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사무실의 상징과도 같았던 키보드가 취향 가득 담은 업무 아이템으로
진일보하고 있다. 다채로운 디자인과 타건감으로 MZ세대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계식 키보드가 유행하면서 나타난 변화상이다.
글. 강진우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곧 스트레스 해소라는 MZ세대 직장인이 부쩍 많아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개개인의 개성이 담긴 기계식 키보드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키보드는 누르면 키가 입력되는 접점 방식에 따라 크게 멤브레인 키보드와 기계식 키보드로 나뉜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지금껏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돼 온 키보드다. 키 밑에 전기가 통하는 일체형 고무가 깔려 있어서 각 키를 개별적으로 교체할 수 없고, 키를 눌렀을 때 느껴지는 타건감이 묵직하고 입력 정밀도가
떨어진다.
반면 기계식 키보드는 키별로 개별 스위치가 달려 있어 키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무엇을 눌렀는지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스프링의 반발력 덕분에 빠른 타이핑이 가능하고 입력 정밀도가 비교적 높으며, 내부 부품에 따라 각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타건감을 구현할 수 있다. 각 키를 교체할 수 있어 나만의 기계식
키보드를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특별한 손맛을 느낄 수 있고 키보드의 타건감과 외형을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MZ세대 직장인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키보드의 키를 누를 때 나는 느낌을 소위 ‘축’이라고 부르는데, 기계식 키보드에는 다양한 축이 존재한다. ‘소곡소곡’ 소리가 나는 밀키축, ‘타각타각’ 소리의 코랄축, ‘도독도독’거리는 바다축 등이 대표적이다. 자신에게 맞는 축을 고른 뒤에는 키보드 스위치를 선택하는데, 다양한 모양의 키를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위치의 무게에 따라 타건감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MZ세대 직장인들은 자신의 개성이 듬뿍 담긴 키보드를 치고 있으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이런 점 덕분에 커스터마이징한 기계식 키보드가 업무 효율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지난 3월 서울 세텍에서 열린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에는 많은 청년이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전국 곳곳에는 맞춤형 기계식 키보드를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이른바 ‘타건숍’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기계식 키보드는 종류가 다양하기에 각각의 키보드를 직접 쳐 보며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때문에 여러 키보드의 타건감을 맛볼 수 있는 타건숍에 방문해 직접 기계식 키보드를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기계식 키보드의 ‘축’은 크게 청축, 갈축, 적축으로 나뉜다. 청축은 타건 시 청량한 소리가 나고 마치 타자기를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 난다. 적축은 타건감이 부럽고 소음과 손가락의 피로도가 낮다. 갈축은 청축보다는 소음이 적으면서도 적당한 타건감을 느낄 수 있다. 일단 이 셋 중 하나를 고른 뒤 세부 축을 결정한다면 선택의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기계식 키보드가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해 소음이 있는 편이다 보니,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사무실에서는 선뜻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직장인들을 위해 최근에는 타건 소음을 줄인 저소음 기계식 키보드도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