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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중심에 둔 항해, 웅비도약의 시간

(주)세아항공방산소재 성창모 대표이사

산업 현장은 흔히 숫자로 평가되지만, 그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주)세아항공방산소재 성창모 대표이사의 경영 여정은 성과보다 먼저 관계를, 속도보다 기준을 세우는 데서 출발한다. 노사문화유공 정부포상 금탑 산업훈장은 그가 만들어 온 시간의 축적이 현장에서 어떻게 신뢰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글. 김혜영  사진. 김근호

위기의 현장에서 다시 세운 기준

회사가 위기에 놓였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기준이다. 성창모 대표가 공장장으로 (주)세아항공방산소재에 합류했을 당시, 조직에는 성과보다 책임 회피가 먼저 작동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문제는 있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고, 결정은 있었지만 방향성은 공유되지 않았다. 그는 회사를 살리는 첫 번째 과제가 설비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현장을 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기술이나 설비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과 책임의 문제였습니다. 누가 판단하고, 누가 책임지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앞선 기술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은 이미 있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조직의 기준은 다시 세워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손댄 것은 리더십이었다. 성과를 독점하고 실패를 전가하는 구조를 허물고, 공은 아래로 돌리고 과는 위에서 책임지는 질서를 분명히 했다. 이 과정은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기존의 관행과 충돌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탈도 뒤따랐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불편함이 미래의 붕괴를 막는다’는 판단을 흔들지 않았다.

“리더가 편해지기 시작하면 조직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리더가 먼저 무게를 견뎌야 현장은 움직입니다.”

이 기준은 노사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노조를 협상의 상대가 아니라 공동의 항해를 함께하는 동반자로 설정하고, 감정적 대립 대신 정보 공유와 설명을 선택했다. 회사의 상황과 방향을 숨기지 않고 공개하는 방식은 초기에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신뢰의 기반이 됐다. 갈등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갈등을 다루는 방식은 달라졌다.

기술력 위에 쌓아 올린 신뢰의 경쟁력

(주)세아항공방산소재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 우위에 머물지 않는다. 항공·방산 소재라는 산업 특성상 품질과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성 대표는 기술력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조직의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공정 하나, 부품 하나에 담기는 책임 의식이 곧 기업의 신뢰를 만든다는 판단이다.

“항공과 방산 분야에서 품질과 안전은 조건이 아니라 전제입니다. 현장에서 이 기준이 흔들리면 회사가 쌓아온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기준은 특정 부서의 일이 아니라, 전 직원이 함께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봅니다.”

이 원칙은 현장 운영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멀티스킬 기반의 인력 육성, 공정 전반을 이해하는 교육 시스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안전 메시지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 신뢰를 향한 투자다. 직원들은 단일 공정의 숙련공을 넘어,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생산 주체로 성장한다.

이는 인력 유연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구조로 작동한다.

“기준은 문서로만 존재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되고,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기준이 됩니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회사는 항공·방산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키는 힘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된 교육과 신뢰의 축적, 그리고 현장을 존중하는 문화가 쌓여 오늘의 경쟁력이 됐다. 성 대표는 이를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 표현한다.

대화와 참여로 완성한 노사 상생의 구조

노사문화유공 정부포상이 주목한 지점은 성과 그 자체보다 과정이었다. 세아항공방산소재의 노사 관계는 갈등이 없어서가 아니라, 갈등을 숨기지 않고 다루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평가받았다. 정기적인 경영설명회, 노사 공동 워크숍, 일상적인 대면 소통은 형식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신뢰는 말로 생기지 않습니다.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노사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숨기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성 대표는 노사를 ‘이해관계자’가 아닌 ‘공동 운명체’로 정의한다. 회사가 성장하지 않으면 구성원의 미래도 없고, 구성원이 납득하지 못하면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는 인식이다. 투자와 확장, 신규 공장 건설과 같은 중요한 결정 역시 노조와 충분히 공유하며 방향을 맞췄다. 단기적 부담이 따를 수 있음에도 장기적 비전을 함께 그리는 선택이었다.

“지금의 편안함보다 중요한 건 회사가 10년 뒤에도 존재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노사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로 방향을 공유해야 불안을 줄이고 같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조직 전반의 온도를 바꾸었다. 불신과 추측이 오가던 자리는 질문과 논의의 공간으로 바뀌었고, ‘카더라’는 설 자리를 잃었다. 노사는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를 넘어, 함께 책임을 나누는 파트너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주)세아항공방산소재는 해마다 전사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를 담은 사자성어를 선정하는데 올해의 사자성어는 ‘웅비도약(雄飛跳躍)’이다. 단번에 도약하는 비약이 아니라, 충분히 준비된 비행을 뜻한다. 사람과 기준, 신뢰라는 토대를 차곡차곡 쌓아 온 시간 위에서만 가능한 도약이기 때문이다. 성창모 대표이사의 노사문화는 결국 사람의 태도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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