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날씨의 연속이다. 이럴 때 마음껏 걸어볼까.
기왕이면 요즘 날씨와 어울리는 초록빛 자연 속이 좋겠다.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나무 그늘이 사방에 있고,
걸을 때마다 반겨주는 꽃들이 있는 그런 곳.
게다가 걷는 내내 흥미를 돋우는 볼거리가 더해진다면? 완벽하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이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곳이다.
글. 김민영
사진. 정우철
세종은 수도권에서 가까워 하루에도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도시다. 게다가 서울만큼 붐비지도 않아서, 살기도 좋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세종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세종을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도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2020년에 문을 열었다. 기후 및 식생대별 수목유전 자원의 보존 및 자원화를 위한 국가수목원 확충 계획에 따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이은 또 하나의 국립수목원이다. 국내 최대 사계절전시온실, 한국전통정원, 청류지원, 생활정원, 분재원 등 다양한 주제 정원에서 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문을 연 지 불과 5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 사이 입소문을 타면서 세종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자차를 이용해서 오는 방법도 있고, 차가 없다면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이나 오송역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절기, 동절기 할 것 없이 9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조금 조용하게 관람하고 싶다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찾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때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조금 붐빌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자센터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가든센터. 가든센터는 국립 수목원 중에서는 최초로 만들어진 곳으로, 지역 농가가 생산한 식물과 정원용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요즘 식물에 관심이 많은, ‘식집사’들이 늘어나면서 가든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에는 ‘MBTI 유형별 반려식물 80종’을 선정하기도 했다.
워낙 넓어서 어느 곳부터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망설임 없이 사계절전시온실로 가보자. 이곳은 ‘붓꽃’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유리온실인데, 국립세종수목원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열대온실, 지중해온실에서는 열대우림지역에서 서식하는 식물과 평소에는 보기 힘든 희귀 식물들을 볼 수 있다. 특별전시온실에서는 시기별로 여러 주제가 열리는데, 가장 최근에는 ‘쥐라기가든: 식물의 탄생과 진화’가 열려, 어린 자녀를 둔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현재 사계절전시온실 중앙홀에서는 식물과 함께한 과거의 일상을 추억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사진공모전 ‘식물하고 나하고’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사계절전시온실 관람이 끝났다면, 이제 한국전통정원으로 가볼까. 이 안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궁궐정원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 권역을 재현해 놓은 궁궐정원이 있기 때문이다. 궁궐정원의 가장 높은 곳 솔찬루에서는 탁 트인 수목원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도 있다. 솔찬루에서 내려오다 보면 자연스레
담장정원에 다다른다. 담장정원에서는 덩굴나무인 으리아속 식물, 클레마티스를 수집해 전시하는 공간이다. 담장과 함께 어우러진 식물 사이로 쉬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담장정원을 지나 자연스레 걷다 보면 분재원, 생활정원, 붓꽃원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주제 정원을 지나면 사계절 매력적인 청류지원까지 다다른다. 금강의 물이 유입되는 함양지에서 출발한 물길이 흐르는 덕분에 이국적인 풍경이 느껴진다.
청류지원까지 지나면 국립세종수목원의 대부분은 관람한 것이다. 그럼에도 돌아가기가 아쉽다면, 발길 닿는 대로 다시 걸어보자. 이곳의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오는 10월 17일까지 야간개장을 한다고 하는데, 낮과는 또 다른 수목원의 밤이 궁금하다면 방문해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