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오늘도 일하는 당신에게
노동의 현장에서 사람을 마주하다

소설가 김의경

학비를 벌기 위해 삼각김밥 공장에 간 학생들, 홍보를 대가로 공짜 여행을 떠난 파워 블로거, 각양각색의 이유로 CD 공장에 모인 사람들. 소설가 김의경의 이야기엔 언제나 ‘노동’이라는 이름의 풍경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풍경을 이루는 것은 일하는 동안 서서히 드러나는 얼굴들이다. 일하는 모든 사람,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글. 차은서  사진. 오충근

소설가 김의경은 2014년 장편소설 <청춘 파산>으로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소설집 <쇼룸>, 장편소설 <콜센터> <헬로 베이비>, 산문집 <생활이라는 계절> 등을 발표했으며,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신간 발표 준비 중 「월간 내일」 독자들을 만났다.

마음을 쓰고, 체력을 쓰고, 시간을 쓰고

“저 또한 노동자죠. 등단 후에도 4~5년간 다양한 현장을 오가며 생계와 집필을 병행했어요.”

그의 등단작 <청춘 파산>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삶엔 다양하고도 많은 노동의 시간이 있었다. 그 경험들은 고스란히 소설의 재료가 됐다. 지난해 출간한 소설집 <두리안의 맛> 역시 프리랜서, 1인 기업가 등 현대의 다양한 노동 형태를 다루며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노동의 종류는 다양하다. ‘콜센터’로 대표되는 감정 노동자부터 공장에서 땀 흘리는 육체노동자, 자신의 경험이나 취재 결과를 글로 남기는 파워 블로거나 자유기고가까지. 전통적인 노동에서 조금 벗어나 현대에 새로 생겨난 직업들까지 천차만별이다. 마음을 쓰고, 체력을 쓰고, 시간을 쓰며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는 사람들이다. 소설가 김의경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정해진 시간 동안 글을 쓰며, 장시간 앉아 있는 탓에 만성적인 허리통증에 시달리는 직업병을 가진, 노동자다.

“요즘은 9시부터 6시까지 작업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그걸 안 지키면 책이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그의 소설 속 장면들은 사진을 찍어놓은 듯 사실적이다. 자신의 경험에 더해 깊이 있는 취재를 겸한 덕이다.

“옛날에 일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모든 걸 다 경험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럴 땐 주변 사람들 취재를 되게 깊이 있게 하죠.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나면 소설이 되기까지 ‘숙성의 시간’을 거친다.

“CD 공장에 갔을 때 히키코모리*였다는 분을 만났어요. 그분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한 거예요. 다시 안 만날 사람이니까 평소 친한 사람한테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계속 눈에 밟히고 꿈에 나오기도 해요. 그러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경험한 내용을 잊기 전에 일기로 기록해 두었다가 오랜 가공을 통해 소설로 내놓는다. 수림문학상을 받은 소설 <콜센터> 또한 그가 피자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몇 년 숙성해 완성했다.

“당장 써버리면 소설이 아니라 거의 다큐에 가까운 거죠. 특정 캐릭터만 부각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충분하게 가공해서 좀 더 매력적이고 소설적인 인물로 만들고 싶어요.”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hikikomori) 정신적인 문제나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따위로 인하여 사회적인 교류나 활동을 거부한 채 집 안에만 있는 사람

나의 삶과 가장 가까운 이야기, 노동

많은 이들이 김 작가의 소설을 ‘노동 소설’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정작 작가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반응이다.

“노동 소설이라면 조금 더 운동의 성격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전통적인 노동 투쟁 이야기 같은 거요. 제가 노동에 대해 써야지 생각했던 것도 아니고 그런 의도를 담진 않았어요. 하지만 쓰다 보니 제 삶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게 노동이었던 거죠.”

그가 노동자의 관점에서 글을 쓰기 때문일까. 그의 소설은 노동자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만약 잠깐 해보고 힘들다고만 쓰면 불쌍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일 안에서도 누군가는 좋아하고, 가족을 먹여 살리며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실제로 소설 속 인물들은 입체적이다. 주인공은 힘든 일터에서도 소소한 기쁨을 찾고, 누가 보아도 악당(빌런)일 것 같던 인물은 아무렇지 않게 주인공을 돕기도 한다. 분노와 좌절, 기쁨과 희망이 교차한다.

“노동은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하는 삶의 과정이에요.”

그렇기에 어떤 일이 더 낫다고 재지 않고, 무게를 가르지 않는다. 다만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정으로, 어떤 상황으로 이 자리에 있게 됐는지 설명할 뿐이다.

“요즘 새벽 배송을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어요. 야간 노동이 위험하고, 건강에도 치명적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가 있어요.”

새벽 시간에 일을 하는 게 좋은 사람, 가족의 생계를 생각하면 그 시간에라도 나가야만 하는 사람, 야간에 일을 더 해야 하는 사람 등. 직업에 얽힌 이야기는 단편적인 시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 정책을 만들 때 현장을 면밀하게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동 정책은 현장을 깊이 살피고,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당사자의 관점에서 신중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일하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김 작가는 최근 새로운 장편 소설을 준비 중이다. 차기작 또한 우리 삶과 맞닿은 노동의 현장을 담고 있다.

“세상이 변하니까요. 요즘 사람이 주문을 안 받아주니까 어르신들이 힘들어하시잖아요. 디지털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일자리 환경이 변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장편 소설 10편이 목표라는 그의 네 번째 장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새로 생겨난다. 이번 작품은 그런 과도기 속에 놓인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과 정서가 녹아들 예정이다.

여전히 노동 현장을 보고 느끼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 김의경. 그는 소설을 통해 노동자를 향한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저는 알바를 하면서 연애도 하고, 세상을 배우고, 기쁨도 느끼고, 내가 번 돈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며 행복을 느끼고, 그랬어요. 그렇게 일하면서 자아실현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분노로 가득 차 있는 거 같아요. 사람들은 너무 화가 나 있고요. 제 주변에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이 많아서 더 그런 부분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두리안의 맛> 수록 소설 <시디팩토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죽으면 영혼이 되어 시디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평생 그 안에서 빙글빙글 몸을 돌리며 음악이 되어 살고 싶어.”

고된 노동 속 유일한 휴식은 음악이었던 주인공의 말이다.

“일을 하다 보면 분명 힘들고, 고되고 그럴 거예요. 노동의 강도를 떠나 누구라도요. 여기서 중요한 건 주인공에게 음악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안식처를 하나씩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게 또 하루를 살게 하는 힘이 되고, 나를 지탱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소설가 김의경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길어 올리며, 그들의 삶이 단지 고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위안과 기쁨과 관계로도 채워져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오늘도 일하는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하길 바라본다.

소설 <두리안의 맛> 추첨 참여하기

추첨을 통하여 김의경 작가 친필 사인이 있는 소설 <두리안의 맛>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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