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제철한끼
가을 대하 깍두기를 만나다
9월의 붉은 감바스
신혼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손꼽아 기다렸던 곳은 스페인이었다. 스페인 요리 하면 가장 친숙하게 떠오르는 메뉴를 하나 꼽으라면 역시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가 아닐까. 새우, 마늘, 올리브오일만 있다면 빵이 든, 밥이든, 면이든 그럴싸한 집들이 요리가 되기도 하고, 훌륭한 안주가 되기도 한다.
글과 레시피. 김희은 셰프
일러스트. 냉무
글과 레시피를 보낸 김희은 셰프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소울’을 이끄는 오너 셰프로,
일상적인 식재료와 장 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가을의 문턱, 9월 중순쯤이면 우리 식탁에도 살이 차지고 맛이 진해진 대하가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요즘은 머리와 껍질을 모두 제거해 바로 요리할 수 있는 손질 냉동 새우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나의 감바스에는 꼭 머리가 달린 새우가 필요하다. 머리에 붉은 내장이 꽉 찬 대하가 마트에 보이는 날이면, 우리의 장바구니에는 산도가 좋고 드라이한 스페인 화이트 와인, 알바리뇨(스페인을 대표하는 청포도 품종) 한 병도 어김없이 함께 담겼다.
올리브오일에 버터 한 스푼을 더해 마늘의 향을 충분히 우리고 나면, 이제 진짜 ‘요리가 시작되는 향’이 난다. 여기에 새우 머리를 먼저 넣고 감자 매셔(누름이)로 꾹꾹 눌러주면, 머리의 진한 맛이 배어 나와 오일도 먹음직스러운 붉은빛으로 변한다.
새우 몸통을 넣기 전! 바로 이때가 여러 재료를 더할 타이밍이다. 방울토마토도 좋고, 그린 올리브도 슬라이스 해 넣는다. 그리고 나만의 또 다른 킥은 잘 익은 깍두기! 새우 기름에 깍두기라니 조금 낯선 조합처럼 들리지만 생각해 보면 그리 멀지 않다. 삼겹살을 구운 기름에 김치를 올려 굽듯, 맛있는 기름을 머금은 김치는 그 자체로 훌륭한 별미가 된다.
새우 머리의 진한 감칠맛이 녹아든 기름에 잘 익은 깍두기를 넣어 천천히 익히면, 깍두기의 새콤하고 발효된 맛은 기름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반대로 새우의 고소한 풍미는 깍두기 속으로 스며든다.
돼지기름에 구운 김치가 맛있다면, 새우 기름에 익힌 깍두기가 맛없을 이유도 없다.
그리고 이 깍두기를 한입 베어 물었을때, 뭔가 기름진 음식에 꼭 빠질 수없는 김치나 장아찌, 단무지가 생각나기도 한다. 녹두전과 장아찌, 파스타와 피클, 치킨에 단무지, 피자와 할라페뇨 여러 조합이 있듯 나는 새우 기름과 먹는, 아니 새우 기름에 잘 익혀진 깍두기를 꼭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은은한 매운맛을 더하고 싶다면 페페론치노 대신 꽈리고추를 올려 한국적인 향을 더해도 좋다.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
계량 1 큰술 = 15g, 1 작은술 = 5g, 1 컵 = 250ml
재료
주재료 흰다리새우 10개(EA), 알마늘 10개, 크러시드 레드페퍼 1/2작은술(ts) 또는 페페론치노 3개, 초리소 30g, 블랙 올리브 5개, 선드라이드 토마토 2개, 잘 익은 깍두기 10개, 꽈리고추 5개, 타임 1줄기, 파르미자노 레자노 1큰술(Ts), 소금 1/2작은술(ts)
오일 오일 150ml (올리브 오일 7 : 카놀라 오일 3, 버터 1큰술(Ts))
부재료 레몬 웨지 1~2개(EA), 스모크드 파프리카 파우더 약간 <바게트 빵 180도 오븐에서 5분>
이렇게 만들어요!
(껍질째 있는) 흰다리새우 대가리의 뿔과 수염을 제거한다. 소금, 백후추로 밑간해 둔다. (10분)
(팬) 오일과 버터를 넣은 팬에 굵게 썬 마늘을 넣어 마늘 향을 우린다.
마늘이 익어가면 크러시드 레드페퍼와 페페론치노, 초리소를 넣어 매운 향을 내고, 밑간한 새우 대가리의 골수 부분을 압착하며 익혀준 다음 새우 몸통을 넣고 2분 미만으로 익힌다.
타임, 선드라이드 토마토와 그린 올리브, 꽈리고추, 깍두기를 넣고 파르미자노 레자노와 소금으로 간한다.
* 새우 머리: 새우 오일의 진한 맛을 위해 가능한 새우 머리(골수) 부분까지 사용한다.
* 크러시드 페퍼, 페페론치노 대신 꽈리고추를 사용해도 매운맛을 우려낼 수 있다.
* 토스트한 바게트 위에 올려 브루스케타로 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