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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바꾸자, 다시 보이는 길

상품기획자 장희성 씨의 7전 8기 취업 성공기

7천 번의 지원 끝에, 그는 마침내 결심했다. 단순히 이력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를 바꾸기로.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포트폴리오로 내걸고, 배움과 활동의 과정을 기록해 나갔다. 변화를 거부하는 대신 자신만의 무기로 활용하며 그는 마침내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글. 차유미  사진. 오충근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 당연한 즐거움을 위해

장희성 씨는 현재 상품기획자(MD)로 일하고 있다. 왜 이 제품이 필요한지, 타깃은 누구인지 등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생애 주기 전반을 책임진다. 패션 전공자로 시작해 온라인 상품기획자를 거치면서 스포츠 의류 브랜드 판매, 판촉물 상품 기획, 배달 플랫폼을 경험한 그의 경력은 겉보기엔 매끄러운 오르막길 같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이력 이면에는 두 번의 큰 부상과 퇴사, 그리고 7천 번 이상의 입사 지원 현황 속에 그의 처절한 인내의 시간이 숨어 있었다.

“어릴 때는 누구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불평도 많았어요. ‘왜 이 귀찮은 일을 해야 하지?’, ‘출근길은 또 왜 이렇게 멀지?’ 같은 투덜거림이 입에 붙어 있었죠.”

변화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길을 가다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단순한 부상인 줄 알았지만, 손을 쓸 수 없으니 컴퓨터 작업이 생명인 일을 계속할 수 없어 첫 번째 직장에서 퇴사하게 되었다. 일 년 가까이 이어진 강제적인 휴식은 그에게 ‘일하는 삶’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가르쳐주었다. 이후 새로운 판촉물 회사에 입사하였고, 재직 기간에 ‘국민내일배움카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직무 역량을 한 단계 높여줄 수업을 찾게 되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파이썬 데이터 분석과 자바스크립트 기반의 웹 개발 입문 과정이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K-디지털 훈련 과정’ 덕분에 큰 비용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배운 것들을 활용해 우수사원도 수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병가를 냈고 호전되지 않아, 회사의 사정상 더 이상의 병가 지원이 어려워 오랜 고민 끝에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다.

“몸이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제 삶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꼈어요. 그때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배웠습니다.
막힌 길에서 새 길을 찾았습니다.
그 옆에 늘 고용24가 함께했습니다."

혼자서는 넘지 못했던 벽,
교육 현장에서 답을 찾다

다시 시작하려 마음먹었지만, 재취업 시장은 냉혹했다.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고 자부했음에도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구직 활동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계속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쌓아온 실력과 경험이 있었기에 금방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또다시 지원과 낙방이라는 가혹한 결과로 돌아왔다.

“500번 넘게 떨어지고 나니 ‘정말 뭔가 잘못됐구나’ 싶더라고요. 경력직인데도 서류에서 자꾸 떨어지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더군요. 남들과 똑같은 스펙으로는 선택받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새로운 무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장희성 씨는 배운 것들을 직접 활용해 웹사이트를 만들고, 그것을 포트폴리오로 내걸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배움이 단순한 수료로 끝나지 않도록, 결과물로 증명해보고 싶었다. 다시 고용24를 찾은 그는 이번에는 ‘AI 이력서 분석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AI는 그의 이력서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덜어내고, 기업이 매력을 느낄 만한 강점 위주로 내용을 재구성하도록 도왔다. 단순한 종이 서류가 아닌, 자신의 프로젝트와 역량을 보여주는 디지털 공간을 만든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연락 한 통 없던 기업들로부터 면접 제안이 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는 캐릭터 상품을 만드는 회사에 상품기획자로 다시 입사하였다. 이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발판 삼아 취업을 준비하는 지인들의 웹 포트폴리오 제작을 돕는 ‘취업 멘토’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리듬으로,
내일의 문을 두드리다

장희성 씨의 도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고용24의 AI 추천을 통해 UI 디자인 툴인 피그마 수업을 추천받고 공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고용24에서 동종업계 사람들이 어떤 공부를 하는지 알려주는 서비스가 생겨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파이썬은 신입 시절 독학하려다 포기했던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당시엔 책을 봐도 외계어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혼자서는 도저히 풀리지 않던 의문들을 강사와 소통하며 하나씩 해결해 나갔죠. 사설 교육기관이었다면 엄청난 수강료가 들었겠지만, 5만 원 정도의 자부담으로 고급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배움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재취업 후 그는 반복적인 데이터 정리 업무를 코딩으로 자동화하여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려고 구상하고 있으며, 감에 의존하던 기획 대신 데이터라는 확실한 근거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 기획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과 청년들이 함께한 ‘AI 고용서비스 오픈토크’에 초청받은 그는 자신의 경험을 꾹꾹 눌러 담아 조언했다.

“AI와 새로운 기술을 도구로 활용할 줄 알면 자신의 가치는 분명히 올라갑니다. 제가 7천 번 넘게 시도하며 증명했듯, 포기하지 말고 방법을 계속 바꿔보세요.”

특별한 기적은 없었다. 다만 일을 할 수 없던 긴 시간 동안 일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안 되면 될 때까지 방식을 비틀어보았을 뿐이다. 퇴근 후에도 새로운 배움을 찾아 나서는 그의 발걸음엔 멈추지 않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리듬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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