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레시피
어머니의 비법이 담긴 봄의 파스타
냉이 바지락 파스타
외식처럼 감각적이지만, 집밥처럼 계절을 담은 요리. 파스타라서 어렵게 느껴지지만, 재료를 알면 의외로 단순한 요리다. 퇴근 후에도, 주말 오후에도 큰 부담 없이 만들어 한 접시로 봄을 나눠 보는 건 어떨까. 셰프 레이먼 킴이 제안하는 계절의 파스타, 냉이와 바지락이 만나 완성되는 ‘냉이 바지락 파스타’.
글과 레시피. 레이먼 킴
일러스트. 냉무
글과 레시피를 전한 레이먼 킴은 28년째 요리사로 살아온 남편이자 아빠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로 당신의 식탁에 작은 특별함을 더하고자 한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두릅을 살짝 데쳐 초장과 함께 내어주시고, 산나물은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고소하게 무쳐 식탁에 올리셨다. 무엇보다 겨울 내내 비슷했던 된장찌개나 국에 달래나 냉이를 넣어 봄이 왔음을 알려주셨다. 하지만 요리사가 되기 전의 나는 두릅의 쌉쌀함이 낯설었고, 시금치도 겨우 먹던 편식쟁이에게 산나물은 쉽지 않은 음식이었다. 그럼에도 두부가 듬뿍 들어 있고 매콤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돌던 냉이 된장국만큼은 일주일에 다섯 번을 먹어도 군소리 없이 비웠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 냉이나 산나물로 계절을 느끼기 어려운 캐나다에서 요리를 직업으로 하게 되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맞은 봄에 어머니의 냉이 된장국이 문득 떠올랐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위해 스태프 밀로 그 국을 끓이기로 했다. 냉이 뿌리의 흙을 살살 긁어내고 잎을 다듬어 모시조개로 육수를 내 집된장과 두부를 넣어 끓였다. 시원하고 향긋했지만 어머니의 맛과는 달랐다. 결국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묻자, 어머니는 웃으며 조개는 바지락을 써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 그 봄날의 냉이 된장국 속 조개는 모시조개가 아니라 바지락이었다. 바지락은 2~3월, 아직 찬 기운이 남은 모래와 자갈 섞인 갯벌에서 캘 때 가장 시원하다고 한다. 살은 작지만 단단한 식감에서 나오는 거친 감칠맛은, 부드럽고 맑은 모시조개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다. 들과 산, 자투리땅에서도 뿌리부터 봄을 알리는 냉이와, 차가운 갯벌에서 단단히 자라 단맛과 감칠맛으로 계절을 전하는 바지락. 아직도 나는 어머니의 냉이 된장국 맛을 온전히 재현하지 못하지만, 이 두 재료의 조합만큼은 여전히 깊이 사랑하고 있다.
집집마다 냉이와 바지락으로 된장국이나 된장찌개를 끓이는 법이 있으실 테니, 오늘은 이 두 가지 멋진 조합으로 파스타를 만드는 레시피를 올려본다. 그리고 혹시 나중에라도 이 파스타를 함께 먹은 딸, 아들들이 그때 그 봄의 ‘냉이와 바지락 파스타’ 레시피를 물어올 수도 있을 테니 꼭 한번 해보시는 것을 권한다.
냉이 바지락 파스타
계량 1 큰술 = 15g, 1 작은술 = 5g, 1 컵 = 250ml
재료
건파스타(롱 파스타) 180g, 바지락 20알, 냉이 120g, 마늘 4알, 청양고추 1개, 올리브오일 4큰술, 화이트 와인 약간, 면수 1컵, 멸치액젓 1큰술, 버터 2큰술, 소금, 후추 약간
이렇게 만들어요!
냉이는 줄기와 뿌리의 흙을 칼로 긁어내고 깨끗이 씻은 후 반으로 잘라둔다.
바지락은 소금물에 넣어 어두운 곳에서 30분 이상 해감한다.
물 2리터, 소금 2큰술을 넣고 끓인 뒤 파스타를 삶는다. 살짝 덜 익혀 건져낸다.
팬에 버터 1큰술과 냉이를 넣고 숨이 죽도록 볶은 후 건져 다른 그릇에 담아둔다.
같은 팬에 올리브오일과 마늘 슬라이스를 볶다가 바지락, 화이트 와인, 멸치액젓을 넣고 뚜껑을 덮어 바지락이 입을 벌릴 때까지 익힌다.
바지락을 건져두고 팬에 면, 청양고추, 면수를 넣는다. 중불로 낮춰 저어가며 면수가 에멀전 되도록 만들고 소금, 후추로 간한다.
마지막으로 냉이, 바지락, 버터 1큰술을 넣고 섞어 그릇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