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를 만나다

넓은 공감과
깊은 연대로 이루는
지속 가능한 자주적 혁신

아성플라스틱밸브(주)

제조업의 인력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근로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성플라스틱밸브㈜는
일자리의 질과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임금체계와 평가체계를 개편하며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구축했다. 회사와 구성원, 조직과 개인이 함께했기에
더욱 값진 변화를 이끌 수 있었다.

글. 김주희  사진. 김경수

임금체계의 새로운 기틀 마련

제조업은 인적 자원이 중요한 성장 요소로 작용하곤 한다. 하지만 사회적 변화에 따라 제도적인 정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직원들의 불만을 비롯해 우수 인재 이탈, 인재 확보 어려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누적되면 기업의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아성플라스틱밸브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선제적인 일터 혁신에 나서고 있다.

플라스틱밸브과 배관자재 전문생산기업인 아성플라스틱밸브는 국내 플라스틱배관 분야의 발전을 선도해 왔다. 1967년 창립할 당시 해외 수입에 의존했던 제품과 기술의 국산화라는 사명을 바탕으로 출발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을 실현한 끝에 현재는 초순수용, 산업용, 소방용, 자동밸브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구성원은 생산직과 사무직으로 나뉘며 총 120여 명이다. 최근 아성플라스틱밸브는 숙련 인력 유지의 어려움과 저성장 기조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경영관리팀 한재민 대리는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문제의 해답을 찾고자 했다.

“업무 역량과 무관하게 연봉이 결정되는 호봉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습니다.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성과와 실적을 공정하게 반영하는 임금체계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었고,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저성장 기조를 고려할 때, 유연한 보상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임금체계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선할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전문 컨설턴트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임금 및 평가체계의 개선 과제를 도출하며 본격적인 개선활동에 나섰다.

디테일을 더한 직무 등급 설정

아성플라스틱밸브의 임금체계 개선 컨설팅은 직무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했다. 개별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직무 등급을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사무직과 생산직으로 크게 나눈 후, 직무의 난이도를 비롯해 책임성,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차등을 뒀다. 이를테면 생산직의 경우 기술 숙련도가 얼마나 중요한 직무인지 헤아렸고, 야외에서 일한다거나 중량물을 이동하는 작업인지 등 근로 환경과 특성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식이었다. 사무직의 경우에도 연구개발이나 해외영업 등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인지, 영업부서처럼 감정 노동으로 불리는 직무인지 고려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임직원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댔다.

“단순히 인사관리 부서나 경영진 선에서 결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각 부서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공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다행히 임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었어요. 또한 처음부터 임금 차등을 큰 폭으로 두면 불만과 거부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다각도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수준의 임금 수준을 설정하고자 했습니다.”

이때 확립한 직무 등급을 기반으로 평가 및 승진체계까지 개선함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직무별로 필요로 하는 실적을 체크하는 등 구체적이고 정교한 프로세스를 통해 내부 체계를 마련했다.

만족도는 높이고,
이직률은 낮추고

임금 및 평가체계 개선을 통해 변화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직률이5~6년 전과 비교해 10% 이상 낮아졌다는 것이다. 제조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인력 충원이다. 숙련된 기술자를 찾는 것도 힘들지만,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 이직률을 낮춤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채용 및 교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조직 변화 이후 직원만족도조사를 실시했는데, 평가·임금·승진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고르게 만족도가 올라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임금 인상이 된 구성원들은 ‘인정받는 기분이다’,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이어가고 있어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마다 1:1로 반응을 파악하며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고자 합니다.”

사실 조직을 바꾼다는 것은 수많은 고민과 소통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아성플라스틱밸브의 김윤욱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일터혁신 컨설팅 참여를 주도하며 꾸준한 변화를 모색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과 시도가 빛을 발하며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발판이 되고 있다.

기업과 구성원이
동반성장하는 미래

일터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끈 아성플라스틱밸브는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우수 인재 확보와 구성원의 역량 향상에도 공을 들이는 것. 특히 채용 단계에서부터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직무 교육 등을 통해 내부 인재를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직무기술서를 바탕으로 직무별 필요한 교육과 훈련 내용을 체계화하고 이를 통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뿐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에도 트렌드를 반영할 예정이다. 생성형 AI를 적용한 사무자동화를 선진적으로 도입해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다. 이 밖에 동호회 활동이나 사택 제공 등을 지원하며 더 나은 일터를 만들 계획이다.

“인사관리 담당 업무를 수행하면서 포용성 있는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또 세대에 따라 요구 사항이 다르고 개인별 입장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반영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아성플라스틱밸브는 앞으로도 일터혁신을 거듭할 것입니다. 직무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고요. 유연근무제와 근무 일수 단축 등 최근 이슈를 파악하고 사전에 대응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터혁신 컨설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우리 기업의 사례를 공유하며 다른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혁신은 기존 질서와 공식을 과감히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변화를 주저하지 않고 오늘을 혁신하며 더 밝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아성플라스틱밸브. 이들의 미래에는 기업과 구성원이 동반성장하는 이정표가 굳건히 세워져 있다.

“구성원과 함께 고민하고 변화하며, 공정한 임금과 유연한 조직문화로 모두가 성장하는 일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MINI INTERVIEW
생산관리1팀 윤철희 팀장

“생산 현장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업무 분장이나 직무 편성이 모호했던 터라 ‘내 일 네 일’이 명확하지 않았어요. 여기에서 오는 갈등이 있었죠. 이번에 또렷한 기준을 세우고 직무를 분류하니까 팀원 및 부서 갈등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현장 업무는 노동의 강도나 근로 환경이 워낙 다양한데, 이를 세심하게 고려해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연구개발1팀 황인균 과장

“임금체계 개편을 앞두고 직무 등급을 분류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으로서 이런 시스템이 왜 갖춰져야 하는지,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 매우 유의미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공개적으로 일터를 혁신한다는 점에서 회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진 것은 물론 주변 팀원들도 만족도가 높은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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