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일

사라진 유산, 디지털로 되살린다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

불에 타 무너진 성당도, 색이 바랜 옛 그림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오늘날에는 가능하다. 단, 붓과 망치가 아니라 데이터와 기술로 말이다.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는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미래로 이어주는 새로운 시대의 ‘전통과 기술의 연결자’다.

정리. 차유미  자료. 국가유산청

불꽃이 앗아간 것을, 데이터가 돌려주다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는 문화유산을 3D 스캔, 가상현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록하고 복원한다. 오래된 건축물이나 훼손된 예술품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서 나아가, 원형에 가깝게 재현해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적을 정밀하게 스캔해 데이터로 남기면, 물리적인 변화가 생기더라도 디지털 공간에서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역사적 고증과 기술적 분석이 함께 이루어지며,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와 세밀한 기술 활용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러한 역할은 이미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2019년 화재로 첨탑을 잃은 노트르담 대성당은 이전에 축적된 3D 스캔 데이터 덕분에 소실된 구조의 세부까지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폼페이에서는 드론 측량과 3D 스캔을 결합해 유적 전체를 디지털 지도로 구축하고, 지반 침하와 풍화로 변형되는 부분을 실시간으로 추적·기록하고 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경우 각지에 흩어진 조각 파편들을 3D 스캔으로 통합해 가상 공간에서 원형을 재조립했으며, 물리적 복원 없이도 신전의 전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경복궁 3D

궁궐은 화면 속에서도 여전히 숨 쉰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헤리티지의 흐름은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경복궁·창덕궁 등 주요 궁궐을 정밀 3D 스캔으로 기록하고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내부 공간까지 가상으로 탐방할 수 있는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의 3D 스캔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국가유산포털은 연구자와 일반 시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로 운영 중이다. 경주에서는 황룡사 터 등 현존하지 않는 건물을 역사 기록과 발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 공간에 재현해, 사라진 신라의 풍경을 체험형 콘텐츠로 되살리고 있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형태를 바꿀 뿐

디지털 헤리티지 분야는 문화유산 보존을 넘어 게임, 영화, 메타버스 전시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정교한 복원과 생생한 경험이 가능해지고, 관련 전문가의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흐름이다. 이 길을 준비하려면 문화재학, 역사학, 건축학 등 전통을 이해하는 학문과 함께 3D 모델링, 프로그래밍, 데이터 처리 기술을 함께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디지털 아카이빙 프로젝트, 박물관 및 콘텐츠 기업의 현장 경험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된다.

경주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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