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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만들어낸 보물,
동굴탐험

정선 화암동굴

입추와 처서가 지났음에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더위에 허덕이며 가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신비한 동굴탐험을 제안한다.
강원도 정선의 화암동굴에서라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한 번,
역사를 품은 이야기에 또 한번 감탄하느라 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을 테니 말이다.

글. 김민영 사진. 정우철

금을 캐던 천포광산을 굴진 중 발견된 화암동굴

늦더위를 피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정선

매년 이례적인 더위로 자연스레 여름휴가를 늦게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더위가 한창일 때 가는 것보다 조금은 주춤할 때, 떠나야 제대로 여행지를 즐길 수 있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가을이 시작된다는 9월이 되면, 주변에서 늦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원도는 이렇게 여름휴가 막차에 올라탄 사람들에게 이색적이고, 시원한 추억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강릉, 삼척, 속초도 좋지만, 여름의 끝자락을 조금 특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정선은 어떨까. ‘깊은 산 속 시골마을’로 인식되던 정선은 요즘, 민둥산 트레킹 코스로 젊은층 사이에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선오일장, 레일바이크 등 먹거리와 즐길 거리 등이 풍부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더욱이 수도권 기준으로는 차로 2시간 남짓 소요되고, 기차를 타고 평창역에서 내려 차로 1시간 남짓 이동하기만 하면 돼서 접근성도 좋다.

금맥을 찾아가는 듯 내려가는 계단

천연기념물, 화암동굴이 간직한 역사

곳곳에 숨은 여행지가 많은 정선에서 어린이도, 어른들도 좋아할 만한 여행지를 추천해 보라면 단연코 화암동굴이다. 화암동굴은 정선 동면 화암리에 위치한 총 500m의 석회동굴인데, 2019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자연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그런 데다가 금광맥의 발견부터 금광석의 채취까지의 과정을 재연해 놓은 우리나라 최초의 테마형 동굴이기 때문이다. 1993년에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이 오가는 정선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지만, 이곳은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캐던 ‘천포광산’이었다. 일제강점기 많은 광부가 땀방울을 흘리며 일했던 노동과 역사의 흔적이 깃든 장소인 것이다. 당시로 치면, 연간 순금 22,904g을 생산하는 국내 5위의 금광이었을 정도라고 하니 새삼 광부들의 노고가 더 와닿는다. 역사 속에 묻힐 뻔한 천포광산은 다행스럽게도 굴진 중 화암동굴이 발견되어 지금은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자연의 신비와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동굴 속에서 체감하는 광부들의 삶

화암동굴로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매표소에서 매표하고, 모노레일에 탑승해 5분 남짓 올라가면 화암동굴 입구에 다다른다. 반드시 모노레일을 타지 않아도 도보로 동굴 입구에 갈 수 있지만, 경사가 가팔라서 동굴을 보기 전부터 기운이 빠질 수 있으니, 재미도 있고 쾌적한 모노레일 탑승을 추천한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입구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냉기가, 화암동굴 탐험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초반에는 옛 천포광산을 재현한 모형 갱도부터, 옛 광산의 채광 흔적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지나오면 채광 당시 금이 가장 많이 나왔다는 ‘노다지 궁전’이 보인다. 금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높은 곳까지 올라 작업을 해야 했기에 광부들이 가장 많이 사고를 당하던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노다지 궁전을 지나면 대장간, 상부 우4 연층 갱도 등의 장면들을 마련해 둔 공간들이 이어지는데 마치 하나의 ‘광산 박물관’에 온듯한 기분이 든다.

갱도에서 금을 캐던 광부들의 모습을 재현한 광산 박물관

자연이 만들어낸 보물의 향연

광부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역사의 장을 지나면 수직계단이 나온다. 이 수직계단은 상부갱도와 하부갱도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수직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동굴 내부가 어두우니 특별히 안전을 기울여 내려가야 한다. 이곳을 지나면 ‘동화의 나라’가 펼쳐진다. 도깨비 캐릭터들이 채광 과정을 안내해 주는데, 이곳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자들에게 특히 인기다. 이 구간 마지막에 마련된 ‘꿈꾸는 정원’은 황금기둥으로 불리는 곳인데, 기둥을 중심으로 원형광장에 미디어 파사드를 조성해 신비로운 느낌을 연출해 놨다. 그래서인지 화암동굴의 대표 포토존으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 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금의 세계’를 지나오면 화암동굴의 하이라이트 ‘천연종유동굴’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금광 갱도를 파다 발견된 천연동굴인데, 광장처럼 넓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대형 석순, 석순의 단면, 장군상, 부처상, 유석 폭포 등을 볼 수 있다. 보고 나면 인간의 손으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이 빚어낸 결과물에 그저 감탄만 하게 된다. 여기에는 아시아동굴옆새우, 톱니꼬마앉은뱅이, 민자가게거미 등 다양한 생물들도 서식하고 있다. 천연종동굴을 끝으로 화암동굴 탐험은 끝이 나지만, 서늘할 정도로 놀라운 대자연의 신비로움은 분명 우리의 뇌리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수직계단
꿈꾸는 전원
천연종유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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