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주저앉은 발걸음이 다시 제 속도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천테크노파크 청년일자리센터가 청년의 곁에서 해온 일은 바로 그 시간 동안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청년들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품으며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단단한 철학으로 청년의 회복과 사회진입을 돕는 이곳은
2025년 청년도전지원사업 최우수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글. 차은서
사진. 오충근
1997년에 설립된 인천테크노파크(이하 ITP)는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탄생한 지역 혁신 거점이다. ITP는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성장을 지원하는 7개 사업단을 운영하며, 2016년에는 인천시 관내 경제 관련 3개 기관을 통합해 산업·기술·일자리를 잇는 지원체계를 세웠다.
그중 일자리사업단에서 운영 중인 청년일자리센터는 인천 청년의 구직활동 지원과 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청년 일자리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취업 지원’뿐이 아니다.
“ITP 청년일자리센터는 단순한 교육프로그램을 넘어, 청년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청년도전지원사업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박용휘 과장의 말이다.
그의 설명처럼, 청년일자리센터의 프로그램은 정말 다양하다. ‘청년 마음 모임’, ‘청춘 댄스 업’ 외에도 진로 탐색, 심리상담, 예술·체험형 프로그램 등 청년이 스스로 변화의 동기를 찾고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맞춤형 과정이 운영 중이다.
“주기적으로 참여하면서 또래와 교류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회복하도록 하는 거죠. 무엇보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다시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한다는 것이 ITP 청년일자리센터의 특장점입니다.”
ITP 청년일자리센터는 고용노동부가 취업단념청년의 취업 촉진을 위해 운영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이 처음 시작된 2021년부터 꾸준히 참여한 기관이다. 2025년에는 전국 86개 운영기관 중 최우수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며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청년의 높은 만족도와 취·창업 성과, 그리고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청년들이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상담과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오전엔 상담, 점심엔 함께 식사하고, 오후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거죠. 취업 상담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고 참여도를 높이는 방법이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다 보니 고용노동센터를 비롯해 민간 취업 지원기관에서 설명회를 할 때도 연계가 훨씬 잘되고 있어요.”
이러한 ITP의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올해는 목표 인원인 240명 모집에서 700명 이상이 접수해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취업단념청년들이 다시 한번 도전할 힘과 용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의 수요를 꾸준히 발굴해 사회와 청년을 연결하고, 청년들의 회복과 성장의 여정을 함께하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센터는 ‘취업률’이 아니라 ‘회복·관계·자기효능감’이라는 과정의 지표를 우선한다. 이는 사회적 경쟁 압박으로 ‘보듬어줄 울타리’가 줄어든 환경에서 저희 같은 기관이 일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완충 장치를 통해 경직된 사회진입 구간을 유연하게 만들고, 이후 후속 연계를 촘촘히 이어
단절을 방지한다.
“청년들이 프로그램 나오는 걸 굉장히 좋아하세요. 피드백을 들어보면 ‘처음 해 본 활동’이라고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만큼 취업을 하지 않은 청년들이 경험하는 것들이 한정적이라는 뜻이겠죠. 저희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용기와 의지를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은 5주(단기)·15주(중기)·25주(장기) 과정으로 운영된다. ITP는 각 단계의 ‘심리·동기·리듬’을 세밀하게 읽고 구성한다. 단기·중기는 ‘자신감 회복, 진로 탐색, 기본 취업역량 강화’ 등 즉각 체감할 수 있는 핵심 프로그램을 밀도 있게 제공하고, 종료 후엔 사후관리로 관계의 끈을
이어준다. 장기 과정은 마라톤이다.
박용휘 과장은 “초기 상담에서 구직의욕이 낮거나 사회참여 부담이 큰 청년을 장기로 편성해 단계적으로 지원합니다. 중간엔 ‘쉬어가는 프로그램(취미·문화 체험)’을 넣어 지치지 않도록 하고 있죠.”라고 전한다.
올 상반기에만 밴드·클래식 공연과 함께 보드게임, 클라이밍 체험 등 청년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강화도 지역 문화유산 탐방과 청년 교류 활동을 결합한 야외형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이는 모두 참여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이었다.
박 과장이 한 가지 사례를 떠올린다. “장기 과정 참여 인원 중 세 분이 친해졌는데, 각자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특기가 있는 분이었거든요. 자체적으로 ‘외국어 스터디’를 열어보고 싶은데 장소 제공이 가능한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결과는 대성공.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정말 많은 인원이 참여해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청년의 시선에서 출발하는 교육’입니다. 만족도를 조사하거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ITP 청년일자리센터는 앞으로 구직의욕이 회복된 청년들이 실제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사업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최근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꼭 ‘도전하겠다’라는 거창한 의지를 품고 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들르세요.”
청년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디딤돌이 되어 주는 ITP 청년일자리센터. 그들의 노력으로 오늘도 한 명의 청년이 세상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선다.
저희는 이 사업을 ‘사회화 교육’으로 봅니다. 숨 가쁜 취업 경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사회에 부드럽게 적응하도록 완충 지대를 만드는 일이죠.
좁아진 울타리를 기관이 일부 대신 세우는 것, 개개인의 이름을 기억해 주고 일상의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하는 것. 그 따뜻한 배려가 청년의 마음을 열고 나아갈 힘을 갖게 한다고 믿습니다. 선입견이나 과한 책임감은 잠시 내려놓고,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두드려 주세요. 이 공간이
사회의 마중물이 되는, 때론 따뜻하고 때론 시원한 바람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