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일학습병행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학습기업·기업현장교사 부문 동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케이씨씨모빌리티는 자동차 정비 현장에서 10년째 청년을 키워왔다.
기술보다 사람을, 성과보다 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이곳에서 청년들은 동료가 되어간다.
글. 차유미 사진. 오충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130번지. 케이씨씨모빌리티 성동서비스센터는 지프, 푸조 등 수입차 브랜드를 취급하는 자동차 정비업체다. 2016년부터 일학습병행제도를 운영해온 이 회사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그간 42명의 청년이 이곳을 거쳐 갔고, 그중 5명은 지금도 이 회사에서 정비사로 일하고 있다.
케이씨씨모빌리티는 케이씨씨오토그룹의 계열사다. 전체 계열사의 일학습병행 누적 훈련인원은 188명에 달한다.
자동차 정비업은 도제식 현장훈련이 필수적인 분야다. 브랜드마다 차량 구조가 다르고, 같은 고장이라도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숙련된 기술자의 손놀림과 판단력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영역이다. 기업현장교사로 이번에 장려상을 받은 박성관 부장은 회사가 일학습병행제도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중요한 건 채용 문제였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함께 일하는 프로그램이 참 좋았어요.”
자동차 정비 분야는 구인난이 심각하다. 일학습병행제도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이었다. 독일과 스위스의 듀얼러닝 모델을 한국 실정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기업이 청년을 먼저 채용한 뒤 현장경험(OJT)과 이론교육(Off-JT)을 병행하며 인재로 키우는 선취업 후학습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도입 이후
2만 개 이상의 기업과 17만 명 이상의 학습근로자가 참여했다.
케이씨씨모빌리티는 이 제도를 네 가지 유형으로 운영한다. 고등학생 대상 도제, 도제 이수 후 대학을 다니며 평일엔 일하는 P-TECH, 입사 1년 미만 신규 입직자 대상 재직자 교육, 올해 처음 시행한 특화대학 과정까지. 이 모든 과정을 경험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박성관 부장은 일학습병행의 핵심을 한 단어로 압축했다. 사람이다.
“기술은 어차피 배우는 과정이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됨됨이와 하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죠.”
그는 학생들을 실습생이 아닌 동료로 대한다. 안전은 가장 우선이다. 자동차 정비 현장은 위험 요소가 많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다치면 의미가 없습니다.” 박 부장의 말이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위험한 작업은 반드시 재확인한다.
처음 들어온 학생들에게는 간단한 작업만 맡긴다. 공구 정리, 부품 확인, 세차 같은 기초 업무부터 시작한다. 옆에서 숙련된 작업자의 손놀림을 보고, 어떤 순서로 점검하는지 관찰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직접 해보게 한다. 작업자는 바로 옆에서 도와주면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준다.
교육 프로그램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회사 자체 매뉴얼과 현장 노하우를 더한다. 작업자마다 자기만의 스킬이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접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결론은 같지만 어떻게 하면 편한지는 사람마다 달라요.” 학생들은 여러 정비사를 거치며 다양한 방법을 익힌다.
“인간으로, 동료로 다가가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박 부장의 철학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1대 1로 생활하며 관계를 쌓기 때문에 직원이 됐을 때도 외로움이나 이질감이 없다. 회사는 지금까지 이탈자가 거의 없었다. 개인 사고나 가정 사정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중도 탈락자가 없다.
케이씨씨모빌리티는 자체 매뉴얼도 제작했다. 각 지점의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성동센터에서 효과적이었던 교육 방식을 서초, 안양, 의정부 센터와 공유한다. 현장 실습, 피드백, 평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학습 품질을 끌어올렸다. 기업현장교사 6명과 HRD 전담자 1명이 학생들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올해 3월부터 특화대학 과정에 참여 중인 강수민 씨와 김준수 씨는 8개월째 이곳에서 배우고 있다. 손놀림도 제법 익숙해졌다.
강수민 씨는 학교 수업과 현장 실습의 차이를 명확히 느꼈다.
“학교에서는 기초적인 걸 주로 배웠는데, 여기 와서 활용하니까 오히려 이해가 더 잘됐어요.”
이론으로만 배웠을 때는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개념들이 손으로 만지면서 구체화됐다.
김준수 씨는 현장 학습만의 장점을 강조했다. “교수님들이 주로 이론으로만 가르치시는데, 현장에서는 감이 있잖아요. 만지고 보면서 배우니까 확실히 다릅니다.”
학교에는 실습용 차량이 많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매일 다양한 차량이 들어온다. 같은 브랜드라도 연식과 모델에 따라 구조가 조금씩 다르다. 그걸 직접 보고 만지면서 배운다.
강수민 씨는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학교에서 본 샘플 차량과 실제 고객의 차량은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차가 들어오면 어떤 순서로 점검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전체 정비 시스템을 이해하게 됐다. 직접 현장에서 눈과 손으로 익힌 덕이다.
김준수 씨는 정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엔 정비에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하다 보니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고치는 일이 재미있었다. 고장 난 차를 정상으로 돌려놓았을 때의 성취감도 컸다. 이제는 자격증도 따고, 기술도 더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두 학생은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거랑 일을 해보는 거랑 차이가 엄청 커요. 한번 해보고 싶으면 이걸 통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강수민 씨의 말이다. 김준수 씨도 덧붙였다.
“대학만 다니면서 시간만 보내는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현장에서 배운 경험은 나중에 꼭 도움이 됩니다.”
이들은 내년 2월 과정을 마친다. 11월과 12월에 평가를 받고, 회사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두 학생 모두 자격증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취업이 되든 안 되든, 이곳에서 배운 경험은 그들의 자산이 될 것이다.
박성관 부장이 학생들과 헤어지는 시간이 늘 기대된다. 몇 년 전 이곳에서 배웠던 청년들이 연락한다. 박 부장은 일학습병행이 자기 회사만의 인재를 키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배운 청년들이 다른 회사로 가더라도 괜찮다. 그들이 업계에서 잘 자리 잡고 성장한다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학생들에게 그는 “자동차 업계에는 정비, 판금, 도장, 부품, 어드바이저 등 많은 직종이 있습니다.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여러 분야를 겪어보면서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으세요.”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즐기는 것이다. “힘들어도 즐기는 사람을 못 이긴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리고 학습근로자와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계속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청년들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케이씨씨모빌리티는 앞으로도 일학습병행 교육과정을 확대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 브랜드하우스 전 지점으로 확대하고, NCS 기반 커리큘럼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현장교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학습근로자의 경력개발 체계를 정비해 지속 가능한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단순히 기술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동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케이씨씨모빌리티가 10년간 일학습병행을 운영하며 얻은 철학이다. 현장이 곧 교실이 되는 곳. 기업과 청년이 함께 만드는 미래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