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아이돌 그 이상,
연극무대에서 다시 피어나다

연극배우 최민호

그룹 샤이니 멤버 최민호가 아이돌 활동의 전환점에서 연극 무대를 택하며 깊은 고민과 남다른 창의력을 선보이고 있다
가수와 배우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최민호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 하경헌 경향신문 기자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아이돌 스타들이 연기를 하는 모습은 이제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데뷔하고 보통 7년 정도 되는 첫 번째 계약 기간을 팀으로서 넘어간 후, 아이돌 가수들은 첫 번째 활동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팀으로 계속되느냐 마느냐의 첫 번째 갈림길이 생긴다.

팀으로서 이 시기를 잘 넘어간 두 번째 활동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돌 스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고민한다. 연기는 그중 훌륭한 대안 중 하나다. 아니 어쩌면 가수를 시작하면서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같이 꾸거나, 심지어는 연기를 먼저 시작한 이들도 있다.

그룹 샤이니의 멤버 민호로 유명한 최민호는 이 과정에서 연극을 택했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연예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 선택에 대해 무릎을 ‘탁’하고 칠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의 선택은 창의적이었다. 단순히 영상에 비치는 연기라면 틀리면 수정하고, 안 되면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두 시간이면 두 시간 무대 위에서 관객 위에 오롯이 자신을 맡겨야 하는 연극은 웬만한 용기와 열정 없이는 도전하기 쉽지 않다. 최민호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출연했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밸 역으로 다시 무대에 섰다. 지난 11월 16일까지 다시 두달의 기간, 연습을 합친다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무대 위에 쏟아부었다.

“우선 무사히 작품을 마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뜨거운 여름부터 쌀쌀한 바람이 부는 지금까지, 정말 소중하고 잊지 못할 한 페이지를 멋지게 장식한 것 같습니다. 연극은 제가 예전부터 꿈꾸던 무대 중 하나였습니다. 가수 활동과 연기를 꾸준히 병행했었는데, 실제 연극을 볼 때면 ‘이런 느낌이 있겠구나,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었죠.”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의 만남

그가 출연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전 <고도를 기다리며>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연기하는 공연장의 분장실을 무대로 원래 배역의 연기자가 이상이 있을 때 이를 대체하는 배우를 뜻하는 ‘언더스터디’ 배우들의 꿈과 애환을 다뤘다. 최민호는 이 작품에서 열정이 가득한 신입 언더스터디 밸 역을 맡았다.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 저를 한 단계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무대에 올라보니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연극의 매력에 더욱 크게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배우) 이상윤 선배님과 합을 맞췄는데, 이 작품은 노련한 언더스터디 에스터와 밸의 합이 중요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궁금증도 물어보고 답을 구하며, 연출님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연구하고 몰입했습니다.”

창의력의 원천, 무대

최민호에게 무대는 지금까지 자신이 꿈을 키워온 터전과 같았다. 단,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가 그의 지금까지 모습과 다른 점은 샤이니로서 노래마다 차별화된 모습과 무대 매너를 보이던 가수에서, 정해진 대본을 상대 배역과 연구하고 관객들의 시야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창조해야 하는 배우로서의 모습이었다. 가수로서의 창의력 못지않은, 배우로서의 창의력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무대 경험이 있었으니 도움이 된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보다 연극을 이끌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부담되기도 했어요. 항상 같은 대본이지만 객석을 채워주시는 관객분들이 날마다 달랐기에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웠고 그 경험으로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가수는 제 안의 모든 것을 뿜어내는 느낌이라면, 연극은 관객분들이 극을 통해 어떻게 하면 많은 걸 느끼실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작품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경험이었습니다.”

같은 대본으로 무대에 서는 선배 연기자들을 보고 배워가며 때로는 함께 상의하며 꾸려갔던 작품이라 이번 연극에서도 최민호만의 창의력이 필요했다. 물론 아이돌 스타로서 연극에 출연한다는 발상 자체도 창의적이었지만, 최민호는 극 중 새를 표현하는 장면에서도 매번 다른 콘셉트와 동작으로 표현하며 재미와 의미를 찾았다.

“항상 어떤 연기를 하든, 어떤 무대에서든 저만의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는, 제가 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생각해내려고 매 순간 고민을 하는 편입니다. 다행히 많은 관객분들이 저의 노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 부분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는 새로운 도전

2008년 그룹 샤이니로서의 데뷔, 그 풋풋함이 그대로이던 2010년 최민호는 KBS의 단막극 <드라마스페셜-피아니스트>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배우로만 쳐도 벌써 15년의 시간이다. 그는 그룹 샤이니의 멤버로서, 그리고 2021년부터 시작한 솔로 가수로서의 모습으로 또한 배우, 지금은 예능을 통해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MBC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을 통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많이 공개됐습니다. 저는 운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항상 체력을 기르고 몸을 준비해 두어야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잘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체력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왕성한 창의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열정 그리고 그 준비가 되는 체력은, 때로는 그의 팬들이 그의 건강을 걱정하게 할 만큼 열정적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민호는 이 질문에 웃으며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 무리를 하지는 않습니다. 제 SNS를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을 텐데요. 아주 행복하게,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즐기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건강한 몸과 정신

벌써 17년이 된 아티스트로서의 생활. 그는 늘 창의력이 필요한 일의 최전선에 서 있고 매일매일 그 창의력을 분출하는 삶을 살고 있다. 체력적인 준비는 즐거운 운동을 통해서 하고 있지만, 영감의 원천 역시 중요하다. 최민호는 이 영감의 원천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꼽는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 팬분들에게서 힘을 얻었습니다. 그 힘으로 제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새로운 걸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샤이니로서의 활동도 제게 큰 영감을 주는데요. 샤이니는 이제 저에게 어떤 의미가 아닌 ‘저 자신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샤이니는 저의 시작이고, 끝은 없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연극 <랑데부>와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친 최민호는 지난해 막을 내린 JTBC <가족X멜로>를 뒤이을 드라마 그리고 2023년 출연한 영화 <뉴 노멀>의 뒤를 이을 영화 출연의 기회도 계속 만들고 있다. <나 혼자 산다>의 출연은 그에게 일상이 됐고, 솔로 아티스트로서 연말에 팬들을 만나는 팬미팅 계획도 갖고 있다.

“연극 무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기 활동으로 인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가수로서, 샤이니와 솔로로도 무대로 찾아뵐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최민호의 행보는 단순히 ‘가수의 새로운 활동은 연기’라는 도식을 벗어난다. 스스로 주어진 무대가 아닌 더 큰 무대를 만들기 위해 연극을 택했고, 박근형과 김병철, 이상윤이라는 대선배들에게 그 호흡을 배워갔다. 그의 창의력은 최민호를 단순히 ‘가수’로만 구분 짓지 않는다. 그는 그의 안에서 뿜어나오는 영감을 때로는 노래로, 연기로 그리고 운동으로, 일상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의 열정 그리고 운동을 통한 건강한 몸이다.

“벌써 2025년 끝이 보입니다. 올 한 해 정말 고생 많으셨고, 나쁜 일보다 좋은 일만 기억하시며 <월간 내일> 독자 여러분도 한 해를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저 최민호는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