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이름표에서 안전모까지

국적은 달라도 가치는 같습니다

2026. 8. 5. 충남 이주노동자 노동존중 캠페인

“일하는 모든 사람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캠페인과 제도개선, 두 갈래 길로 현장을 바꿔가고 있다.

글. 편집실  자료·사진. 고용노동부

이름이 새겨진 안전모,
아산에서 다시 뭉치다

8월 5일 오후, 충남 아산의 충남공동체플랫폼 ‘아우름’. 산업재해로 숨진 이주노동자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이주노동자 노동존중 캠페인 in 충남’이 시작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현 충남도지사, 노사 단체 관계자와 이주노동자 150여 명이 참석해 대형 안전모에 서명하고,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안전모를 전달하며 노동자의 이름을 부르는 일터를 다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형 안전모에 “나라와 언어는 달라도 노동의 이름으로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행사에서 한 이주노동자가 던진 “저는 ‘야’, ‘네팔’이 아니라 ‘라마’입니다”라는 말에 참석자들의 시선이 모였다. 산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를 이름 대신 “야”, “인마”, “어이”로 부르던 관행을 끝내자는 것이 캠페인의 출발점이다. 이날 참여 사업장과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새겨진 안전모가 전달됐다. 이름이 보이면 함부로 부를 수 없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곧 안전한 일터의 첫걸음이라는 뜻이 담겼다.

충남 지역 노동자·사용자 단체는 이 자리에서 ‘이주노동자 인권존중을 위한 충남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존재와 정체성을 인정하는 일”이라며, 국적과 체류자격을 이유로 한 차별에 맞서 안전한 충남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박수현 지사는 “이주노동자는 이방인이 아니라 충남 경제를 함께 일구는 소중한 동료이자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장 한켠에서는 고용절차와 체류, 통역을 지원하는 외국인력상담센터의 상담 부스도 운영됐다.

김 장관은 “‘야, 너’ 대신 이름을 불러주세요. 국적은 달라도 땀의 가치는 같습니다. 공장과 건설 현장부터 농어촌까지, 이주노동자는 우리 경제와 지역사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라며 캠페인의 취지를 강조했다.

완주 농가의 이름표에서
전국의 안전모로 이어져

이 캠페인의 씨앗은 1년 전에 뿌려졌다. 2025년 8월 8일, 김영훈 장관은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유희태 완주군수와 함께 전북 완주군 용진면의 외국인 고용 농가를 찾았다. 연일 이어지던 폭염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안전, 주거를 고용노동부와 국회, 자치단체가 함께 챙기겠다는 합동 현장방문이었다. 장관은 기존 주택을 보수해 독신자와 기혼자 모두에게 정식 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주를 격려했고, 상추 재배 시설에서는 ‘폭염 안전 5대 기본수칙’ 이행 상황을 점검하며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과 시원한 물 제공을 당부했다.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이주노동자는 더 이상 노동력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라며 “입는 것과 먹는 것, 쉬는 것 모두 우리나라 노동자들과 다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조끼에 모국어와 한글로 적힌 이름표를 직접 달아주며 「이름 부르기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캄보디아에서 온 피럿 짜리아(31) 씨는 “장관이 직접 방문해 격려해 주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달 「인권침해 집중 신고기간(8.11.~8.29.)」을 운영하며 후속 조치를 이어갔다.

올해 4월 17일 고용노동부는 공공상생연대기금·금융산업공익재단·사무금융우분투재단·전태일재단 등 4개 노동권익재단과 「이주노동자 노동권익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열흘 뒤인 4월 27일 울산에서 첫 캠페인이 열려 이주노동자 100여 명에게 이름이 새겨진 안전모를 전달했고, 장관은 “‘야!’, ‘너!’ 대신 진짜 이름 부르기, 존중과 안전의 첫걸음입니다”라고 기록했다. 5월 28일 광주에서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 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이 이름과 국기가 함께 새겨진 안전모를 받았다. 6월 경북 예천을 거쳐, 그 물결이 이번에는 충남 아산에 닿은 것이다.

이름을 불러주는 일, 그것이 존중과 안전의 첫걸음입니다
이름이 불리는 일터가 늘수록 우리 사회의 존중도 자랄 것입니다

2026. 8. 5. 충남 이주노동자 노동존중 캠페인

2026. 8. 5. 충남 이주노동자 노동존중 캠페인

캠페인을 받치는 제도,
인권침해 방지대책

고용노동부는 캠페인이 한철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의 바퀴를 함께 굴렸다. 6월 4일 발표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대책」이다. 국내 이주노동자는 110만 명을 넘어섰지만, 내국인보다 높은 산재율과 임금체불 격차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었다. 비자 연장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 침해가 뒤늦게 일부만 드러나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대책의 목표다.

대책은 다섯 갈래다. ‘먼저 찾아내는’ 사전 모니터링이다. 이주노동자가 모국어로 참여하는 온라인 익명 설문을 상시 운영하고, 노동포털 「재직자 익명제보센터」에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항목을 신설했다. 한국 생활에 익숙한 이주노동자를 ‘외국인 인권리더’로 지정해 현장의 위험 신호를 전하는 역할도 맡긴다. 올해 50명으로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는 200여 명으로 늘린다. 감독도 앞당겼다. 화성·인천·안산 등 밀집 지역 100여 개 사업장에 폭행·괴롭힘 특화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지방노동관서·경찰청·출입국외국인사무소 간 핫라인으로 중대 사건은 검찰 송치까지 공동 대응한다.

권리구제의 문턱도 낮췄다.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 14개 지방노동관서에 전담팀을 신설해 조사와 감독을 총괄하고, 피해자에게는 쉼터 연계와 가해자 분리, 신속한 사업장 변경을 지원한다. 공인노무사와 다국어 상담원이 고용센터 출장신고센터에서 상담과 신고를 한 번에 처리하는 ‘신고·상담의 날’도 운영한다. 부당한 대우에 놓인 고용허가제(E-9)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요건을 완화하고,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모든 이주노동자를 아우르는 통합 지원체계도 추진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주노동자는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며 “신고와 권리구제의 문턱을 낮추고 현장의 인권침해를 더 신속하게 포착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책의 현장 인식 개선 과제에는 노동존중 캠페인이 공식적으로 담겼다. 이름 부르기 운동과 함께 작업복·방한용품 나눔, 모국어 메뉴판과 포크 제공 같은 생활 밀착형 과제들이다. 문화를 바꾸는 캠페인과 사각지대를 메우는 제도, 두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굴러가는 셈이다.

2026. 8. 5. 충남 이주노동자 노동존중 캠페인

2025. 8. 8. 전북 완주 외국인노동자 고용 농가 방문

현장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