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일여행

우리나라 최초 노동 테마 전시관

전태일기념관

일한 만큼의 보상과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낯설지 않은 시대다. 아니, 당연하다고 해야 맞겠다. 하지만, 이 당연함 뒤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외침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리기까지, 그 중심에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있었다.

글. 김민영  사진. 정우철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기념하며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종로3가역 인근의 청계천을 거닐다 보면 벽면 빼곡히 글씨가 새겨진 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정체는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다 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이다.

전태일기념관은 한국노동운동사의 중요한 기점 기점을 마련한 전태일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건립한 노동복합시설이다. 눈에 띄는 건물 외벽은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를 미술가 임옥상이 재해석한 것으로 건축가 윤정원이 설계했다. 멀리서 봐도 시선이 가는 외벽 덕분에 호기심을 가지고 이곳의 문을 열면, 이내 숙연해진다. 당시 참혹했던 노동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청년 전태일의 외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1층 카페, 2층 울림터, 3층 이음터(상설전시실), 꿈터(기획전시장), 4층 노동허브, 태일이네(회의실), 5층 서울노동권익센터로 이루어진 전태일기념관은 현재 무료로 운영 중이며 주요 전시는 2, 3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05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짧지만 치열한 삶을 따라가며, 오늘의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노동의 권리가 수많은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조용히 일깨우는 공간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외쳤던 삶

우리에게 전태일은 ‘노동운동 중 분신 항거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로 기억돼 있다. 3층 이음터에서 전시 중인 ‘전태일의 꿈, 그리고’를 천천히 돌아보다 보면, 그의 삶을 이 한 줄로 기억하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가난했지만, 배움을 통해 행복을 얻고, 나누는 일에 기뻐하던 소년이, 17살에 본격적으로 봉제 노동자가 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희생했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장에서 기술을 배워 생계를 책임지고자 했지만, 평화시장의 참혹한 노동 현실은 비참했고, 끔찍했다. 30여 명의 노동자가 8평 남짓한 공간에서 15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과 야간작업에 시달리며 폐결핵, 위장병 등의 질환에 걸리는 걸 직접 눈으로 본 전태일은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실천에 옮겼다. 근로기준법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재단사 모임 ‘바보회’를 결성하게 된다. 바보회는 근로기준법을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알려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노동자 스스로 되찾게 하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소비자에게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노동자에게는 인간다운 대우를 하는 ‘태일피복’을 설립하는 계획도 세웠다. 3층에는 이러한 전태일의 노력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다. 열악한 봉제 노동자의 현실을 그대로 구현한 다락방 봉제공장부터, 전태일의 꿈이 담긴 태일피복, 전태일의 근로조건 개선 진정서, 평화시장 노동 실태 조사용 설문지 등은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전태일 그의 삶의 흔적이다.

전태일의 꿈이자 우리의 내일이 담긴 곳

전태일기념관의 대부분은 전태일의 삶을 돌아보는 전시가 주를 이루지만, 그의 노력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그중 한 부분이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삶이다. 이소선 여사는 아들 전태일의 분신항거 후 아들의 꿈을 이어 나가기 위해 노동운동 중심에 섰다. 아들의 죽음 이후 청계피복노동조합을 설립해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노조의 합법화를 이뤄낸 인물이다. 전시관 한편에는 이소선 여사의 행보가, 4층 덩이갤러리에는 그녀의 모습을 그림으로 전시 중이다. 또한 전태일의 삶에 관심을 갖고 <전태일평전>을 집필한 조영래 변호사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3, 4층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면, 2층 울림터에는 전태일기념관 굿즈와 방문 기념사진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누리고, 이 땅의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길 바랐던 한 노동자의 꿈이 담긴 전태일기념관. 이곳은 오늘날 우리에게 노동의 가치와 보람을 되새기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한다.

Tip

  • 전태일기념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동상이대(同狀異代)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기념관 기획전
    같은 모습, 다른 시대: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평화시장 봉제공장의 이야기와 당시 물건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우리나라에 다양한 노동 형태의 노동자가 존재함을 깨닫게 해준다.

  • 전태일기념관 100배 이용법

    전태일기념관에서는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노동인권체험교육’과 이동식 차량으로 시민들에게 청년 전태일과 당시 노동의 현실을 보여주는 전시, 영상 상영, 인권교육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전태일기념관’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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