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김선철 스콜라스㈜ 대표의 경영철학은 명확하다.
24년간 초등학생용 교구를 만들어온 이 회사가 ‘2024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유다.
아이들의 성장을 도왔던 스콜라스는 이제 직원들의 성장을 통해 조직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글. 차유미 사진. 오충근
스콜라스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곳곳에 전시된 3D 퍼즐과 교구들이 먼저 눈에 띈다. 놀이와 학습이 만나는 현장이다. 2000년 창립 이후 교육과 놀이를 결합한 3D 퍼즐, 교구,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온 스콜라스는 “Learn & Play(배우고 놀자)”라는 모토를 내걸고 아이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단순히 교구 제작에 머무르지 않고, 세대를 아우르는 학습과 놀이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런 철학은 해외 시장에서도 통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는 5년 전부터 현지 직원을 직접 채용해 직판과 역직구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현지 문화와 고객의 요구를 이해한 접근 덕분에 스콜라스는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회사의 내부적 변화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목표 및 핵심 결과) 도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존의 MBO(Management by Objectives, 목표 관리)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며 외형적 성과는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업무
효율화와 조직문화 개선이 절실했다. “회사가 커지면서 성과는 났지만,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한다는 감각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라고 김선철 대표는 회고한다.
스콜라스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을 통해 OKR을 정착시켰다. 평가 제도와 분리해 도전적인 목표 설정을 장려했고, 협업이 가능한 성과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개인 목표와 조직 목표를 연결하는 상시적 피드백 시스템도 함께 마련됐다. 분기마다 열리는 ‘OKR 파티’에는 연차 등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사실상 전 직원이 참여한다. 성과와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의 성장을 확인하는 자리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1분기 매출은 37% 증가했다. 이직률은 11%에서 5%로 절반 이상 줄었다. 직원들의 체감도도 분명했다. “성과 기준이 명확해지고, 서로 주고받는 피드백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다 보니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불필요한 보고와 반복
업무가
줄어들면서 핵심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알게 된 직원들의 몰입도와 성취감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스콜라스는 유연근무제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시차 출퇴근제의 경우 전 직원이 활용 중이다.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자율적으로 출근해 개인 생활 리듬에 맞출 수 있다. 재택근무제는 전체 직원의 약 10%가 필요에 따라 활용한다. 가족 돌봄이나 건강 문제 등 상황에 따라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콘텐츠 기획이나 디자인처럼 집중력이 중요한 업무에서 효과적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제도는 ‘패밀리데이’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마다 전 직원이 2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과 가족이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스콜라스의 문화다.
육아휴직 제도도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지금까지 총 5명이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그중 2명은 복귀해 근무 중이며 2명은 현재 휴직을 이어가고 있다. 복귀 시에는 경력 단절 없는 배치를 원칙으로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남성 육아휴직 활용률이 100%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진이 진심으로 육아
문제에
공감하고, 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제도를 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온 결과다.
IT 인프라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언제 어디서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조사 지원, 가족 친화 프로그램 운영 등도 임직원들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생활 균형을 누리도록 하는 장치다.
“제품이나 기술보다 결국은 사람이 회사를 움직이고 성장시킨다고 믿습니다.” 김선철 대표의 경영철학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하다. 스콜라스가 추구하는 것도 단순히 교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놀이를 통해 배우고,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그렇기에 직원들 역시 회사에서 일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가 지향하는 리더십은 위에서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다. 직원들과 함께 방향을 정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이다.
“누군가에게 답을 정해주기보다는, 스스로 해보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회사가 성장하는 건 직원 개개인이 성장할 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도 분명하다. 일본 시장에서의 성과를 넘어, 미국 시장 진출에 집중한다. 과거 ‘만공한국사’처럼 교육과 놀이를 결합한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면서 배우는 미국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미국의 스미스소니언과 같은 교육·문화 기관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초·중·고등학교 교과 현장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5년 내 시장 잠재력을 약 300억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스콜라스는 ESG 경영에도 힘을 쏟는다. 친환경 소재와 친환경 잉크를 사용하고,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와 교육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또 지역 아동센터와 교육 기관에 꾸준히 교구를 기부하며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역직구 제품이 인기를 얻으며 K-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우리는 단순히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현지 문화와 교육 현장에 맞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듀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김 대표의 말이다.
24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본 스콜라스. 이제는 직원들의 성장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다.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이 만들어낸 변화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조직 전체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