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일여행
일과 쉼의 경계에서 만난 힐링 로드
마곡
오피스 빌딩과 첨단 연구소가 빽빽이 들어선 도시 서울 마곡. 업무 탭을 잠시 닫아두고 싶어질 때는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보자. 업무지구에도 다채로운 결의 휴식처가 자리한다. 빌딩 숲 한가운데, 자연과 예술, 그리고 감각이 살아 숨쉬는 힐링 로드를 따라가 본다.
글. 김주희
사진. 오충근
일상의 속도를 잊게 하는 초록 숨결
회색빛 콘크리트 사막에도 숨을 고를 수 있는 초록 안식처가 자리한다. 서울 마곡 업무지구의 거대한 스카이라인과 맞닿은 곳, 서울식물원이다. 첨단 기업들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에 이처럼 거대한 생태 공간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커다란 위안이다.
이곳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한없이 걸음을 늦춰야 한다. 특히 세계 각국의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온실은 다층적 스케일로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온실에 들어서면,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도시의 열기를 순식간에 씻어내린다. 층층이 구성된 동선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열대부터 지중해까지, 이국적인 풍경들이 생생한 자락을 펼쳐 보인다. 유리창 너머로 들어온 햇빛은 초록의 잎사귀 사이로 부드럽게 번지고, 식물의 수형과 색, 습도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온실을 나와 야외 정원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한국의 정취부터 계절의 변화를 세밀하게 품은 주제원을 거닐며 닫혔던 감각을 깨워보자. 고즈넉한 마루정자에 잠시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한 뒤, 이어지는 호수원의 잔잔한 수면을 따라 느긋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빌딩 숲의 차가운 시선은 어느새 옅어지고 온전히 푸른 물결과 바람의 결만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서울식물원
하늘이 물 위에 스며드는 감각적인 포토 스폿
소란스러운 도시의 주파수를 낮추고 싶다면, 서울식물원과 마주 보고 서 있는 이랜드글로벌 R&D센터 앞을 찾아가 보자. 최근 마곡에서 가장 감각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명소로 꼽힌다. 건물 앞을 채운 거대한 반영지 ‘미러폰드’는 투명한 유리 외관의 오피스 빌딩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고스란히 품어낸다.
조심스럽게 물속 디딤돌을 딛고 건널 때면, 발끝으로 전해지는 물결의 서늘하고 찰랑이는 감촉이 복잡했던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준다. 잔잔한 수면 위로 드리운 건축물의 미려한 선과 자연의 빛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가에 멈춰 서서 수면 위로 포개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소음이 씻기듯 잦아드는 기분이다. 바람을 따라 수면 위로 은은하게 번지는 빛의 파장은 묘한 몰입감을 안겨준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무렵에 맞춰 간다면, 호수 위에 내려앉은 은은한 노을빛이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올 것이다.
서울식물원
미러폰드
빛과 콘크리트가 빚어낸 깊은 사색의 공간
마곡의 문화적 결을 한층 깊게 만들어주는 곳은 LG아트센터 서울이다. 건축계의 거장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정교하게 빚어낸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 같다. 노출 콘크리트 특유의 정제된 물성에 따스한 자연광이 스며들고, 절제된 기하학적 공간 구조를 거닐다 보면 고요한 예술적 경험이 시작된다.
여기서 가장 먼저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곳은 단연 원형 통로 ‘튜브’다.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로 연결되는 듯한 이 터널에 머물면, 외부의 소음은 차단되고 발걸음 소리와 빛의 흐름만이 감각을 깨운다. 이어지는 거대한 ‘스텝 아트리움’의 계단을 오르거나 곡선형의 ‘게이트 아크’도 놓치지 말 것. 서로 다른 높이와 각도에서 건물을 바라보면 같은 공간도 새로운 장면으로 다가온다. 웅장한 스케일과 볼륨이 빚어내는 공간감은 도시의 좁은 틈에서 벗어나 깊은 사색의 시간으로 이끈다. 꼭 공연을 관람하지 않더라도,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풍경을 따라 공간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누릴 수 있다.
LG아트센터 서울
LG아트센터 서울
마음을 채우는 문장과 맛, 휴식
마곡 업무지구가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감각적인 지적 충전과 미식의 즐거움이 가깝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통창으로 따스한 채광이 밀려드는 세련된 북카페와 독립 서점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에 잠기는 기분을 선물한다. 사각사각 종잇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가벼워진다. 싱그러운 초록빛 플랜테리어가 가득한 핫플레이스 ‘플라워플로우’는 감각적인 미식과 여유를 더해 휴식의 농도를 한층 깊게 채워준다. 탁 트인 도심 뷰를 배경 삼아 향긋한 커피와 디저트를 음미하며 가볍게 노트북을 펼쳐 업무를 보거나 생각을 가다듬기에도 좋다. 이 밖에 오피스 골목골목 자리한 음식점들과 카페들은 눈은 물론 입까지 즐거워지는 밸런스를 선사한다.
바쁘고 떠들썩한 일상에서 ‘로그아웃’이 간절할 때가 있다. 회색 도시의 반전, 마곡에서 가벼운 해방감을 누려볼 것. 일과 휴식, 그리고 맛있는 여유가 어우러진 마곡 라이프스타일은 오늘도 지친 도시인들에게 쉼표를 건네고 있다.
찌는 더위 속에서도 도시는 멈추지 않지만,
그 틈에 숨은 작은 여백이 무더위에 지친
발걸음을 붙잡아 세우고, 그곳에서 도시는
비로소 숨 쉴 틈을 내어준다
플라워플로우
플라워플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