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시대

향수와 개성의 향기로운 만남
취향에 맞는 향수 찾기

팬더믹으로 실내 활동이 늘면서 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과 맞물려 맞춤형 향수 제작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향은 이제 취향을 넘어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 강진우

나만의 향기를 창조하다

취‘향’이 깃든 향수를 발견하려는 움직임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소수의 취향에 맞춘 프리미엄 향수인 이른바 ‘니치 향수’ 매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전문 조향사와 함께 나에게 맞는 ‘퍼스널 향수’를 만들려는 이들도 많다. 둘 중 더 많은 주목을 받는 쪽은 후자다. 개성 못지않게 경험을 중시하는 20~30대가 직접 향수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향수를 만들려면 수많은 향료의 냄새를 직접 맡아보고 그중 잘 어울리는 것들을 뽑아 적절하게 배합해야 한다. 따라서 퍼스널 향수는 조향사가 운영하는 향수 공방에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 거주하는 지역명에 ‘향수 공방’이라는 키워드를 덧붙여서 검색하면 의외로 많은 공방이 뜨는데, 조향사 특성, 방문객 리뷰 등을 살펴본 뒤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예약하면 된다.

퍼스널 향수 만들기는 보통 원데이 클래스로 진행된다. 먼저 정확한 취향 파악을 위해 각 향수 계열, 즉 향조별로 대표적 향을 맡아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는 시간이 주어진다. 과일 껍질에서 나는 상큼한 향 ‘시트러스(Citrus)’, 꽃향기 계열인 ‘플로랄(Floral)’, 상쾌한 풀 냄새인 ‘그린(Green)’, 포근한 느낌이 나는 ‘머스크(Musk)’, 방금 꺾은 나뭇가지 향 ‘우디(Woody)’, 시원한 물 느낌이 나는 ‘마린(Marine)’ 등이 대표적 향조다. 이 중 2~3개 향조를 고르면, 해당 계열의 원료 수십 종을 직접 맡아보며 향수의 재료를 선별한다. 일반적으로 5~10개 정도의 원료가 향수에 투입되는데, 조향사의 조언에 따라 배합 비율을 정하고 병에 섞은 뒤 3~7일 정도 숙성 과정을 거치면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향수가 완성된다.

퍼스널 향수 만들기 ‘꿀팁’

전문성 갖춘 향수 공방 찾기

퍼스널 향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향수 공방이 크게 늘었지만, 그만큼 공방별 조향사의 실력에도 상당한 편차가 생겼다. 홈페이지, 방문객 후기 등을 꼼꼼하게 살핀 뒤 찾아갈 향수 공방을 골라야 나에게 꼭 맞춘 퍼스널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향수 품질을 결정짓는 ‘부향률’

부향률은 향수에서 향료의 원액이 차지하는 농도를 의미한다. 향수는 부향률 농도에 따라 퍼퓸(15~20%), 오드퍼퓸(7%), 오드투알레트(3%), 오드콜로뉴(1%) 등으로 구분되는데, 당연히 부향률과 향수의 품질은 비례관계다. 따라서 각 공방에서 만드는 향수의 부향률을 미리 문의하기를 권한다.

후각 마비엔 ‘커피 원두’

제한된 시간 내에 수십 가지 향을 맡다 보면 후각이 지치거나 마비될 수 있다. 따라서 시향을 하는 중간중간 후각을 환기시켜야 하는데, 이럴 땐 커피 원두 향이 제격이다. 향수 공방에서 따로 준비하지 않는 상황을 대비해 소량의 커피 원두를 작은 병에 담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