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계절의 색깔이 점차 옅어지면서,
그 중요성을 실감한 사람들이 제철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철을 온전히 즐기려고 노력하는 ‘제철코어’ 트렌드가 자리 잡은 것이다.
글. 강진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철 챙기기는 기성세대의 낡은 라이프스타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의 심화로 계절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제철에 즐길 수 있는 먹거리와 여가 생활이 희소해지면서 제철을 챙기는 일이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귀한 즐거움’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이는 참신한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했다. 제철 챙기기에 진심을 다하는 이른바 ‘제철코어(제철과 핵심(Core)의 합성어)’가 급부상한 배경이다.
국내의 한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지난 10월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제철코어 소비 트렌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계절별로 특색 있는 음식을 먹거나, 활동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고 답했다. 제철코어가 기성세대를 넘어 전 연령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제철 챙기기’ 하면 먹거리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제철코어는 우리 생활 전반을 넉넉하게 품는다. 예를 들어 봄맞이 꽃구경과 가을철 단풍놀이는 점점 짧아져만 가는 봄과 가을을 물씬 느끼기에 가장 좋은 활동인데,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3.8%가 꽃구경에 나선다고 답했으며 단풍놀이를 즐긴다고 말한
응답자도 61.5%에 달했다.
제철 식재료와 음식 정보를 담은 제철 음식 달력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각 계절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그러모은 ‘계절 플레이리스트’는 철마다 검색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제철 축제는 기성세대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행사장에서 각 지역의 제철 음식과 문화를 즐기는
20~30대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농장을 운영하는 지인이 있어서 제철 과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제철과일수저’가 금수저보다 부럽다’는 한 SNS 사용자의 게시글이 MZ세대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제철 챙기기가 성행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각광 받는 활동은 단연 제철 음식이다. 이러한 선호는 MZ세대가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식, 즉 ‘섹시푸드(Sexy Food)’에 열광하는 풍조와 맞물리면서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12월에는 어떤 ‘제철 섹시푸드’가 우리의 오감을
사로잡을까.
방어에 살이 많이 붙고 지방이 풍부해지는 12월이다. 고르게 퍼진 기름기로 인해 고소하고 깊은 감칠맛을 자랑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기에,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12월의 방어회’를 꼭 찾아 먹는다.
곶감에도 철이 있는데, 12월에 나오는 이른바 ‘햇곶감’을 최고로 친다. 이 햇곶감을 반으로 갈라 호두, 아몬드 등을 넣은 뒤 돌돌 말면 달콤함과 고소함을 모두 갖춘 제철 겨울 간식이 완성된다. 따뜻한 차와 함께 곁들이면 더욱 짙은 겨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갓 담근 김장에 돌돌 싸서 먹으면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 수육을 즐길 수 있다. 김장의 식이섬유, 수육의 단백질과 지방이 고루 어우러져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