과 전시가 펼쳐지는 석촌호수 아뜰리에, 큰 원형으로 이루어진 미디어아트,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까지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여러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호수교갤러리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아도, 한 편의 전시를 특별한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어서다. 그뿐인가. 걷다가 지치면 여기저기 마련된 벤치에 앉아 호수를 둥둥 떠다니는 문보트를 바라보며, ‘물멍’을 해도 좋고, 호수 뷰가 매력적인 어느 카페에 앉아 목을 축여도 좋다.

동호까지 걷다가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잠실호수교 위로 올라와 바로 옆 송리단길로 향해보자. 빈티지 감성의 소품 가게부터 식당, 빵집, 카페까지 다채로운 숍이 가득해, 석촌호수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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