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쓰는 말 중에는 생소하면서도 묘하게 직관적인 단어들이 있다.
‘테토남’, ‘에겐녀’, ‘갓생러’···. 이 단어들은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개인의 성향과 사회적 태도를 정의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제 사람들은 성별보다 성향으로 자신을 말하고, 관계를 해석한다.
글. 편집실
참고 자료. 2025 MZ세대 신조어 밈 트렌드, 인플루언서 마케팅 활용
전략 정리(2025.06). [우리말 지키기 ②] 79.4%가 신조어로 세대차이 느낀 적 있어(2024.06.13.). MZ세대와 신조어 : 변화하는 언어의 풍경(2023.11.23.).
최근 온라인과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조어들은 과거의 유행어와는 결이 다르다. 단순한 재미를 위한 말장난이 아니라, 개인의 기질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자아 설명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테토남’과 ‘에겐녀’다. 이 단어들은 각각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과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에서
파생됐지만, 실제 성별과는 무관하게 사용된다.
테토남은 추진력 있고 직진형인 기질을, 에겐녀는 감성적이고 공감 능력이 높은 성향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도 테토 성향일 수 있고, 남성도 에겐 성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향 중심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이 프레임은 이분법적인 성 역할을 벗어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신조어들로도 이어진다. ‘갓생러’는 목표지향적이고 루틴에 충실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연애관계에서는 ‘츤데레남’, ‘철벽녀’처럼 감정 표현 방식에 따라 성향을 정의하기도 한다.
성향 언어는 관계를 정리하고 차이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새로운 편견을 낳을 수도 있다. 신조어는 창의적 표현인 동시에,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이나 의미 왜곡을 부르기도 한다.
예컨대 테토남은 ‘무례하다’, 에겐남은 ‘의지가 약하다’는 식의 오해를 받기 쉽다. 갓생러는 자기관리의 모델로 떠오르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에겐 압박이 된다. 성향은 고정된 성격이 아닌 유동적인 흐름인데, 단어 하나로 낙인찍으면 위계가 생긴다.
게다가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직장에선 테토형 리더였다가도, 집에선 에겐형 공감자가 된다. 갓생을 추구하다가도, 어떤 날은 워라밸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우리는 맥락에 따라 변하는 다면적 존재다. 성향 언어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 쓸 때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판단이나 서열의 기준이 되는 순간, 오히려 관계를 단절시킨다.
성향 언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낙인이나 위계질서로 변질된다면 본래 의미를 잃는다.
중요한 것은 테토냐 에겐이냐, 갓생이냐 워라밸이냐가 아니라,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유동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다. 79.4%의 사람들이 신조어로 인해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조사도 있는 만큼, 세대 간 소통의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다층적인 존재다. 어떤 날엔 추진력이, 어떤 날엔 감성이 앞선다. 일터에선 테토형, 친구 사이에선 에겐형일 수 있다. 사람은 고정된 성격이 아닌,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
성향 언어는 서로를 이해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 판단이 아닌 공감, 낙인이 아닌 수용의 언어로 활용할 때, 우리는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