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린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오묘해진 날씨로 가뜩이나 짧은 가을을 누리지 못했다면, 합천으로 가보자.
합천은 지금, 오색 찬란한 가을옷을 입고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글. 김민영
사진. 정우철
경상남도 합천에는 우리나라 3대 사찰로 손꼽히는 해인사가 있다. 해인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팔만대장경판과 장경판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 더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은 합천 하면 가장 먼저 해인사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합천은 해인사 이외에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한
곳이다.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는 황매산군립공원부터, 오도산 자연휴양림, 옥전고분군, 합천호 등 자연 명소가 많다. 계절의 특성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고 여행자들을 반기기 때문에 사계절 언제 찾더라도 찾는 재미가 있다. 꾸밈없이 자연 본연의 모습 그대로 황홀함을 자아내서인지 힐링하고 간다는 후기가 많은
동네이기도 하다. 게다가 번잡함 없이 조용하게 사색에 잠기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니 한 해의 끝자락을 조금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합천을 추천한다.
많고 많은 합천의 여행지 중에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면, 신소양체육공원은 어떨까. 신소양체육공원은 늦가을에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소양체육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들의 편의와 건강 증진, 생활 체육을 위해 마련된 곳이었으나, 새롭게 단장을 마쳐서 ‘신소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야구장, 잔디광장, 산책로 등 체육시설 등을 갖추고 있을 만큼 규모가 큰 이곳은 매년 가을이면 그 매력이 극에 달한다. 분홍색 억새꽃
핑크뮬리와 단풍, 코스모스, 국화 등 가을에만 볼 수 있는 풍경들로 꽉 들어차기 때문이다. 넓은 공원에 핑크뮬리와 가을꽃이 가득한 모습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서 가을이면 꼭 찾아봐야 하는 합천의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가보면 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
사이로 피어난 핑크뮬리가 눈에 가득 담기는데, 그림 같다는 표현이 아깝지가 않을 만큼 장관이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로 더 유명해졌다.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는 사실 이렇게 천천히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에 멈춰서 사진을 찍어도 좋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풍경을 눈에 담아도 좋다. 특별히 무얼 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가을의 조각을 양껏 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신소양체육공원에서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꼈다면, 이제는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시간 여행에 나서보자.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 오픈 세트장이다. <폭싹 속았수다>, <정년이>, <미스터 션샤인>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대극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 옛날 사용되던 우체통부터, 짐을 가득 실은 수레, 일제강점기 시절의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들이 뒤섞이는데, 마치 드라마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든다. 길을 걷다가 지금은 찾기도 힘든 구두, 가방 등을 모아 놓은 좌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콘셉트로 꾸며놓은 듯한 다방도 보인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포토존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여기서는 모든 곳이 포토존이다. 적산가옥, 대흥극장 등 시대를 담은 건물들 앞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더디게 간다. 최근에는 영상테마파크 뒤편에 분재공원과 정원테마파크가 문을 열어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니 이곳을 찾는다면 시간을 여유롭게 두고 찾을 것을 추천한다. 어느 한 곳 하나 지나치기 아쉬울 만큼 볼거리, 체험거리가 가득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