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네트워크 통신과 공장자동화 부품을 주력으로 하는 ㈜토마스는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사람 중심의 조직’을 지향한다. 현재 조직의 실질적인 리더인 성호준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일터의 기본을 ‘신뢰’와 ‘자율’, 그리고 ‘가족을 위한 배려’로 새롭게 정의해왔다.
글. 차유미 사진. 오충근
㈜토마스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육아 지원 체계를 갖춘 기업이다. 그 핵심은 출산과 육아가 퇴사의 이유가 되지 않는 구조에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출산 전후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돌봄휴가 등 법정 제도를 철저히 보장할 뿐 아니라, 그 활용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는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한 즉시 상사에게 구두로만 의사 표현을 해도 다음 날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별도의 서류나 복잡한 결재 절차 없이 곧바로 제도가 실행되는 이 ‘실행의 속도’는 직원들 사이에서 회사의 진짜 신뢰도를 느끼게 하는 요소다.
출산축하금과 선물은 기본이다. 출산 후 휴가 사용은 물론이고, 육아휴직자의 공백은 조직의 누적 업무 경험을 고려해 팀 단위로 자연스럽게 분담하는 구조다. 누가 휴직을 들어가면, 회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역할을 조정하고 기존 구성원들이 단기적으로 업무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복귀 이후 조직의 응집력과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사내 키즈룸은 어린이집 휴원이나 갑작스러운 자녀의 질병처럼 돌봄 공백이 생겼을 때 직원들이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정식 보육시설은 아니지만, 유휴 공간을 활용해 조용한 놀이공간과 간이침대, 학습 도구 등을 갖춰 두고, 직원들이 노트북을 들고 들어가 아이와 함께 근무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이는 특히 “애매한 상황에서 쉴 수는 없고, 아이는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이외에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점에 맞춰 회사 명의로 축하편지와 입학 선물이 전달된다. 가족 초청 워크숍, 가족 동반 여행, 명절 선물, 경조사 지원까지 ‘가족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복지의 겉치레가 아니라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유자녀 직원 비율은 89%, 육아휴직 복직률은 100%라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는 단지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이를 낳는다고 경력이 끊기지 않고, 육아를 한다고 승진이 멈추지 않으며, 아이의 아픔 앞에서도 회사에서 보호받는다는 안정감이 이 조직에는 존재한다는 뜻이다.
육아 친화 제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도 유연해야 한다. ㈜토마스는 2020년부터 시차출퇴근제를 전사적으로 시행하며, 오전 8시 30분~9시 30분 사이 자율 출근이 가능하고, 출퇴근지를 집·현장 등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대표를 제외한 전 직원이 해당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근무 시간 변경도 자유롭다. 특히 매주 수요일은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돼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있으며, 연 1회 원하는 날짜에 2시간 조기퇴근하는 제도도 직원들에게 인기다. 부득이하게 발생한 초과근로나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대체휴가(보상휴가)를 적극적으로 부여한다.
연차휴가는 시간 단위, 반반차(2시간 단위)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기념일과 명절 전날에는 조기퇴근제를 적용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적극적으로 보장한다. 매년 12월 31일은 전 직원에게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6.1시간, 연차휴가 사용률은 90%를
초과하는 수준에 이른다.
성 대표는 위계보다는 자율과 참여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실천한다. 회의 자리에서 “대표가 말수부터 줄여야 한다”는 철학 아래, 실제로 직원들이 발언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리는 시간도 조직문화의 일부다. 보고와 결재도 형식보다 효율을 따진다. 대부분의 실무 보고는 단체 채팅방에서 진행되며, 승인이나 기록은 간단한 엑셀 관리로 충분하다. 공식적인 전사 회의는 월 1회, 나머지는 필요할 때 수시로 소규모로 진행된다. 승진 체계 또한 수직적이지 않다. 연말이 되면 각 직원이 스스로 희망 직급을 신청하는 파격적인 진급제도를 운영한다. 이는 연봉과는 무관하다. 상호 신뢰와 공동체 감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동기 부여와 주도성을 높이는 장치다.
성 대표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 일본 미라이공업, 브라질 세코 등 전 세계 기업의 문화를 벤치마킹해왔다. 그러나 그는 이를 “경영 실험”이 아니라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생활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저 스스로 회사에 오는 게 즐겁지 않으면 직원들도 그렇지 않을 겁니다. 내가 좋아야, 우리가 좋아지죠.”
그의 철학은 자매 법인인 토마스 케이블에도 전파되었고, 해당 법인 역시 가족친화인증 기업으로 성장했다. 가족 초청 워크숍, 연말 여행, 힐링 프로그램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의 핵심 가치인 ‘사람’과 ‘가족’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성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강조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육아는 개인의 책임처럼 여겨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반대로 갑니다. 직원이 아이를 낳고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면, 회사도 같이 성장합니다. 이건 가능하고, 실제로 효과적입니다.”
그의 경영 방식은 복지의 틀을 넘어, 직원 개개인의 삶을 지지하는 일상 속 철학이다. 그리고 그 철학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제가 아이가 넷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일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육아휴직이나 출산에 대한 제도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어요. 그냥 당연한 거죠.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겉보기엔 복잡해 보여도, 해보면 별거 아닌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게 진짜 성과로 돌아온다는 걸 저희가 증명하고 싶습니다. 가족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회사, 출근이 두렵지 않은 조직,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그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입니다.”
“남편은 직업군인이고, 친정과 시댁도 멀어서 육아를 혼자 감당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어린이집에 갈 수 없을 때는 회사 키즈룸에 함께 출근합니다. 회사에서는 노트북을 지원해 주셨고, 아이는 옆에서 놀고 저는 업무를 보죠. 동료들도 자연스럽게 아이를 돌봐주며 함께 배려해줘요. 워크숍 등 외부 일정에도 아이와 동행할 수 있어 큰 부담 없이 일할 수 있습니다. 혼자 육아하며 일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회사의 배려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키즈룸 단골이 됐어요.(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