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땠을까

상처는 말없이 쌓인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보여주는 ‘직장 내 괴롭힘’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등장인물들이 한 번쯤은 하는 대사가 있다.
“그냥 참아야지, 다들 그러고 버티잖아.” 드라마 속 이야기는 허구처럼 보이지만,
어디선가 누군가는 여전히 참고, 견디며 하루를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 편집실 
자료출처. tvN,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시지부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고용노동부

“나는 투명인간이야, 아무것도 하지마”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외형만 같은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인생을 바꿔 살아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자신의 자리에서만 세상을 단정 짓는지를 되묻는 작품이다. 자매가 서로의 삶을 뒤바꾸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언니가 직장에서 겪는 ‘괴롭힘’ 때문이다.

작품 속 괴롭힘의 양상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내부 비리를 고발한 직원을 조직적으로 배제하거나, 복사와 문서 파쇄 같은 비본질적 업무를 지속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사례가 등장한다. 상사의 폭언, 동료들의 뒷담화, 고의적 배제 등도 반복된다. 특히 언니가 동생에게 “나는 투명인간이야. 그러니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당부하는 장면은 피해자가 조직 내에서 얼마나 고립됐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더 나아가 “3층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지는 않을 것 같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정신적·신체적 극한까지 인간을 몰아붙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현실은 결코 과장된 설정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례로는 언어폭력이 27.9%로 가장 많았고, 부당업무지시가 17.4%, 차별대우가 13.7%로 뒤를 이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이 단순한 개인 갈등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드러낸다

고용노동부,
강원학원·MBC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
“괴롭힘에 무관용 대응”

고용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학교법인 강원학원과 5월 문화방송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조직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원학원에서는 이사장 부부가 교직원에게 개인 심부름과 명절 선물 상납 등을 강요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임금 공제, 채용차별, 산업안전 조치 미이행 등 총 27건의 법 위반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범죄인지 및 총 2억6,900만 원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가 이뤄졌고,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사임 처리됐다.

MBC의 경우,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에 대한 반복적인 비난과 위계 중심의 조직문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기상캐스터는 법적 근로자로는 인정되지 않았으나, FD·AD·PD 등 프리랜서 25명은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근무해 근로자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체불임금, 연차·퇴직연금 미지급 등 6건이 적발됐으며, 범죄인지 4건, 과태료 2건(총 1,540만 원) 등의 조처가 내려졌다.

고용노동부는 프리랜서도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실태조사 확대와 조직문화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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